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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맛본 일상속의 쾌감
2012-07-20 08:30:36최종 업데이트 : 2012-07-20 08:30:36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도서관에서 맛본 일상속의 쾌감_1
도서관에서 맛본 일상속의 쾌감_1

주말마다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최소한 두 번, 운 좋으면 3번은 도서관에 간다. 혼자 가는 경우도 있고, 분위기 통한 남편 꼬드겨 같이 가는 경우도 있고, 공부한다는 아이들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 
주말에 도서관 가는게 취미처럼 재미있다. 그 안에 있는 수많은 책들을 보면 마음이 푸근해 지고 그냥 배가 부르다. 

도서관에서 나는 그 특유의 책냄새, 아니 책의 향기... 이건 느껴본 사람들만이 아는 아름다운 향취다.
엊그제도 아침에 책 몇 권을 챙겨서 집을 나서다가 친한 이웃을 만났다. 또 도서관 가냐며 살짝 웃어주는 그이에게 미안했다. 백화점에 함께 쇼핑 가자고 몇 번 얘길 꺼내는 그녀에게 괜히 바쁜척하며 제대로 같이 가준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렇다. 그녀는 내가 도서관에서 대단한 공부라도 하는 줄 알 것이다. 미안하게도 그정도는 아닌데...

나는 도서관에 즐겨 다니면서, 도서관에 가면 수다 떨 친구는 없어도 현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백화점에서 쇼핑할 돈은 안 되어도 점심과 커피를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대수롭잖은 일로 마음 끓이는 내 소심함을 한동안 잊을 수 있어서 참 좋다. 

거기다가 여름철에는 시원한 에어콘과 겨울철 넓찍한 창으로 들어오는 햇빛은 물론 따뜻한 히터의 온기까지. 이거야말로 계절이 따로 없는 휴식처이다. 마음의 건강은 이미 도서관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생긴 축복이고. 그래서 나 스스로 느끼는 이런 재미가 있어 도서관은 더욱 좋다.

낮에 식당에서 3000원짜리 점심을 먹고 2층 휴게실에 커피를 마시러 올라갔다. 자판기 앞에서 지갑을 열었는데 잔돈이 달랑 150원뿐이고 1000원짜리마저 한 장도 없었다. 
아, 식후에 커피한잔의 여유는 생활의 중요한 활력소인데... 이걸 못하면 당장 건망증이 도지고(?) 소화가 안되는데... 

안되겠다 싶어 다시 지하로 내려가려고 발걸음을 돌리다가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 얼른 자판기 앞으로 되돌아갔다. 팔을 뻗어 자판기 위를 더듬었더니 뽀얗게 먼지 묻은 백 원짜리 동전 세 개가 손에 잡혔다.
헛! 호호호호....(속으로 약 1분 넘게 웃어야만 했다) 

지난 겨울(그러니까 거의 7개월전) 어느 날, 자판기에 1000원을 넣고 커피를 뽑았는데 반환구에서 동전이 수북히 나왔다. 세어보니, 나는 700원만 가지면 되는데 동전은 세 개가 더 많았다. 내 앞의 누군가가 500원짜리를 넣고 커피를 뽑아서는 잔돈을 그대로 두고 간 것 같았다. 

모른 척 내가 갖기엔 좀 찝찝한 돈이었다. 그렇다고 주인을 찾아다닐 수도 없고, 삼백 원에 양심을 흐릴 수도 없고...그래서 조금만 유심히 봐도 눈에 뜨일 만큼 자판기 위에 살짝 걸쳐두었는데 그 겨울이 지나 봄도 지나 지금 여름철이 되도록 그대로 있었나보다.

먼지 묻은 동전이, 계절이 두 번 바뀔 동안 나를 기다린 것 같아서 우선 반가웠고, 지하까지 안 내려가도 되니까 기뻤다. 
300원에서 200원만 내가 갖고 100원은 그 자리에 올려두었다. 이번엔 좀 더 잘 보이게 동전을 앞으로 쑥 빼서 엉덩이만 살짝 걸쳐놓았다. 나처럼 동전이 없어 잠시 난감한 사람이 발견하길 바라면서...
공짜 커피를 맛있게 마시니 요번 도서관 기행은 나름 또 다른 추억과 재미를 내게 선사한 셈이다. 
항상 정신없이 살면서 가끔은 요런 소소한 쾌감도 가끔씩 찾아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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