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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係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개그맨 김영철
2012-07-26 10:15:46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10:15:46 작성자 : 시민기자   한주희

SE係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개그맨 김영철_1
강연장 앞. 사회적 기업을 한 눈에 이해 할 수 있도록 세워진 거치대

수원시가 주최하고 사회적기업 경기재단이 주관하는 'SE係로(세계로) 페스티벌'이 17~19일 에 열렸다. 
'2012 SE係로(세계로) 페스티벌'은 양극화, 실업, 성장의 한계, 환경문제, 사회서비스 수요 증가, 사회갈등 등 복잡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 모델인 사회적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기업이 가지는 순기능을 알리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 중 하나인 'healing road'는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확대와 윤리적적 소비 확산을 위해 마련된 강연 콘서트로 인계동 ibis호텔에서 진행되었다. 

'healing road'의 강연자이자 사회자, 개그맨 김영철. 
그는 방송에서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리며 과장된 표정으로 하춘화 성대모사를 하는 어딘가 억지스러운 웃음을 유발한다. 개그맨은 해학을 담아 사회와 인물 풍자를 해야 하는 사명감에 휩싸여 있다고 해도 그가 하는 아름다운 여배우의 흉내는 유쾌하거나 의미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몇 년전부더 새로운 타이틀이 그의 이름 앞에 붙었다.  

'영어 잘 하는 개그맨' 김영철.   이제 그는 행사 사회보다 영어 강연을 더 많이 하고, 다른 연예인 성대모사보다는 흑인 아주머니, 영국아주머니 성대모사를 맛깔스럽게 하고 있다. 

'healing road' 강연 입장 시간은 6시 20분. 좋은 자리를 선점하겠다는 욕심으로 강연시간 1시간 전부터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태풍 소식 때문인지 강연장 앞에 기다리는 사람은 눈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었다. ' 관객이 적어서 강연이 취소 되면 어쩌지?' 걱정하고 있는데 엘리베이터 앞에 갈 곳을 못찾고 이리저리 헤매는 아주 평범한(?) 남자 둘이 보였다. 자세히, 아주 자세히 보니 개그맨 김영철이었다.  TV화면 속 그는 말랐지만 키도 커 보이고 한 눈에 알아 볼 만큼 튀는 인상이었는데 실제로 본 그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한( 아주 조금 입이 튀어나온) 그 나이 또래 아저씨였다. 대기실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크나큰 호감을 가지고 있는 연예인은 아니었지만 진짜 김영철이 맞는지 확인해보려는 순수한 목적으로 그 뒤를 살짝 따라갔다. 매니저와 눈이 마주쳤다. 무슨 말이든 안하면 뒤를 졸졸 따라와 훔쳐보는 이상한 여자애가 되버릴거 같아 "김영철씨와 사진을 한 장 찍고 싶다"고 했다. 매니저는 지금은 곤란하다며 푸근한 미소로 손사레를 쳤지만 생각보다 이지적이고 도도해 보이는 김영철씨가 이쪽으로 들어와서 찍자고 했다. 

강연 준비로 사회 준비로 마음의 여유가 없을텐데도 순식간에 쾌활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는걸 보고 연예인은 연예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영철씨도 나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지 않아 한적했던 강연장앞, 엘리베이터도 정면에 있어서 누가 올라오는지 내려가는지 다 보이는 오픈 된 공간이었음에도 김영철을 알아본 사람은 내가 최초이자 그 시간에는 유일했다. 연예인이 지나가는데 알아봐주는게 시민의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나의 눈썰미에 고마워 해야 한다.

SE係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개그맨 김영철_2
사회적 기업의 공연

사회적 기업 악단의 연주로 'healing road'는 시작되었다. 금관 악기들로 이루어진 악단의 연주는 신나면서 어딘지 모르게 구슬프게 들렸다. 
이어진 순서는 개그맨 김영철의 강연. 할 말이 많아서 20분으로는 안되니, 시간을 더 달라고 해도 안된다고 하고, 그럼 강연을 안하겠다고 해도 안된다고 한다며 투덜투덜 대며 관객들에게 시원한 웃음을 선물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얼마전 어느 잡지 11주년 축하파티에 갔던 일화를 들려줬다. 에디터들이 '11년동안 자신에게는 어떤일이 있었는가' 를 적어 놓은 board가 있었는데 수많은 이야기 중에 '11년 동안 나는 살도 더 찌고, 늙고, 주름도 더 많아 졌지만 11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히 꿈꾸고 있다' 라는 글이 그에게 짜릿한 감동을 주었다고 한다. 
"여전히 꿈꾸고 있다. 그 글을 본 순간부터 그 글을 생각할때마다 설레여요"

'여전히 꿈꾸고 있는 나' 
김영철의 꿈은 처음부터 개그맨은 아니었다. 개그맨들 대다수가 그렇듯이 자신도 자신의 의지보다는 타인에 의해 밀리듯 개그맨 시험을 봤다. 그 전에는 탤런트 시험을 보러 다녔다고. 물론 자신의 얼굴이 주인공으로 적합하지 않은 건 알았지만 그렇다고 얼굴만 봐도 개그맨이다 싶을 만큼 못 생겼다는 생각은 해 본적이 없다고. 관객 모두들 이 대목에서 한바탕 소나기처럼 시원하게 웃었다.  

김영철이 개그맨 시험을 본 시기가 IMF여서 당시 최종 합격자 14명을 반으로 줄이라는 윗선의 결정이 났다. 마지막 질문이 10초간 자기소개를 하는 거였는데 앞선 지원자들이 ' KBS에서 개그하다가 뼈를 묻겠다', 'SBS 팍! MBC 팍! KBS가 최고! ' 라는 둥 해대는 탓에 본인 순서가 다가 올 때까지도 뭘해야 하나 망설였다고 한다.  
결국 인생을 뒤 바뀐 그의 자기소개는 " 지금 제 눈 앞에는 이홍렬, 신동엽의 모습이 스쳐갔습니다. 10년 뒤 저의 모습이 아주 조금은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 였다.  

물론, 1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반도 못 따라 가고 있다고 자신을 낮추었지만 조금은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김영철과 김대희의 자기 소개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평을 합격 후에 들었다고 한다.
김영철은 지금도 10년 뒤 모습을 그린다. 다짐처럼 던지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머릿 속에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Design your thinking!"
길게는 10년 뒤, 짧게는 일주일 계획을 그리면 벅찬 설레임을 느낀다고. 지금부터 10년 뒤 김영철의 꿈은 헐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개그맨이다. 
"이병헌씨도 헐리우드 영화의 주연으로 몇 편의 영화를 찍고, 김윤진씨도 미국 인기드라마에 주인공으로 캐스팅 되었다. 나라고 못할 것 없다. "

박진영이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아무도 자신의 음악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만나주지도 않아서 음료를 사들고 매일 윌스미스 사무실에 눈도장을 찍은 일화는 유명하다. 결국, 윌 스미스는 박진영의 음악을 듣고 자신의 앨범에 실었다. 한국인의 근성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특출난 국민성이라는 박진영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집 문 앞에서 한 달도 기다릴 수 있다. 잠깐이라도 말 할 기회만 주어진다면 '신의 입술'을 빌려 배역을 따낼 자신도 있다."  

자신의 확고한 꿈을 말했다. 꿈을 말하고 있는 그의 모습은 방송에서 보듯 가벼워 보이지도, 허황되 보이지도 않았다.  개그맨의 꿈을 꾸었을때, 영어를 공부하겠다고 했을때 '니가 할 수 있겠냐?'라는 주변의 의심스러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 현재 자신의 모습으로 만들어 낸 사람이 김영철이다.
 "저는 헐리우드 영화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친구로 스칼렛 요한슨에게 편지를 전해주는 괴짜스러운 동양인 청소부 역할을 꼭 할거에요. " 

SE係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개그맨 김영철_3
멀어도 확연히 알 수 있는 긴 얼굴과 예의바른 그의 구강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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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係로 페스티벌에서 만난 개그맨 김영철_4
관객에게 질문하는 김영철, 이 날 관객들 또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로 강연장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아무리 주변에서 그의 꿈을 터무니 없다고 얕잡아 보고 야유를 보내더라도 예전에도 그랬듯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본인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고 있으리라.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지, 무엇을 견뎌내야 할 지도 이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똑똑한 사람이니까.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바뀌면 주변이 바뀌고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꼭 명심하길 바란다는 당부를 남겼다. 
"change your attitude"
더 큰, 원대한 꿈을 꾸는 것이 사회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며,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책도 많이 보고 더불어 자신의 책도 좀 봐달라는 아주 재치있고 유쾌한 홍보까지 잊지 않았다.

개그맨 김영철의 강연을 보고 우리는 연예인, 특히 개그맨에 대해 편협한 선입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 개그맨은 실없는 농담이나 해대는 가벼워 보이는 사람. 그들이 하는 노력이라고는 사람들과 어울리고, 다른 사람 놀리는 정도쯤으로 보지는 않는지. 
그는 강연 중 단 한차례의 버벅거림도 없었다. 이야기의 화제가 언제 전환되었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이끌어 갔다. 같은 표현도 두 차례 이상 쓰지 않으려는 듯 다양한 어휘를 사용했으며 그 와중에도 관객의 반응을 살피고 적절한 타이밍에 관객에게 질문을 하면서 관객과 소통도 잊지 않았다. 

행여 한 명의 관객과의 대화가 자칫 강연 전체의 흐름을 해할까 관객과 대화마저도 개그화시켜 사람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중간 중간 개그맨임을 확인 시켜 주듯 성대모사와 위트있는 한마디를 툭툭 던지기는 했으나 금세 자신의 이야기로 되돌아 왔다. 강연 처음부터 끝까지 구명조끼를 입고 넘실거리는 파도 흐름에 몸이 편안히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것처럼 관객들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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