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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엄마의 육아일기
2012-07-24 01:33:16최종 업데이트 : 2012-07-24 01:33:16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불량엄마의 육아일기_1
불량엄마의 육아일기_1

책장을 정리하던중 먼지 쌓인 빨갛게 예쁜 조그만 노트가 손에 잡힌다. 
'육아일기'
직장 다니던중 첫 아기를 낳았을 때를 전후해서 쓴 글이다. 그때 아기를 어떻게 키웠는지 궁금도 하고, 추억도 떠올라 펼쳐 보았다.

"아가야, 내가 너를 다시 한번 더 낳을 기회가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잘해줄께"
이게 웬 황당한 약속일까? 신기함과 감격스러움으로 딸을 처음 품에 안고 한 말 중 하나다. 뭐가 그리 미안했을까. 

직장 다니느라 태교도 못하고, 좋은데 가서 아름다운 풍광도 못 보여주고, 퇴근후 피곤해서 쓰러져 잠 자느라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도 들려주지 못한 '불량엄마'...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덜컥 아이를 낳았으니 미안할 수밖에.
그때는 미처 몰랐다. 엄마란 평생 자식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출산 후 몇 달 동안은 시리고 쑤시는 온 몸의 통증, 쏟아지는 잠, 책대로만 되지 않는 육아, 세상과의 단절로 인한 괴리감 그리고 알 수 없이 밀려드는 우울함과의 싸움이었다. 
그런 싸움, 싸움이라기 보다는 갈등 속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순간순간 아이에게 풀게 되었다. 
"너 왜 우는거야? 말을 해야 엄마가 알지" "왜 우유 안 먹는데?", "왜 안 자는데?" 

짜증과 불만이 쌓인 엄마인 내가, 눈도 귀도 안 트인 갓난 아기에게 볼멘소리를 했다. 그런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는 아기인 걸 어쩌란 말이냐? 그렇게 말해놓고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네 마음을 몰랐어! 미안해"라고 자는 아기에게 용서를 구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직장에 나가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또다시 나는 우리 딸에게 매일 미안해하고 있다. 출근을 위해 아침 7시부터 잠자는 아기를 깨워야 하고, 밤 9시면 자야 하는 아기를 늦은 퇴근때문에 10시가 넘어야 재울 수 있다. 그리고 분유를 싫어하는 아기에게 매일 젖병을 물리고 있다. 그러니 나는 매일 아침, 저녁, 끼니때마다 아이에게 많이 미안했다.

엄마란 존재도 인간이라 아프고 힘들면 제 몸 먼저 돌보는 게 당연지사인데 왜 자식에게 미안해하는 것일까. 엄마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그 속에서 도전하고 성공하기를 원하며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할 수도 있는데 왜 그것이 자식에게는 미안한 것일까. 아기도 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의 고통과 아픔을 감수해야 하는것인데 왜 엄마는 자기 자식이 그런 것들을 경험하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것일까.

그건 단 하나, 엄마이기 때문이다. 엄마라서 항상 미안하고 그 미안함을 해결할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란 존재가 되지 말아야 하거나, 부모가 되지 말아야 해결할 수 있는데 난 이미 엄마가 됐으니 늘 잠에 취해 낑낑대는 아이를 품에 안고 말했다. 
"아가야~ 엄마가 미안해! 주말에는 많이 놀아주고, 아침잠도 푸욱 잘 수 있게 해줄게!" 
아가에게 늘 그렇게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키웠다. 벌써 10여년전 일이다.

직장에 다니며 아기 키우는 모든 엄마들은 한결같이 아기에게 늘 미안하다. 그 또한 엄마와 아기의 팔자(?)라면 팔자일터...
그리곤 요즘 친정엄마를 더 떠올려 본다. 엄마도 그렇게 아파하면서 나를 키웠을까? 그랬을거야. 그때 엄마는 직장에는 안 다녔어도자그만치 6남매를 키워 내셨으니까.
그런 응권군 같은 엄마가 여전히 계셔서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이 불량엄마의  위안이 돼 주시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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