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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응시의 웅숭깊은 맛, 詩가 좋다
신록 詩낭송 대축제에 다녀와서
2013-06-01 00:48:04최종 업데이트 : 2013-06-01 00:48: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6월이 시작되었다. 사방에서 눈을 맑게 했던 연초록의 녹음도 여름 맞이를 하면서 짙은 녹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성급한 날씨는 이미 한여름을 방불케 한다. 
그래도 약간의 양심은 있는지 초저녁이 되면 서늘한 바람과 함께 슬그머니 다가와 묻는다. '더운 오늘 하루도 잘 보내셨나요?'라고.

생각과 응시의 웅숭깊은 맛, 詩가 좋다_1
생각과 응시의 웅숭깊은 맛, 詩가 좋다_1

잊을만하면 우리사회를 찾아와 인문학의 보편적 가치를 성토하는 '인문학 위기설!', 이에 학문을 논하는 학자들이 모여 '인문학 위기 선언문'을 낭독하며 인문학 부흥을 위한 의식들을 치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들'이 존재하는 한 인문학이 존폐위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사물을 개체가 아닌 종으로 들여다보며 핵심적 의미를 마음으로 읽는 '시인'들이다.

지난달 30일, 시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신록 詩낭송 대축제' 한마당에서. 
(사)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들과 함께 수원詩낭송가협회 사람들, 그리고 수원시인협회 사람들이 축제에 동참했다. 그리고 시문학을 아끼는 일반인과 학생, 주부도 자작시와 애송시를 들고 문학의 밤바다에 풍덩 빠졌다.

생각과 응시의 웅숭깊은 맛, 詩가 좋다_2
생각과 응시의 웅숭깊은 맛, 詩가 좋다_2

소소한 봄바람을 타고 웅숭깊은 시의 맛을 즐기는 시간, 제일먼저 눈물샘을 자극한 사람은 염태영 시장님이셨다. 
5월 한 달 동안 삶의 지표가 되어주셨던 사랑하는 두 분을 한꺼번에 여의셨다며 낭독한 시 정호승님의 '봄길' 때문이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사물의 본질을 눈이 아닌 마음으로 그린 시의 행간들이 좋았다. 
수원시니어합창단 오현규 단장님, 정순영 국제PEN 한국본부 부이사장님, 이준영 시인님, 고은영 시인님, 윤형돈· 장선아 시인님, 수원시 시낭송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손현수님, 민한기 수원시의회 부의장님, 소설가 김현탁님, 김순덕 시인님, 독서클럽에서 오신 정자동 신혜정 주부님, 김소영 학생, 오산시 문인협회 윤민희 시인님, 강희동 시인님....그들의 몸짓과 절절한 목소리에 가슴속에 억눌려있던 그간의 감정들이 분출하면서 시심을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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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응시의 웅숭깊은 맛, 詩가 좋다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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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시인님과 진순분 시인님의 '이산의 꿈'이란 시극(詩劇) 퍼포먼스에선 마음의 울림이 격정으로 치달았다. 수원화성이 축성되기까지, 아버지 사도세자가 수원화산에 모셔지기까지, 그 역사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그러했다. 잠시 후 다시 이어진 시어들은 부드러운 위로의 손길이 되어 마음을 감싸주고 첩첩산중을 편안히 건너게 했다.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형상을 그리며 유추한 것이 詩다. 시가 죽지 않고 위대하게 역사를 이어가는 이유다. 시 속엔 놀라운 사물의 본질이 숨어있기에 우리는 늘 시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독백과 대화체 시극의 판이 벌어졌던 송죽동 만석공원! 
210여 년 전 상왕의 수도로서 세운 정조의 도시 수원, 만석거에서 낭송의 밤은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행사가 끝나고 깊은 밤이 됐어도 시어들은 잠들지 않고 어둠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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