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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
2012-07-25 10:30:21최종 업데이트 : 2012-07-25 10:30:21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전철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_1
전철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_1

주말에 세류역에서 전철을 탔다. 안양에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는데 동행중인 친구들 4명는 자리에 앉았고, 나는 서 있었다. 친구들이 앉은 옆에는 영어가 아닌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언어인 듯한 말을 쓰는 외국인 근로자 3명이 있었다.
그중에 2명은 서 있고, 1명은 자리에 앉아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전철이 수원역을 지날 때 내게도 운좋게 자리가 생겨 친구 옆에 앉게 되었다.

친구가 졸길래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었다.  그러기를 10여분, 문득 고개를 올려보니 내 앞에 양복을 말끔히 차려 입으신 할아버지가 계셨다. 나는 얼른 가방에 책을 넣으며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다. 할아버지의 고맙다는 말을 듣게 되니 조금은 미안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전철이 군포역을 지날쯤에 다른 할아버지 한 분이 또 타셨고, 그 분은 외국인 3명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외국인 3명 중에 홀로 앉아 있던 한 명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얼굴의 가득 웃음을 띄며 곧장 일어나 어색한 동작으로 자리를 양보하는게 아닌가.
"땡큐" 
헐... 할아버지의 대답도 쿨했다. 그냥 "땡큐"하시며 만국 공통어로 인사를 건네시자 자리에서 일어난 외국인은 일행쪽으로 움직여 밝은 표정으로 동료들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후, 저 멀리서부터 어떤 할머니가 껌을 500원에 파는 모습이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토요일 오후라 졸고 있는 사람이 많았고, 할머니의 껌에 신경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 전철칸에서 몇 개 팔지 못한 할머니가 외국인 3명이 있는 쪽으로 향했고, 팔까 말까 고민하던 할머니의 행동을 알았는지 아까 자리를 양보했던 외국인이 선뜻 1000원을 꺼내 껌을 사는게 아닌가.

모르긴 해도 이 동남아 근로자는 그동안 한국 생활을 하면서 술집이든 전철이든 이렇게 껌을 파는 할머니를 자주 본 듯한 눈치였다. 생각지도 않게 껌을 판 할머니의 표정도 밝아졌고, 500원을 거슬러 주려고 하니 외국인은 손가락 2개를 보이며 껌 2개를 샀다.
한국인인 내가 사도 비싸게 주고 사는 것인 걸 잘 아는데, 월급도 많지 않을것 같은 동남아시아 근로자에게 그게 얼마나 비쌀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껌을 산 그 외국인의 표정은 무척 해맑았다.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본 내 친구들의 표정과 나의 표정은 똑같이 웃고 있었고, 외국인 주변에 껌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조금 낮은 나라, 우리의 피부색보다 조금은 어두운 사람들이, 이 땅에서 어렵사리 일을 하면서, 그리고 아주 열악한 분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우리가 힘들고 꺼리는 일을 열심히 하는 그분들. 
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 그렇게 돈을 벌었다고 하는데 국적, 피부색이 똑 같아야만 한국사람이라고 생각치 않는다. 

내가 본 그 사람이야말로 정말 평범한 보통의 한국인이었다. 그는 내릴 때까지 웃는 표정을 잃지 않았던 그 '한국인'. 어느나라에서 온 근로자인지 모르지만 언젠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한국에서 돈 많이 벌어 고국에 가면 행복하게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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