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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바쳐 산 사람이 얻는 것은?
피를 거둔다고 희망이 살까?
2013-06-01 09:59:49최종 업데이트 : 2013-06-01 09:59:49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한 여인을 제물로 바친 소왕국의 사람들의 승리를 어떻게 볼까
이제 그 후손들은 선조들이 바친 처녀 대신, 염소를 제물로 바친다. 이도 저도 생명을 바친다는 것은 바치는 사람의 일부가 절단되는 고통이 따르는 일이다. 어쩌면 바쳐서 결의를 다지는 일이란 생각이다. 현실에서 염소는 주요한 가축이다. 네팔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염소고기를 먹기도 어렵다.

예정된 시간보다
2시간은 넘게 지체되어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이다
두 사람의 아리안 족으로 보이는 사람이 먼저 도착했다. 그들은 제를 주관하기 위해 온 것인데 한 사람은 돕고 한 사람은 주관자였다. 곧 한 사람, 두 사람 손에 염소를 끌고 지게 같은 운반수단을 이용해서 그릇과 양념으로 보이는 물건들을 지고 왔다

호기심에 가득차서 먼저 와서 기다리며 그 모습을 본다
. 오래된 옛날 속에서 현장을 탐방하는 기분이다. 더구나 각기 다른 종족들이 모여서 하나의 염원으로 과거를 기억하는 제의다
사람이 사는 일에는 미래의 일을 위해 과거를 기억하기도 하고, 현재를 살기 위해 과거를 기억하기도 한다. 오늘의 모습은 과거를 위해 과거를 기억하는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잇는 자리로 보였다. 현재의 사람들이 움직여서 말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함께 한 비제야 구릉의 13살 딸아이의 생각은 좀 달랐다

생명을 바쳐 산 사람이 얻는 것은?_1
기원하는 자리에서 불편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젖만 물리고 있었다.

생명을 바쳐 산 사람이 얻는 것은?_2
제를 주관하는 한 사람의 남성이 염소의 머리에 디까를 해주며 제를 주관하는 주변을 순회했다.

생명을 제단에 바치는 일에 대해 아파했다. 소녀적 감성일 수도 있으리라. 당연한 감성이기도 하겠지만 오래된 옛날의 역사에 비슷한 또래의 생명이 바쳐진 아픔도 알 것 같은 나이다
왜? 이리도 많은 염소를 바쳐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다. 시민기자의 생각에도 꼭 필요하다면 한 마리 염소를 제단에 바치면 될 듯 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마을 사람 모두, 인근 마을 사람까지 그것도 어린 염소를 끌고 와서는 제단에 바쳤다.

한 사람의 젊은 청년이 나섰다. 굵은 통나무를 가져온다. 염소를 매단 끈을 통나무 근처에 바짝 붙인 후, 청년은 자신의 붉은 힘줄을 드러내며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낫을 든 손을 높이 치켜든 후 힘차게 내리친다. 
나는 신이다. 뭐 그런 연출의 느낌이 들 정도로 용기백배다. 섬뜩하다. 붉은 피를 받아내는 제사장! 난 그 모습을 차마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낫을 높이 든, 그 모습 이후로....., 그 모습을 보기 난감한 젖먹이 아이를 안은 어머니는 불편한 표정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젖 먹는 아이는 평화롭기만 했다.

생명을 바쳐 산 사람이 얻는 것은?_3
건장한 청년이 용기백배 나서서 염소의 목을 내리쳤다. 이후 나는 눈을 감았다.

생명을 바쳐 산 사람이 얻는 것은?_4
어린 염소들이 한 마리, 두 마리, 십 수 마리가 죽어갔다.

붉은 피를 가진 동물의 피를 필요로 하는 신전은 수많은 종들이 매달려 있었다
. 오래전부터 이런 축일에 제를 올린 후 매달았던 종들이다. 이제 그 종들은 사람들 마음속에서 울리면 그만일 듯하다
어린 염소들을 수도 없이 매년 바쳐서 그들이 축복받기를 원하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다 나그네의 염원을 담고 기원해 보는 일이다. 비제야 구릉의 어린 딸도 함께 하는 기원이다.

시민기자와 함께 한 일행은 벌써 고개를 돌려 다른 산비탈을 오르며 회피하고 있다
. 어린 염소에 예를 갖추는 제사장과 그 틈에 기념촬영을 하는 비제야 구릉의 부인, 맑은 심성의 아이들은 그 광경을 호기심으로 보기도 하고 회피하기도 했다
저 멀리 히말라야의 설산이 사람들의 위로가 되지는 못하는 걸까? 이제 그들의 기원을 마치고 포카라로 발길을 돌렸다. 과거 속에서 과거를 바라보고, 현재의 고민을 안고 현재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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