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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선생님이 공부를 잘 못 가르쳐요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어리석은 행동
2012-07-26 07:43:07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07:43:07 작성자 : 시민기자   최종훈
우리 선생님이 공부를 잘 못 가르쳐요_1
우리 선생님이 공부를 잘 못 가르쳐요_1

며칠전 여름방학을 시작한 아이가 성적표를 들고 왔다. 공부 잘하면 부모들은 더 이상 바랄게 없지만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국어 88, 영어 76, 수학 60점대...?
수학 부분에 이르러 6이라는 숫자 다음으로 읽혀지지가 않았다. 60점대의 점수에 일단 놀라워서 그냥 아이 얼굴만 빤히 바라봤다. 
'아이야, 어찌 60점대가 나왔느뇨?'
머릿속에서 작성된 질문. 아이는 어떤 대답을 할까. 죄송해요 아빠, 더 열심히 할게요, 시험이 어려웠어요, 출제 경향이 공부한것과 달랐어요, 제가 수학에는 소질이 없나봐요, 저는 수학이 적성에 안맞아요... 등등 아이가 대답할수 있는 온갖 유형의 대답들이 시나리오처럼 만들어 졌다. 

그러면서 나머지 사회, 기술가정 등 모든 과목의 점수를 확인하고 학교에서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에게 쓴 통신문의 내용까지 죄다 읽어 보았다. 고놈의 수학 말고는 학교생활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는데.
아이는 제 아빠의 얼굴에서 이미 수학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표정을 읽은듯 석고처럼 굳어 있었다.
"왜... 수학이 좀 어려웠니?"
목소리를 낮춰 다정하게 물었다. 공부 못한게 죄는 아니니까. 다만 더 잘해주길 바랄 뿐이지.
"네. 다른 애들도 평균점수가 낮아요. 이번에 수학이 무척 어려웠어요"
"그랬어... 그래도 60...." 역시 6이라는 숫자 다음으로는 더 말이 나오지 않아서 머뭇거려 졌다. 뭔가 말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그때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
"아빠. 근데요, 우리 수학선생님 잘 못 가르쳐요.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입시 때문에 전부 3학년에 배치시켜 놨다니깐요"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를 질책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다만 조금 더 분발해 주었으면 하는 애비의 바램만 전하고 싶었을뿐.

그런데 느닷없이 선생님을 일컬어 실력 운운 하다니. 아이가 선생님의 실력을 평가하려 들다니? 
내가 아이 잘못 키우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너무 당혹스러웠다. 제녀석이 학업을 게을리 한건 생각하지 않고 선생님 탓을 해? 그것도 배우는 학생이 스승이 실력이 있네 없네라며....

내 아이지만 참 기가 막혔다.  순간적으로 어처구니 없어서 말문을 닫고 있는 나를 보고는 아이가 제 녀석의 말에 동조라도 해 주는걸로 착각한듯 이어서 결정적 한방을 더 먹여줬다.
"우리 친구들 다 그런다니까요. 선생님이 맘에 안 든대요"
"너, 이놈!"
아이가 화들짝 놀래 뒤로 물러섰다. 예상치 못한 아빠의 호통에 깜짝 놀랜 것이다.
"선생님이 실력이 없다니? 너, 누가 그런 말 하라고 가르쳤든? 엄마야? 엄마가 그랬니? 엄마는 그럴리 없거든. 그러면 너희들끼리 말 만들어서 퍼트리고 다니면서 딴소리 하는거지?"
"아....빠.... 그게...."
"이놈아, 공부 안한 너한테 잘못이지, 왜 선생님 탓을 하니? 네 말대로라면 수학을 배운 다른 아이들도 전부 60점대이겠네? 다 그러니? 말 해봐 이녀석아"
"..................."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말라고 했는데... 이 녀석들이 정말. 어디 감히 선생님 평가를 하는거야? 제 잘못은 모르면서. 너 당장 가서 반성문 써 가져와!"

아이를 제 방으로 보내 놓고 나서도 한동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선생님을 그렇게 대한다면 다른 사람들이야 어떨까 싶어 더욱 걱정됐다.
한참후 반성문을 써 들고 와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하는 아이. 아이에게 설사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이 좀 달라도 스승은 스승이고, 그 존경심에는 한치의 변함이 없어야 함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설명해 주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까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평소에도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요구만 하는 사람,  자기가 먼저 자기의 일을 하지 않는 한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인데도 자기 일은 하지 않고 다른 사람만 비난하는 태도를 보아왔기에 아이의 그런 비슷한 모습에 화가 났었다. 하물며 자기를 가르치는 스승에게.

자기가 먼저 그것을 해주면 저절로 이루어질 수 있는데도 자기는 하지 않고 남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 이런것도 가정에서 부모가 제대로 가르쳐 준다면 어릴때부터 충분히 고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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