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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야 미안하다
2012-07-27 08:39:34최종 업데이트 : 2012-07-27 08:39:3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우리가 살다 보면 항상 '처음'이라는 것을 경험한다.
예를 들어 국가적으로는 지금 영국에서 올림픽을 하고 있는데 올림픽 첫 출전, 첫 메달, 올림픽 최고 기록 첫 달성 등. 개인의 삶을 되돌아 보면 첫 입학, 첫 사랑, 첫 애인, 첫 키스, 첫 휴가(남자들의 군대에서)첫 직장, 첫 아이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가이든 개인이든 이 '처음'에 대해서는 남다른 애정도 있고 기념일을 삼기도 하고 나름 큰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일들 중에서 이 '처음' 말고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말을 들으면서 겪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부모님께 못해드린 일들에 대한 뒤늦은 후회, 시험이 끝난 뒤에 반드시 하는 굳은 다짐들, 결혼에 대한 상상과 평범함, 그리고 둘째 아이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반응 등이 그런 것들이다.

"원래 다 그런 거야!"라는 반응을 접할 때면 "맞아, 다 그렇지, 뭐!"라고 자기 위안을 하지만 곧 밀려드는 자기만의 후회와 아쉬움, 미안함은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얼마전 동생이 둘째를 가졌노라는 연락을 해왔다. 동생은 첫째를 낳은지 4년만에 둘째를 가진 것이다. 하나도 잘 낳지 않으려고 해서 아기가 부족하다는 판국에 둘째를 갖었다고 하니 반갑고 축하해줄 일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첫 아이를 가졌을때의 서운했던 경험과 뒤늦게 깨달은 "원래 다 그런거야"라는 아쉬움이 함께 떠올랐다. 

몇 년전 내가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나와 남편은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설레임, 하루하루 커가는 기대, 그리고 철저한 조심성과 인내심으로 첫 아이를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기 위해 숲을 산책하고, 책읽기와 노래를 매일 들려주었다. 그렇게 애지중지 최고의 태교를 거쳐 첫째를 낳고 잘 길렀다.

둘째야 미안하다_1
둘째야 미안하다_1

그런데 둘째를 가졌을때는 첫째 때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당장 나는 앞으로 직장을 다니면서 치러야 하는 두 아이의 양육문제가 현실앞에 커다란 걱정거리로 등장했고 남편은 남편대로 첫째때 가졌던 감격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아이를 가진것에 대한 감정의 모든 느낌을 첫째한테 송두리째 주어버려 이미 남은게 없는걸까?
남편은 심지어 남자들이 군대에서 첫 휴가를 나왔을때 부모님의 반응은 거의 남북통일 사업을 혼자 다 일군 뒤 훈장을 받고 나온 정도로 반기지만, 두번째 휴가때는"왔니"에서 세번째 휴가때는 나오자마자 "언제 들어가니?"라고 하신단다.

어쨌든 첫째 때보다는 상당히 무덤덤하게 지내다 보니 열 달이 흘렀고, 행복한 산책 운동을 대신해서 집안일과 첫째 돌보기, 몇 번의 대청소를 했더니 둘째 녀석이 "응애~"하고 세상에 나왔다. 정말 세상의 모든 둘째 부모들이 다 그렇게 겪었을까 싶을 정도로 무심하게 귀한 내 둘째 아이를 만났다.  

둘째를 임신하는 기간 동안 내가 제일 많이 들었던 소리는 "원래 둘째는 다 그래! 미안해하지마! 둘째 녀석들은 뱃속에서부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깨달음을 얻고 나와서 생존력은 강하잖아!"라는 위안 아닌 위안의 말이었다. 
그럼 나는 금새 "그렇겠죠..."라고 하면서 둘째 녀석에 대한 수많은 미안함을 조금씩 합리화 했었다. 

이런 저런 생각 끝에 제부에게 전화를 걸었다.
"둘째 축하해요. 좋겠어. 마누라가 애도 잘 낳고. 경미(동생 이름) 입덧 많이 하니까 잘 챙겨줘요"
"염려 마세요. 그렇잖아도 참외 먹고 싶다고 해서 꿀참외 사 들고 왔어요"
"잘했어요. 아, 그리고...."

나는 제부에게 그 첫째의 의미와, 운 없게(?) 둘째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남모르게 겪는 '원래 둘째는 다 그런거야'에 해당되는 것들을 설명했다. 즉 우리가 직접 겪고 행했던, 둘째에 대한 약간의 소홀함 같은 것들을...
그리고 나중에 우리처럼 아쉬워 하고 미안해 하지 말고 첫째를 가졌을 때의 기쁨만큼, 사랑의 크기만큼, 설레임과 기대감만큼 둘째에게도 그런 애정을 쏟아 주라고.

제부는 그럴리 없다고, 염려 말라고 했지만... 그래서 세상의 모든 둘째들에게 고하고 싶다. 
"둘째야, 엄마와 아빠는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우리 곁에 와 준 너를 보며 인생에 있어 축복이 뭔지 깨달을수 있었단다. 너는 우리 가족의 축복이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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