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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우리 가족이고 부모님들
2012-07-21 09:21:13최종 업데이트 : 2012-07-21 09:21:1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얼마전 놀라운 판결 내용을 접했다.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으로 심리적 고통을 받아 자살했다면 가해 입주민이 배상해야 한다며 벌금형을 선고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어느 60대 할아버지 경비원의 가족들이 낸 소송에서  창원지방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이 경비원 할아버지는 당시 나이도 한참 어린 젊은 입주민 한 남자에게 아파트 소음문제로 언쟁이 있던중 그 남자로부터 멱살을 잡혔다고 한다. 거기에 대해 너무나 큰 충격과 모멸감을 느낀 나머지 유서를 남기고 자신이 일하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것이다. 
당시 유서에는 "아무 잘못이 없는 내가 왜 폭력을 당해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차후 경비가 언어폭력과 구타를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쓰여져 있었다.

 
아파트 경비원, 우리 가족이고 부모님들_1
아파트 경비원, 우리 가족이고 부모님들_1

갑자기 아파트 경비원 자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시민기자의 아버지께서도 아파트 경비원으로 근무하시다가 연세 때문에 더 이상 계속할수 없어서 최근에 그만 두셨고, 지금도 많은 연세드신 분들이 열악한 환경과 조건을 감내하시면서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고 계시기 때문이다.

명예퇴직 하신 아버지께서는 주택관리사 자격증이 있지도 않고, 경험도 많지 않으셨지만 공기업 직장생활 경험을 인정받아 아파트 경비로 일할 수 있으셨다.
연로하신 아버지가 아파트에서 일하시니 가끔 찾아가 뵙곤 했는데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을 대하는 태도가 안타깝기만 했다.

이분들은 최저임금도 적용받지 못하고, 정부에서도 어떻게든 이분들 임금 올려주려고 해보 았지만 대다수 아파트 입주민들이 그거 다 지킬려면 아파트 한 세대당 1000원정도 더 내야 한다며 그 1000원이 아깝다고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강제로 적용도 못하고 있다.
물론 정부가 강제로 할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그 즉시 아파트 경비원 자른다고 하니 오히려 경비원 할아버지들은 차라리 돈 올려 받지 않겠다고 정부에 하소연 하는 정도이다.

실제로 그렇게 아파트 경비직을 그만 둔 분들 많이 계시고, 그러자 아파트에서는 맞벌이 부부들이 아파트에서 택배조차 받아줄 사람이 없다고 투덜대는 상황. 
그런데다가 아파트 경비원들은 입주민들이 관리비 걷어서 월급 준다는 알량한 생각 때문에 연세 드신 그분들을 너무 막 대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아버지께서 근무하실 때 찾아가 뵐때도 가급적 일부러 찾아가겠다고도 안하고 간다. 그 이유는 아버지께서 아파트에 아들딸이 찾아 오는걸 극도로 꺼리시기 때문이다.
그 역시 그래도 현직에 계실때는 나름대로 사회적 지위나 그런 부분에서 당당하셨던 분이 연세 드시고 현역에서 은퇴해 아파트 경비직으로 일을 하다 보니 아파트 입주민들이 업신여기거나 반말도 하고, 창원에서 일어난 일처럼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멱살을 잡거나 함부로 대드니 자식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기 싫어서 오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님이 잘 계시는지, 어려움은 없으신지 궁금해서 근무하시는 곳에 가 보고 싶어하는것도 자식된 도리이다. 
아버님 입장을 생각해서 몰래 가서 먼발치에서 뵈면 정말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경비원은 아파트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마치 하인 다루듯 해서는 안될 것이다. 
심야에 술을 마시고 경비실 문을 차며 행패와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맡겨둔 물건의 포장이 조금 찢어졌다고 성질을 내는 주민 등등. 모두 다 자기 친아버지라고 생각해 보자.

물론 경비원이 먼저 잘해야겠지만 입주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겠다. 약자에게 좀 더 아량을 베풀고 격려를 할 줄 아는 시민, 그렇게 존경받는 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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