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국화꽃 향기 같은 시어머님
2012-07-25 06:58:42최종 업데이트 : 2012-07-25 06:58:4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고부간의 갈등, 대한민국 5천년 역사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도 그 크기와 내용만 다를뿐 여전히 존재하는 것 아닐까.
어떤 며느리들은 무척 힘든 시집살이를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며느리들은 친정 엄마보다 더 편하다고 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며느리도 있다. 이런저런 고부간의 갈등은 오늘도 여전히 TV드라마의 단골 소재이다. 

주위 며느리들을 살펴 보아도 자기 일을 가지고 사회 생활을 하는 며느리든지, 아니면 집에서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워내는 며느리이든지 각양각색인데, 우리 시어머니 이야기르 하자면 참 국화꽃 향기같은 분이시다.
남편의 성품이 약간 무던한 편인데, 우리 시어머니는 더욱 더 무던하시다. 무엇이든 이해를 잘 해주시는 편이고데, 어떤 일이 생기거나 무엇인가 결정해서 말씀을 드리면 그 첫마디가 "네가 옳다"이다. 우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고 들어가시는 것이다. 

남편이 해외 출장을 위해 중국에 가게 되어서 약 2년간 부모님께 얹혀 살았던 적이 있었다. 7년전쯤 일이다.
따로 살 때는 워낙 시간이 잘 나지 않는 남편을 둔 덕분에 집안일에 거의 신경을 쓰지 못했기에 왜 그런지 시부모님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나 혼자서는 시댁에 잘 가지지 않았었다. 

그런 시댁에 들어 함께 산지 두달이 지났고, 나는 여전히 살림이 익숙하지 않았다. 게다가 직장까지 다녀야 하고 아이들의 입맛도 시부모님들과 다르고, 좋아하는 음식도 다른 어른들이고 보니 어머님 앞에서 무슨 음식을 하기란 좀처럼 큰 용기가 없으면 겁이 나는 일이었다.

게다가 우리만 살 때는 뭐든지 하고 싶을 때 하면 되는데, 시댁에서는 빨래는 아침에, 매끼니마다 뭔가 새로운 음식을 한두개는 해야만 상차림이 온전히 된 것같았다.
하지만 내가 끓인 국이 싱거워서, 나물이 맹맛이어서, 뭔가 한가지씩 부족한 음식을 올려놓을 때마다 얼마나 난처한지... 그나마 더 웃긴 것은 내가 만든 음식은 시부모님이 다 드셔주셨다. 
원래 시댁에 들어올 때는 살림을 배워야지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는데, 그래도 막상 눈앞에 닥치니 배워서 들어왔어야 하는구나하고 하는 후회도 들고.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날려주신 결정적인 한마디...
"시집살이 어렵지? 반찬은 너희들 해 먹고 싶은거 해 먹거라. 우리 노친네덜이야 원래 아무거나 잘 먹잖냐. 애덜 먹고싶은거 해줘야지. 한참 크는 아이들인데"
앗, 그동안 보이지 않는 나의 고민을 일시에 씻어주시는 말씀이었다. 거의 멘붕 수준. 감동의 눈물이 마구 쏟아지려고 했다. 

국화꽃 향기 같은 시어머님_1
국화꽃 향기 같은 시어머님_1

물론 어머니 말씀이 그러시다 하여 우리 맘대로만 해 먹을것은 아니지만,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 주시니 나는 몸둘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어머님께서 아침에 깨워주시고, 밥을 해놓고 부르시기까지 했다. 직장 다니는 며느리 힘들까봐 당신이 먼저 일어나 아침밥 다 차려놓고 며느리를 부르시는 분. 세상에 이런 시어머니가 어디 또 계실까. 

몇 번 그렇게 당하고(?) 보니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알람을 두 개씩 맞춰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내가 일어나 팔을 걷어 부치고 어머니께 방에 들어가시라 등을 떠미는 일도 많았다. 
한동안 그렇게 씨름을 하고 나서야 이제 겨우 어머니께서 내게 맡기셨다. 그렇게 주방을 맡아 보니 슬슬 고민이 쌓인거고, 그 고민 끝에 어머니가 "너희들 편한대로 해 먹거라"하신거다. 

하옇튼 이런 시집살이는 행복하기만 했다. 덕분에 당시에 2년간 우리집은 시어머니께서 며느리 시집살이를 하셨다. 며느리가 철이 안나서.. 호호호. 
하지만, 그래도 나는 시어머니를, 시어머니는 며느리인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늘 잘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렇게 시댁에 얹혀 산지 2년만에 남편이 돌아왔고, 그 덕분에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도 해방되셨다. 벌써 7년전쯤 일인데 기억이 새롭기만 하다.
지금도 건강하신 시부모님, 특히 국화꽃 향기같은 시어머님, 두분 모두 두고두고 오랫동안 만수무강 하셨으면 좋겠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