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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심신에 휴식을 주는 편안한 그늘
2012-07-27 08:04:00최종 업데이트 : 2012-07-27 08:04:00 작성자 : 시민기자   김만석
시민기자가 학교 다니던 80년대에는 '無' 또는 '空'이라는 책이 있었다. 지금도 나오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둘 다 '없을 무'에 '빌 공'이니 대충 짐작은 가겠지만 책 안에 아무것도 씌여 있지 않다. 그야말로 백지만 가득한 책이다.
그렇다고 일기를 쓰는 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저 그 책에 무엇이든, 어떤 소회든 적어 볼수도 있고, 낙서도 하고, 그냥 그 백지만 바라볼 수도 있고...

그땐 더구나 군사독재 시절이었기에 그런 책이라도 잘 팔렸던 것 같다. 어둡고 암울한 시대에 그렇게 모든 것을 비워 둔 책이라도 있었으니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었던것 같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책 읽는 습관이나 책 고르는 패턴도 당연히 바뀌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나이에 맞지 않게 그림책을 보는 일이 요즘 즐겁다. 그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책이라 유아들이 보는 책이라고 생각 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보면 볼수록 어렵고 수수께끼 같은 기묘한 책이니 시간이 갈수록 마음을 뺏기고 있다. 

대학 시절에는 글씨가 없는 '無'와 '空'이라는 책을 통해 나름 철학적 사고도 해 봤던건데 이제는 그림책이라... 그것도 글씨 한자 없는.
그림책에 한번 빠져본 분들은 알겠지만 그림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잘된 그림책 일수록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준다. 한컷짜리 시사만화 같은게 묘한 카타르시스와 폐부 깊숙이 찌르는 촌철살인 같은 강한 임팩트를 주듯이.

독서는 심신에 휴식을 주는 편안한 그늘_1
독서는 심신에 휴식을 주는 편안한 그늘_1

내가 읽고 있다는 그 그림책은 나온지가 몇 년 되는 '도착(숀텐. 사계절)'이라는 책이다. 
글자 없는 그림책으로, 당연히 본문도 글자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이렇게 글자 없는 그림책은 부모와 어린이에게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기에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어도 좋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림책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답은 없지만 주요 줄거리를 그림으로 읽어 보자면, 어두운 그림자에 들러싸인 도시에 한 가족이 산다. 가난과 억눌림이 엿보이는 삶이다. 남자는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기차를 탄다. 바다 저편에 있는 낯선 도시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보려는 생각에서다. 긴 향해 끝에 마침내 도착하고, 그 곳에서 일자리를 얻어 일하게 되면서 겪는 이런저런 과정들.

책에서 글과 그림이 함께 있을 때 글을 아는 어른들은 습관적으로 글을 먼저 읽고 그림은 대충 훑어보고 지나간다. 그러나 글을 모르는 아이들은 글에는 눈길도 안주고 그림 장면 하나하나에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며 자기 나름대로의 이야기들을 지어낸다. 그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일이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어른들에게 종알종알 재미난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이 책에서 작가는 책 설명을 통해 '글은 우리의 주위를 끄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고, 글이 없을 때 하나의 이미지는 더 여유 있는 개념적 공간을 가질 수도 있고, 독자의 관심을 더 오래 머물게 할 수 있다. 글이 있다면 독자는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설명글에 의해 상상력을 지배당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고 있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다.

글을 읽지 않고도 감동과 재미와 마음이 짠해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혜택들을 아이들이 얻을수 있으니 부럽기만 하다. 그게 우리 머리 커버린 어른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니 부러울수밖에. 

아직 어린 아이들은 물론이고, 나이가 먹은 중고등학생이라도 이런 책을 잡고 즐겁고 신나하며 그들만의 세계로 빠져 든다면 정말 머리 쓰다듬으며 격려해 줄 일이다.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익숙해져있는 습관에 젖어 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알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그러나 한번쯤은 이런 정해진 틀을 깨고 새로운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관심을 넘어 가열찬 도전도 괜찮다. 정신없이 회사 일에 쫓기고 가정사에 밀리며 아이들 뒤치닥꺼리 하는 와중에 가끔씩 이런 파격에 도전해서 심취해 보는 것도 생활에 큰 활력소가 될 것이다.
그것이 지친 심신에 휴식을 주는 편안한 그늘이 될수도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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