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가전제품에 대한 단상
2012-07-20 19:24:22최종 업데이트 : 2012-07-20 19:24:22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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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어버이날 아침에 특공연대소대장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래된 가전제품에 대한 단상 _1 당시 우리 집에는 외삼촌께서 동거하고 계셨다. 일정시간이 되면 텔레비전을 꺼야하는데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동네사람들로 인하여 삼촌께서는 나를 시켜 텔레비전을 끄게 하고는 하였다. 그때 소리치던 말씀 "00아 텔레비전 꺼라~", 차마 못 끄고 있노라면 이내 "00아 안꺼~""테레비 안꺼~" 하며 나에게 소리치곤 하였다. 이후 나에게 붙은 별명이 안꺼..안꺼 하다가 '앙꼬'가 되었다. 오십 중반이 넘은 지금도 당시의 친구들 중 아직도 나를 앙꼬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다. 텔레비전이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번엔 커다란 스피커와 전축이 생겼다. 외삼촌께서 약주 한잔하고 퇴근하는 날이면 손에 LP판 한 장씩을 사들고 들어와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듣고는 하셨다. 덕분에 내 나이 십대에 부베의 연인, 베사메무쵸, 빠리는 안개에 젖어 이런 경음악을 듣고 지냈으며, 당시 들었던 음악 중에 나름 신나던 음악이었던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꼿으세요'라는 곡은 십년 째 지금도 내 핸드폰속의 유일한 컬러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헌인릉에 소풍가서 야전 틀어 놓고 헤이투나잇, 모리나, 뷰티플썬데이, 프라우드메리에 맞춰 개다리, 트위스트, 고고춤 추던 시절이 있었다. 밤 늦은 시간 방송국에 보낼 엽서를 꾸미며 신청곡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불속에서 듣던 트랜지스터라디오의 추억으로 난 지금도 트랜지스터로 FM방송을 듣고 있다. 이후 한때 음악에 심취하여 디스크자키가 되고 싶어 군에서 제대 후 명동의 꽃 다방, 동대문 상록수다방, 을지로 예전다실, 화양리, 천호동 등 음악다방을 전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덕분에 지금도 추억의 LP판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결혼 25년이 흐른 지금, 우리 집에 놀러오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이 제일 먼저하는 말이 "와 골드00다~" 모르는 사람들이 오면 "00전자 다니세요"라고 묻는다. 아직도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29인치 텔레비전과 주방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육각수 만들어 주는 냉장고를 보면서하는 말이다. 디지털방송이 송출되는 내년에도 난 지금의 텔레비전을 그대로 사용하려고 한다. 이 상태라면 아마 미래의 나의 손주들도 골드스타 제품을 구경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처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니 아련한 추억과 함께 하늘나라에 계신 외삼촌이 그리운 날이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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