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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2012-07-19 00:49:19최종 업데이트 : 2012-07-19 00:49:19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원래 성질 급한 국민성이지만 그게 시간이 흐를수록, 먹고 살만해져 나아질줄 알았건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우리의 조급증 문화. 정말 이건 아니다 싶다.

며칠전에는 동수원 톨게이트 근처의 오빠집에 갔었다. 오빠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라도 한끼 하자고 해서 모인 것이다.
저녁식사를 마친후 여름이라 창문을 열고 바람좀 쏘이고 싶었지만 10분도 안돼서 창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동수원IC 고속도로 입구로 들어가는 차들이 쉴새없이 울려대는 클랙션소리에 도무지 귀가 따가와서 견딜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일반 차들에 비해 버스와 트럭은 왜그리도 경적 소리는 큰지(사실 불법개조가 아닌가 의심스럽다)...
거기다 한번 살짝 누르고 마는게 아니라 일단 누르면 어찌 그리도 길게 누르고 있는지... 솔직히 이런 차량을 대할때는 정말이지 쫓아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빠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며 그냥 웃어넘겼다. 이미 만성이 돼서 포기하고 사는 모양이었다.

초저녁에 그런거야 대충 참아 넘길수 있지만 곤히 잠든 새벽에는 그 소리 때문에 깨면 얼마니 속이 상하겠는가.
이는 대형차량 운전자들이 앞차와의 거리나 앞차가 머뭇거릴때, 혹은 앞차가 조금 늦을때 그 1분도 못참는 조급증 때문에 그렇게 경적들을 울려대는 것이다.

물론 차량 운전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좀 여유를 갖기보다는 지금 우리들은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매사가 빨리빨리 급할 뿐이다. 젊은이들은 특히 더 심하다. 예를 들어, 오후 7시에 누구를 만나기로 약속했을 경우 7시 땡 하면 휴대폰에 불이난다. 
"뭐해, 여태 안오고. 지금 어디야?" 
"전철에서 내렸어"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_1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_1

늦는 쪽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자를 보내느라 손놀림이 바쁘다. 물론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조금 기다릴 수도 있을 텐데 1분이 멀다하고 상황을 알리고 궁금해 하는 조급증은 정말 번개불에 콩을 스무번은 구어먹고도 남을 수준이니 하나도 틀리지 않을 정도다.

사회 초년병 시절, 나는 당시에 연애할 때 지금 남편이 된 남자 친구와의 약속 시간에 가끔 늦을 때가 있었다. 회사 업무상 저녁회의가 길어지면 별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를 더 반겨주었다. 심지어 다방에서 2시간 반을 기다린 적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지만, 다른 한편으로 나는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왔어?"하며 웃어주는 남편의 표정과 기다림과 미안함 사이에서 우리의 사랑은 더 커나갔던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휴대폰 없이는 견뎌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은 소통하는데 꼭 필요한 도구이기는 하나, 습관적으로 1분조차 못 기다리게 하는 조급증 생산기계가 아닌가 싶다.
사실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고도 기다리지 못하는 급한 성미 때문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서둘다가 부실공사한게 뒤늦게 무너지고, 차 몰고 서둘러 가다가 과속하고 그러다가 다른 차 들이박고... 하지만 이런 조급증을 조금만 벗어 던지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기다리며 생각한다면 사고치는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휴대폰에 매달려 빨리빨리만 더 외치게 만들어 가는간 아닌지.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고 과거 어느 굉고의 카피처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때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를 생각하며 여유좀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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