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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사색하며 광교산에 오른다
책과 등산은 최고의 궁합
2012-07-25 02:41:07최종 업데이트 : 2012-07-25 02:41:0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소영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감사와 행복거리를 찾는다. 이는 내가 가진 내 삶의 모토이자 기본 가치관이며 나를 표현해주는 한 문장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뭔가 색다른 일이 없을까? 이리저리 발품을 팔며 돌아다니기도 굉장히 잘하며, 호기심도 무궁무진한 편이다.

이번엔 또 이것을 산행에 적용을 했다. 지난번 친구들과 함께한 광교산  '동행 산행'에 이어 평범한 산행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새로움을 접목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이번엔 이름 하여 '독서산행'. 말 그대로 독서를 통한 산행을 일컫는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민도식 작가님은 산을 일주일에 1번꼴로 오르시는데, 등산을 '아이디어 창고'라고 표현하신다. 그 이유는 땀을 흠뻑 흘린 후. 육체적인 한계를 경험한 이후! 그제 서야 비로소 그동안 풀리지 않았던 프로세스며,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등산에서의 사색은 비교적 긴 시간을 몰입해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생산하는데 좋은 역활을 한다.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에 더 깊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는 새롭게 추가되는 아이디어도 있고, 기존의 것을 보완하는 것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우도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접하는 자연은 늘 신비로움 이기에 그에 맞춰 내 정신도 옷을 갈아입게 되는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 주는 혜택이다." 민도식 '나를 확 바꾸는 실천 독서법' 중

나는 등산을 통한 '사색의 맛' 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산을 천천히 오르면서 독서등산을 해봤다. 볼펜하나와 포스트잇도 함께 더불어. 책 선정은 평소에도 많이 읽었던 책으로, 속독이 아닌 정독모드로 택했다.

읽고 사색하며 광교산에 오른다_1
읽고 사색하며 광교산에 오른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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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사색하며 광교산에 오른다_2
읽고 사색하며 광교산에 오른다_2

독서산행을 시작한지 30분도 안 되었는데 참 신기한 일이 내 머릿속에서 일어났다. 사실 독서산행으로 택한 책이 5번도 넘게 본 책이라 '뭐 그동안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생각이나 깨달음은 비슷하고 똑같겠지' 이렇게 생각 했는데, 전혀 다른 발상으로, 또 새로운 아이디어 들이 마구 쏟아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글귀도 있었구나, 그땐 이 글귀가 와 닿지 않았었는데.' 등등. 자세히 보고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말한 나태주 시인의 풀꽃효과였다. 

책을 읽으며 오르다 이런 에피소드가 생겼다. 어느 한 커플이 등산데이트를 나왔는데 여자가 너무 힘겨워하면서 남자친구에게 도저히 못가겠다고 울먹거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봤을 때 그때 그 여자의 표정은 한 발자국만 더 가자고 하면 '우리 이만 헤어져' 였다. 그런데 그 사이를 내가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지나가니 남자친구가 여자 친구 에게 하는 말.
"저것 좀 봐 !우리도 해탈의 경지에 올라야 해." 순간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내가 해탈의 경지에 올랐다니.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닌데 말이다.

산을 오르면서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처음에는 사실 위험하고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워낙 자주 오르던 광교산행길이라, 생각보다 헤매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에 집중하며 읽을 수 있었다. 물론 하산 길에는, 위험하기 때문에 오를 때만 책을 읽었다. 오를 때 2/3, 정상에서 1/3읽음으로써 한권 정독.

독서산행을 한 후로 나는 전공 서적이나 어려워서 잘 안 읽히는 책이 있으면, 기본 셋팅 준비를 하고 산으로 간다. 자외선이 강하고 햇빛이 많이 드는 여름철이니 모자와 선글라스, 목마를 때 목을 축일 생수2병, 책 한권이 기본 셋팅 친구들이다. MP3는 챙기지 않는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은 노래가사와 책 내용과 엉키고 집중에도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이미 산에는 풀벌레 소리, 바람 소리로 가득한 24시간 MP3가 있다.

누군가 말했다. 영혼은 살아있는 사람의 어깻죽지 에서 펼쳐지는 날개라고. 고통 속에서도 살아 있는 눈을 지닌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라고. 살을 에는 겨울바람도 봄을 향해 분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 하늘이 열어주는 길의 이름이라고. 

나는 '독서 산행'이야말로 내 속에 숨겨진 영혼과의 조우가 아닐까 싶다. 끊임없는 사색을 통한 나 자신과의 만남. 그것이 독서 산행의 맛이 아닐까. 혹시나 독서 산행에 관심 있는 분들은 내게 연락을 주길 바란다.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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