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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흡연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길을 걷다가 딜레마에 빠진 날
2012-07-24 21:03:36최종 업데이트 : 2012-07-24 21:03:36 작성자 : 시민기자   유시홍

며칠전 토요일 저녁, 지난 30년 동안 비가 오나 눈이오나 매월 한 번씩 변함없이 만나는 죽마고우들을 보러 서울로 가는 날이었다.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후배와 함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길을 걷다가 어느 상점 앞에 이르렀을 때 십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어린여자 아이 둘이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무심코 그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얼떨결에 시선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우리의 시선은 아랑곳 하지 않은 채'뭘 쳐다보느냐'는 듯 인상을 쓰면서 태연스럽게 담배를 깊이 한번 빨더니 허공을 향하여 담배연기를 내뿜는 것이었다. 

그 상점 앞은 횡단보도를 향하여 가는 길목으로 인근에서 아마 가장 왕래하는 사림들이 많이 있는 길가였다. 순간 뭔가 욱하고 치밀어 오는 마음에 한마디 하려고 돌아서려는 찰나 후배가 나의 손목을 잡아채었다. 아는 아이들도 아닌데 그냥 모른 채 하자라는 것이었다. 그 후배도 나이가 오십이 되었는데 어느 날인가 길가에서 라이터를 빌려달라는 아들 같은 학생들에게 한마디 하였다가 도리어 무안을 당한 적이 있었다는 말을 하였다. 

길가에서 흡연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_1
영화 '써니'중에서

언젠가 뉴스에서, 동네 골목 앞에서 담배피우는 학생들을 혼내고 나서 약수터를 향하여 가던 어머니 같은 여성을 뒤 쫒아가서 무참히 살해하였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그리고 현직교사가 역시 담배를 피우던 학생들을 훈계하다가 뭇매를 맞았으며, 어떤 사람은 훈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발생하여 도리어 폭행죄로 처벌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그리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토론광장에 올라와 이슈가 된 글 중에, 덩치가 좋은 고등학생 여러 명이서 또래의 왜소한 아이 한명을 둘러싸고 폭행을 하며 금전을 갈취하는 현장을 우연히 발견한 내용이 있었다. 
무수한 댓글들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본인의 체격조건이 남들보다 월등하다거나, 운동경력이 있어 남을 제압할 자신이 있다거나 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답이 못 본 척 그냥 지나친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로는 요즘 아이들은 겁이 없어서 욕설이나 폭행 등의 험한 꼴을 당하기 일쑤라는 이유에서였다. 

그 글을 읽으면서 만약 내가 저런 상황에 맞닥트리면 어떤 행동을 취할까하는 상상을 해 본적이 있다. 지금의 내 심정으로서는 성격상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재차 반문 하였을 때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리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길가에서 흡연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_2
길가에서 흡연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_2

문득, 언젠가 책에서 보았던 이런 글이 생각난다.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가 어떤 사람이 길가에서 똥을 누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 사람을 불러 꾸짖었다. 그리고는 다시 길을 걷고 있는데 이번에는 길 한가운데서 똥을 누고 있는 사람이 나타났다.
순간 제자들은 '저 사람, 이번엔 엄청 호되게 혼나겠지'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공자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스쳐 지나치는 것이었다.
이에 의아하게 생각한 제자 한명이'스승님, 저 사람은 아까 그 사람보다도 더 나쁜, 길 가운데서 똥을 누는 사람인데 어찌 꾸짖지 않습니까?'라며 공자에게 물었다. 
그러자 공자는'길가에서 똥 싸는 놈은 가르치면 고쳐질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길 한가운데서 똥 싸는 놈은 아무리 가르쳐도 소용이 없는 놈이다' 라고 하였다고 한다. 

과연, 공자의 처신도 올바른 것이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임에서 마신 술의 취기로 인하여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저녁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 한 참 동안 많은 생각을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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