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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어 쓰는 물건을 좋아하는 나
2012-07-20 15:08:18최종 업데이트 : 2012-07-20 15:08:1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지

밖에서 번호 키 누르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면서 남편이 집 안으로 들어선다. 들어서는 남편의 손에 큼지막한 무언가가 들려져있다. 궁금해 하는 나를 포함한 아이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한마디 한다.
"당신한테 필요할까봐서 얻어왔는데, 두 번 정도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하던데 "
근처에 회사 동료분이 살고 계신데 그 집에서 얻었다고 한다. 살펴보니 전에 광고에 많이 나와서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직화 오븐기였다. 상황설명을 하면서 살며시 내려놓는 남편의 행동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온다.

얻어 쓰는 물건을 좋아하는 나_1
남편이 얻어 온 직화오븐기

얻어 쓰는 물건을 좋아하는 나_2
감자를 구우며 성능 시험

결혼하고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필요한 용품들 옷가지며 장난감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많아지기 시작할 무렵 가까이 사는 친정 언니네 조카들이 사용했던 것들을 고스란히 물려받고 이웃들이 건네는 것으로 대부분 아이 것으로 충당했던 적이 있었다. 

보지 못했던 물건이 눈에 띄면 꼭 남편이 물어보곤 했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누가 주었고, 또 어디서 얻어왔어' 라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은 싫은 눈치를 보이다가 한마디 툭 던진다.
"그렇게 얻어다가 입히고 키우니까 좋기도 하겠다. 금방 부자 되겠네"

남편은 내가 유난을 떨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들은 것인지 아니면 자식에게만큼은 좋은 것으로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눈총을 받는 것도 잠시 누군가가 이거 필요하면 가져갈래? 하는 소리가 나면 가서 살펴보고 얼른 가져와서 사용하곤 한다.

나 또한 필요한 시기가 지나면 주위에 이 물건들이 필요한 집이 있는지 살펴보게 되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나처럼 선뜻 고맙다고 가져가는 사람도 있고 거절할 말을 찾느라 뜸을 들이는 사람도 있고, 요즘에는 쓰던 것을 주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직설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살아가는 생활방식과 사고 또한 다르니 누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곱지 않은 시선과 눈치를 주던 남편이 요즘은 어디서 물건을 얻어 오기도 하고, 누가 안 쓰는 물건이 있다는데 우리한테 필요하면 얻어올까? 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것이 있는데?" 바로 내가 관심을 보이자 디지털 카메라 라고 한다. 조만간에 잘하면 디지털 카메라가 내 수중에 들어올 것 같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면서 모습뿐만 아니라 생활습관과 형태까지 닮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조만간 새로 생긴 카메라를 들고서 이 곳 저 곳 풍경들을 담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니 즐겁지 그지없다.

그래,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면서 살자. 자동차가 달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기름이 필요하듯 우리에게도 순간순간 행복충전을 하면서 살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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