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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2012-07-26 11:03:34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11:03:34 작성자 : 시민기자   윤석천
'지못미'라는 말이 있다. 설명을 안해도 다 아는 말이지만 '지켜 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는 말의 줄임 표현.
내 경험에서 느낀 바를 이'지못미'로 표현하는게 적절할지는 모르지만 최근에 빌딩 안에서 청소 하시는 분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을 보고는 정말 지못미라는 말이 자꾸만 떠올라 한동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재 확인을 위해 지하 3층에 주차장에 마련된 창고에 내려갔는데 엘리베이터 옆 건물 벽면쪽에 자그마한 문이 열려 있었다. 혹시 누가 실수로 창고 문을 열어두고 갔나 싶어 다가가 보니 우리쪽 자재와는 상관 없는 공간이었다. 조그만 방을 연상케 하는 실내 분위기. 
바닥에는 황토색 무늬가 있는 장판이 깔려져 있었다. 그 안에는 선풍기도 있고 라면을 끓여 먹은 듯한 빈 봉지와 김치통, 그리고 나무젓가락이 방바닥에 함께 있었다.

지켜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_1
지켜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_1

여기에 누가 산단 말인가. 이 푹푹 찌는 무더위에 건물 지하 3층에서 취사까지 하면서?
의문을 품고 조금 더 가까이 가 보니 그 공간의 출입문이라 할수 있는 철문 옆에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놓여져 있었고 문에는 '관계자 외 출입 금지'라고 씌여져 있었다.
아... 그제사 거기가 어떤 곳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빌딩 청소를 담당하시는 미화원분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을.
더 이상 관심을 가지고 가까이 다가가는게 그분들께 부담이 되고, 원치 않는 일일수 있을것 같아 서둘러 돌아 나왔다. 

그러면서 잠시전 보았던 그곳 실내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자동차 주차장에서 내뿜는 자동차들의 배기가스와 탁한 지하 공기 속에 휴식공간이라고 만들어져 있으니. 그나마 환기도 되고 닥트시설이 되있을거라고눈 생각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실내가 쾌적하지는 않을 것이다.

빌딩 주인은 저분들의 휴식공간을 거기밖에 만들어 줄수 없는걸까. 내가 자꾸만 그분들게 '지못미'라는 말이 떠오르면서 죄송한 느낌이 드는건 무슨 일일까. 아니 이건 그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건물 뿐만 아니라 미화원분들이 일하는 모든 빌딩들이 다 그럴거라는 생각을 해 보니 이것 참...

청소 일을 하시는 분들은 굳이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소일거리 삼아서 일 하는 분도 계실 것이고, 정말 생계를 위해 나서는 분도 계실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근무 환경을 보면 참 안타깝다.

병원뿐만 아니라 어느 건물이건 청소를 하는 노동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를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그 업무 성격상 100% 계약직이거나, 혹은 청소용역업체의 파견직이다 보니 신분이나 보수를 가지고 평가하자면야 우리 사회 일반 근로자들 중에 가장 열악한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신분이 그래서인지 청소 노동자들의 처우는 열악한데 그중에서도 식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조차 없거나 겨우 지하주차장에서 이렇게 생활을 하시는 걸 보면 정말 안타깝다. 

언젠가 TV인터뷰에 나오신 청소 근로자 한분이"우리 같은 청소 노동자들은 이 사회에서 눈에 띄지 않아야 하는 사람들이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은적 있다.  그 말 들으니 안타까왔다.
그 TV인터뷰에 나오신 분은 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이었는데 모두 계약직이다 보니 내일 당장 나오지 말라고 해도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이고, 청소 도중에 부러진 주사 바늘에 찔리거나 제대로 된 마스크나 장갑도 제공되지 않아 오염물질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하셨다. 

직종이 아무리 계약직인 청소 노동자라 해도 적절한 작업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게 사업주의 의무 아닐까. 
앞으로 큰 빌딩을 지을 때는 청소 노동자들의 휴식공간을 의무적으로 만들도록 할 수는 없는지, 그리고 이런 분들이 근무하는 현재라도 이분들의 쾌적한 휴식 공간은 마련해 줄수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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