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관광객 도둑'님, 농작물에 농약 뿌렸어요
2012-07-26 13:03:59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13:03:59 작성자 : 시민기자   남민배
지난 봄에 가뭄이 극심해서 농촌은 한동안 큰 시름에 빠져 있었다. 그러던것이 그나마 6월중순께부터 비가 내려 부랴부랴 그동안 못심었던 농작물을 심고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당시 비가 온 직후에 고향에 가보니 가뭄의 와중에 냇가에서 양수기를 돌려 물을 퍼내고 그걸로 잘 키운 고추며, 가지며, 옥수수 등이 그래도 싱그럽게 잘 자라주어 내심 고마웠다.
그동안 우리 고향의 농민들이 얼마나 피땀흘려 고생을 했는지 알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뼈빠지는 고생의 노고를 망치는 얌체 같은 좀도둑이 기승을 부려 농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고향에서 이른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어머니셨다.
"아야. 휴가는 언제버텀이냐?"
"휴가요? 왜요? 어디... 가고 싶으신데 있으세요?"
"아녀. 그런게 아니고..."

어머니는 한숨부터 쉬셨다.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도로변에 심어 놓은 오이와 가지, 그리고 옥수수에 자꾸만 손을 댄다는 것이었다. 참다 못해 속상한 마음으로 전화를 하신 것이다.
"주말에 좀 내려오거라. 그라구, 와서 못질좀 해야 쓰지 원"
"못질요? 밭에 웬 못을??"
"아녀. 그게 아녀. 농약 했다고 글씨를 써서 나무 판때기에 붙여가지고 세우란 말여"
어머니의 말씀은 그거였다. 외지인들이 농작물에 자꾸만 손을 대니 농작물을 심은 밭 앞에다가 "농약 살포"라고 큰 나무 푯말을 써 붙여 놓으면 농작물에 손을 대려던 사람도 농약이 묻은 것이니 그냥 지나칠거라는 생각을 하신거였다.

'관광객 도둑'님, 농작물에 농약 뿌렸어요_1
'관광객 도둑'님, 농작물에 농약 뿌렸어요_1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었지만 오죽하면 노인네가 그런 생각까지 하실까 하는 마음에 기분이 상했다.
이미 농촌의 농작물은 심고 나면 절반은 산짐승들에게 헌납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보호가 워낙 잘 돼서 요즘은 덩치 큰 고라니에 토끼, 각종 쥬류, 너구리와 오소리등 수많은 산짐승이 밭에 내려와 죄다 농작물을 갉아 먹으니 그물망으로 겹겹이 둘러치고 있지만 그게 별 효과가 없다. 땅속으로 파고 들어온다든가 그물을 찢고 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동물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해서 지켜 놓은 농작물인데 이제는 도시의 도둑들이 판치니 정말 속이 상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노인들만 사는 농촌에서 그 농작물 지키자고 들녘에 나가 지켜서서 보초를 설수도 없는 일이다. 
추운 3월부터 씨를 뿌려 모종을 하고 새싹이 나면 그걸 다시 하우스 안으로 옮겼다가 다시 본래 자랄 밭으로 옮겨심고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인데 그런 뼈빠지게 고생해 지은 농작물을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이 자꾸만 따가 버리면 농민들은 얼마나 허탈하고 속상한지 모를 것이다.

농촌에서는 이런 얌체들을 관광객 도둑이라고 부른다. 그냥 오다가다가가 차를 세우고 마치 평소에 자기가 관리하던 밭인양 논밭 주변에 심어져 있는 농작물을 무차별적으로 따가 버린다. 가울에는 그래서 과일도 남아나지 않는다.
차를 가지고 오가는 정도의 생활수준이면 보편적으로 농촌에서 농사를 직업으로 하는 농민보다는 경제적 여건이 못하지 않을 텐데, 자신보다 살기 어려운 농가에서 애지중지 키워놓은 농작물을 건드리는 행위는 정말 옳지 못하다.

이미 지난 봄철에는 밭가에 심어 놓은 파와 달래, 고들빼기, 씀바귀 등도 무차별적으로 캐 갔다.  관광버스를 세우고는 몇 십명이 하차하여 소변을 보다가 눈 앞에 농작물이 보이니 너도나도 슬슬 뜯고 뽑아 간 것이다.
그렇다고 농촌에 cctv가 있나, 누가 그사람들을 현장에서 붙잡은 것도 아니니 ...

농사를 하다가 벌레가 먹으면 농약을 뿌려 벌레를 잡을 수 있지만 농작물을 마구잡이로 가져가는 관광객 좀도둑은 붙잡기가 쉽지 않다. 간혹 주인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따 가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하며 얼버무리고 만다. 
입장을 바꿔서 만약 농민이 도시에 나아가서 가게 앞에 내어 놓고 파는 물건을 하나 집어 들고 왔다고 가정해보자. 금방 경찰이 좇아오고 파출소에 끌려가는 수모를 당 할 것이 뻔한데 어찌 도시에 사는 일부 사람들은 겁도 없이 시골 농작물을 마구 채취해 가는지 이해가 안 간다. 

웬만하면 참고 살아가는 순박한 농민들을 화 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