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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가사노동 보고서
2012-07-26 00:49:49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00:49:49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여보, 오늘 설거지 내가 해줄까?"
저녁 식사후 남편의 말에 내가 시치미를 뚝 떼면서 
".... 아니 당연한걸 가지고 생색 내듯 말해요?"라며 농담처럼 말하자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당연한 거라구? 뭐, 그럴수도 있지. 당신도 결혼해서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직장생활 했으니 내가 도와주는게 맞어."라며 이내 내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남편은 즉시 고무장갑을 끼고 싱크대 쪽으로 다가선다. 이미 익숙한 손놀림. 호호호. 우리 남편은 주방 살림 9단이다. 식기의 건더기를 철 수세미로 대충 훑어 낸 다음 이내 식기세척기에 차곡차곡 쌓은 뒤 세제를 조금 풀어 넣는다.

아내의 가사노동 보고서_1
아내의 가사노동 보고서_1

식기세척기도 사실은 결혼 직후 남편이 산 것이다. 똑같이 직장생활하면서 맞벌이를 하다 보니 내가 힘겨워 하자 내 일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며 자기 용돈을 깎아 할부로 사준 것이다. 기특한 남편. 
그런데 세월이 흘러 자꾸 아이들도 커 가고 살림도 늘고 음식물 양도 늘어나다보니 설거지 거리도 늘어나게 되었다. 식기세척기의 쓰임새가 정말 요긴하게 된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남편도 주방으로 오는걸 꺼려하고, 심지어 남자가 무슨 설거지를 하냐는 봉건적인 사고방식이 약간 강했다. 그럴만도 한 것이 시댁의 시어머니와 시아버님의 관계는 전형적인 남녀유별의 사고를 지닌 옛날분이어서 남편은 그런 모습을 곧이곧대로 배운터였다.

하지만 남편은 스스로 변해갔다. 내가 빨래를 세탁기에 돌린후 1시간쯤 후에 세탁이 끝났다는 신호음을 '삑삑'울리면 남편은 용수철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빨래를 빼내 건조대에 걸었다. 내가 일어날라 치면 "당신은 그냥 쉬어"라면서 직접 자기 손으로 빨래를 널고, 어떤 때는 아이들을 불러 함께 분업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더러 왜 그렇게 갑자기 바뀌었냐며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고맙기는 해도 느닷없는 남편의 행동이 살짝 적응이 안된 것이다.
"당신. 사실 정말 고마운데 갑자기 왜그러는데? 혹시 마누라 직장 때려칠까봐 겁나서 그러지? 계속 돈 벌어오게 할라구 머리 쓰는거지!"

나의 반 농담, 반 진담에 남편은 "맞어, 당신 평생 돈 벌어오라구."
하지만 남편은 그게 아니었다. 회사에서 외부 강사를 초청해 남편의 역할과 진짜 멋진 남편이라는 주제로 사내 특강이 있었는데 거기서 듣고 깨달은바가 너무 컸다며 내게 웬 A4지 한 장을 내보였다. 프린트 물이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남자가 사회에서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가정의 평안함과 아내의 적극적인 내조이다. 그러기 때문에 남자들은 아내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 

주부들이 일생동안 가족을 위해 수고해야 하는 일들을 항상 기억하라.
밥짓는 횟수 = 4만 9000번
청소하는 면적 가로, 세로 = 2킬로미터4제곱킬로미터
설거지하는 그릇 평생 어림잡아 = 98만 5000개
빨래하는 양은 2톤 트럭으로 = 200대 분량
이불을 털고 정리하는 횟수 = 2만번
화장실 청소는 = 7천번
남편들이여, 아내는 마징가Z가 아닙니다. 오늘부터 팔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세요. 그리고 설거지가 끝나면 토닥 토닥....하고 아내를 안아 주세요. 더 좋은 방법은 직접 설거지를 끝내고 아내로부터 토닥토닥 등 두들김을 맞으세요.

여기까지였다. 특강 강사님이 나누어준 프린트라 했다. 
남편은 특강 하나 제대로 들은 것이다. 그후 남편의 가정살림 분담과 나를 도와주는 일은 정말 감동적으로 고마울 정도다. 

모든 남편들이 다 그럴거라 믿으며, 특히 맞벌이하는 가정의 남편님들, 더더욱 신경써 주시길.....
 그리고 오늘 하루도 대한민국 주부는 오로지 가족을 위해 달린다는거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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