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요즘 애들은 저 밖에 모른다고요?
내 잘못은 모르고 되려 남에 대해 나쁘게 보는 일
2012-07-23 22:52:08최종 업데이트 : 2012-07-23 22:52:08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요즘 애들은 저 밖에 모른다고요?_1
요즘 애들은 저 밖에 모른다고요?_1

퇴근길. 유난히 버스가 만원이어서 혼잡했다. 버스는 시간에 쫓겨서인지 막히고 좁은 도로를 뚫고 나름 빠른 속도로 덜컹거리며 질주했다. 차와 차 사이를 빠져 곡예하듯 달리느라 덜컹거리기도 하고 급정거도 하면서 달렸다.
내가 서 있는 왼쪽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줌마 3명이 탔는데 서로간에 친구인듯 이런저런 가정사며 아이들 교육문제를 화제삼아 이야기를 나누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 바로 옆에는 가방을 멘 고등학생 서너명이 타고 있었다.

아이들 역시 방학식을 마치고 어디선가 실컷 놀다가 저녁때가 되어 귀가를 서두르는듯 했다.
차가 한참을 달리던중 덜컹 하면서 급정거를 한다. 뭔가 장애물을 만난듯. '끼~익'하는 순간 바로 옆에 서 있던 아줌마가 얼떨결에 뭔가를 잡았는데... 그게 버스 내부 손잡이가 아니라 그 옆에 서 있던 남학생의 등 뒤에 매어져 있던 검정색 가방이었고, 등 뒤에서 자기 가방을 누군가 확 '나꿔챈'듯한 느낌을 받은 이 남학생은 깜짝 놀라 휙 하고 고개를 돌렸다.

가방을 잡아당긴 아줌마와 고등학생의 눈이 마주쳤고, 아주머니는 얼떨결에 그랬노라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학생도 느닷없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아줌마가 실수로 그랬으려니 싶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했다.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잠시후 두정거장 더 간 뒤에 그 학생들이 내렸다.
그런데. 학생들이 내리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나 했다는 듯 잠시전에 휘청이는 버스안에서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학생의 가방을 잡아당긴 아줌마가 한마디 했다.
"요즘 애들은 *가지가 없어"
"왜?"
"조금 전에 말야. 누가 고딩 가방을 훔치기라도 할것 같았나보지? 넘어질까봐 실수로 잡은건데. 어린것이 눈을 흘겨?"
"그랬어? 나쁜 학생이네... 요즘 애들은 양보심이 없다니까. 저 밖에 몰라요."

헉...옆에서 듣자하니 이건 아니었다. 적어도 제 3자로써 바로 옆에서 이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한 내가 냉정하게 보건데는 학생들은 아무 잘못 없었고 아줌마가 잘못한 것이었다. 아줌마들은 덜컹대는 차 안에서 수다 떠느라고 손잡이도 잘 잡지 않고 있었을뿐 아니라, 고등학생은 갑자기 뒤에서 자신의 가방을 누군가 확 잡아 당기니 놀라서 뒤를 쳐다 보는건 당연한 일 아닌가.

가방을 잃어버리고 안 잃어버리고는 나중 문제다. 그 학생은 누군가 자기 가방을 잡아당기니 본능적으로 쳐다본 것이다. 그것도 눈에 안보이는 등 뒤에서.... 그리고 아줌마에게 목례까지 했는데...
그런데 이 아줌마들의 반응이 미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내리자마자 자기들끼리 "요즘 애들은 무서워. 잡을 수도 있는 건데..." 이러면서 궁시렁 궁시렁 했다. 

나는 속으로 그 고등학생들 귀가 꽤나 가려웠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대신해서 억울했다. 그 학생들은 아무 잘못도 없이 느닷없이 버릇 없는 요즘 애들, *가지 없는 요즘것들로 치부 됐으니. 사실 알고 보면 성실하고 착한 남의 집 귀한 자식일텐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함은 물론, 남에 대해 무조건 자기 식으로만 평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안좋아 보인 아쉬운 퇴근길 이었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