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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하는 심정
2012-07-21 12:05:26최종 업데이트 : 2012-07-21 12:05:26 작성자 : 시민기자   송경희
새 시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하는 심정_1
새 시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못하는 심정_1

"얘, 너 시댁 현관문 앞에 다다라 초인종을 누를까 말까 망설여 본적이 있니? 시댁에 간 며느리라면 당연히 초인종을 누르고 '저 왔어요'라고 해야 하잖아. 그런데 초인종 누르는 일부터 '저 왔어요'라는 말까지 잘 안나온단 말야. 이런 기분 이해 못하지?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친구의 고민이었다. 친구는 시댁 인터폰 너머 들리는 '여성'에게 뭐라 불러야 하나, 걱정을 한다.  호칭을 은근슬쩍 빼버리고 "첫째예요"라든가 "건호 에미예요", 뭐 이런 식으로 대답하리라는 것을 눈치 채지는 않을까 두려워 한다.

친구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시아버님이 재혼을 하셨는데... 그게 무슨 문제가 될까. 남편이 아버지의 재혼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또한 그래서 아버지께 잘 가려고도 하지 않아 아내인 자기도 무척 난감하다고 했다.
함께 부모님께 찾아가 뵙는게 도리인 것을 남편이 극도로 아버지의 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고. 물론 친구가 당연히 시어머니로 인정하고 따르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편은 새 어머니를 절대 인정 못하겠다며 아버님과도 연락도 안하려 하니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아내인 친구에게조차 시댁에 가지 말라고 하니 고민이라고.

그러나 남편의 생각과는 별개로 며느리는 며느리 나름대로의 도리가 있기에 남편에게 굳이 말을 하지 않고 시댁에 들른다는데...
양쪽의 사이가 그렇다 보니 친구도 새 시어머니에게 '어머니'라는 호칭이 팍팍 나오지 않아 고민스러운 것이다. 더군다나 아내인 친구가 연상이다 보니 새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더더욱 나이가 차이나지 않는 문제까지.

부모 자식간에 그게 왜 문제가 되냐고 했지만, 우리네가 모르는 그 가정 특유의 어떤 얼키고 설킨 문제가 있기에 더 이상 물을수는 없었다.
이제 남은건 남편이 도무지 새 어머니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상황과, 그로인해 가운데에 끼인 며느리인 친구의 입장이 난처해지면서 새 시어머니에 대한 호칭마저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아 불편하다는 사실이다.

친구는 어머니 소리는 도저히 안 나오고 그렇다고 아주머니라고 부를수도 없다.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 할 때야 '시아버님의 애인' 정도로 말하면 그만이지만 정작 당사자에게는 뭐라고 부르기가 난감한 것이다. 
남편은 그분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자식들 키우느라 호강 한 번 못해보고 돌아가신 친어머니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다고 한다. 

이렇게 호칭을 회피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친구는 시댁에 갈때마다 "어유, 왜 이렇게 더운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로 호칭을 없애고 시댁 현관문을 어영부영 통과하는 묘수를(?) 쓰고 있다.
저녁 진지상을 차린후 두분께 진지 드시라고 여쭙게 되면 시아버지는 밥 먹는 일보다 식탁에서 서성이는 일이 먼저라 하신다. 며느리가 불편함을 느껴 같이 식사도 못한채 돌아갈까봐 안타까와 함께 먹자고 이야기 하시려고.

참... 그 아버님 또한 얼마나 맘 고생이 크실까 싶었다. 
식사후 설거지를 마친 후 현관문을 나서면 새 시어머니는 아파트 1층까지 따라 나서신단다. 그럴때마다 친구는 내 옆에 걷고 있는 이 여자, 자신이 예전에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친어머니의 아련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느껴 더욱 죄스럽고 묘한 기분이 들어 참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럴때마다 친구는 이 여자를 '어머니'라고 부르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 오른다. 그리고 덥석 팔짱이라도 끼고 싶어진다고....  

우리 주변에는 불의의 사고, 혹은 안타까운 병마를 이기지 못해 너무 일찍 세상을 뜨신 부 모님들이 많이 계신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기나긴 인생살이, 외롭고 쓸쓸히 보내는것 보다 누군가 옆에서 등을 긁어줄 반려자를 만나 서로 알콩달콩 살아가도록 마음으로나마 응원해 주는 건 어떨런지. 그게 사람 사는 향기 아닐까. 하물며 부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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