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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면서 일하자, 당장 죽는 것도 아닌데
2012-07-26 11:26:16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11:26:1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석원

나이를 먹다 보니 사소한 몸의 이상에 대해서도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대변이 조금 가늘기만 해도 "내가 혹시..."하면서 바짝 긴장하게 되고, 소화가 조금 불량하기라도 하면 "이거 만약..."이라면서 스스로 마구 병을 키워본다. 
하긴 책에 나오는 어떤 증상들을 내 몸에 대입시켜 보면 우리 몸은 전부다 종합병동이니까.

병원에 가면 늘 듣는 말이 있다. "기계도 오래 쓰면 낡고 닳는데, 사람의 장기야 오죽하겠습니까. 당연히 기능이 떨어지는겁니다. 받아 들이세요. 운동 열심히 하시구요"
이거 참.... 나이 먹는 것을 받아 들여야 하는데도 그걸 인정하기 어려운걸 보면 내가 사는 것에 대한 탐욕이 큰건가 하는 반성도 해 본다.

그러면서 '그게 아니지'싶다. 내가 건강해야 가족들에게 누가 되지 않고, 당장 나부터 몸과 마음이 편한거니까 건강을 챙기는건 아무 죄가 없는 것이다, 아무렴.. 암, 암..
그런데 지난 달 말 즈음부터 시작된 위통이 거의 한 달 간 계속됐다. 부드러운 음식만 먹으면서 기다리면 괜찮아지려니 하면서 죽을 먹기도 하고, 물조차도 차가운건 피하고 미지근하게 데워먹곤 했는데 좀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진작 병원에 가봐야 했지만 내시경이 두려워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한 달이 훌쩍 넘어 버렸다.   

참다못해 결국 병원을 찾았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지만 더는 방법이 없었다. 아무래도 속을 들여다 봐야 알것 같으니 내시경을 하자는 병원의 진단에 동의 하고 예약을 받은 몇일후 결국 병원에 가서 크게 심호흡을 하고 검사대에 누웠다. 
수면 내시경이 있다지만 보호자 없이 혼자 왔다니까 그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일반 내시경을 할 수밖에. 

새끼 손가락만한 관이 들어갈 뿐이라고, 목구멍이 막혀 숨이 멎을 것 같은 기분이 들겠지만 느낌일 뿐 이라고, 전혀 그럴 일 없다고 의사가 거듭 안심을 시켰다. 나 역시 군대에서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그까짓 내시경쯤이야 뭐 그리 무서우랴 대범하게 마음먹자고 스스로를 달랬다. 
그런데도 막상 내시경이 내 식도를 통과해 들어가자 정말 참기 힘들었다. 목구멍을 콱 틀어막는 것 같은 느낌에 숨도 제대로 쉴 수 없고, 뭔가가 금방이라도 목구멍을 넘어와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관이 목을 통과하고 나서도 위장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자 위벽을 긁어내는 것처럼 괴로웠다. 어찌나 긴장하며 힘을 주었던지 다물었던 어금니며 검사대를 부여잡았던 손바닥이 다 얼얼했다. 
내가 내 속을 보는 데 이리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되다니. 그러고 보니 내 것이면서도 정작 내 몸 속을 알 길이 거의 없구나 싶었다. 그저 밖으로 드러난 외양만 보며 살아가는 것이지.  

검사를 끝낸 담당 의사선생님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식도와 위장, 십이지장을 찍은 사진들이었다. 특히나 상처가 있는 부분은 크게 확대해서 자세히 보여줬다. 컴퓨터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장기 사진들을 보고 있으니 아주 낯설고 이상했다. 

수십년간 내것으로 가지고 산 것이면서도 내가 볼 수 없었던 장기들. 의사선생님 말로는  식도염이 조금 있고 위벽이 좀 헐어있다는 것이다.
그게 결국은 십이지장 궤양이라나.

몸과 마음을 좀 쉬라는 진단과 함께 약 처방이 쥐어졌다. 몸은 그동안 피곤하다며 계속해서 힘들고 고단하다고 신호를 보냈는데도 내가 보살피지 않은 것이 결국에는 탈이 난 것이다.
맛있다고 무리해서 먹은 일이며, 술이며, 야근이며, 과식이며, 불규칙한 야식이며...그렇게 몸을 혹사시킨 날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아직은 잘 버텨내고 있으니 앞으로는 절대 더 이상 몸 속을 괴롭히지 말라시는 의사선생님의 당부 말씀이 귀에서 왼종일 앵앵거렸다. 
"그래, 결심했어! 쉬면서 일하자. 당장 죽는것도 아닌데..."
모두 다 쉬어가면서 일하자. 한숨 돌리고 하늘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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