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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여사님'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
2012-07-19 08:42:32최종 업데이트 : 2012-07-19 08:42:32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청소 '여사님'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_1
청소 '여사님'들의 말씀을 듣고 보니..._1

회사에서 항상 보이지 않게 묵묵히 일하시는 분들, 바로 빌딩 청소원분들이시다. 한번은 직원들과 함께 커피를 뽑아 먹기 위해 나왔다가 복도에서 일하시는 이분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다. 
우리는 미화원 아주머님들을 '여사님'이라고 호칭한다. 
이분들도 다른 빌딩에서는 그저 '아줌마' '청소원' 혹은 '미화원'이라고 불렀는데 우리 회사에선 '여사님'이라고 불러줘 듣기에 그닥 싫지는 않으시단다.

집안청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며 긴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일이 만만치가 않으시단다. 아무리 빨리 한다고 서둘러도 하루해가 훌쩍 넘어가고, 그나마 청소 상태가 불량하면 총무과 쪽에서 불이 난다니... 이분들은 세상에서 총무과가 가장 무서운(?) 곳이라며 웃으셨다.

여름이면 비 오듯 쏟아지는 땀과, 겨울이면 손이 쩍쩍 갈라지는 건물 외곽 청소를 하면서 추위에 맘 속으로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그렇게 몇 해가 지나고 보니 일의 요령도 생기고  이젠 일을 마치고 이렇게 앉아서 사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단다.

다른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직원들이 트집을 잡아 난처한 일을 당하기도 한다지만 그래도 우리 빌딩은 그런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고 했다.
"그런데, 남자분들 술좀 적당히 드셨으면 좋겠어요. 아침에 화장실 청소할 때 보면 코가 찡그려진다니까요. 웬 오바이트를..."

아하... 여사님들의 애환이라면 애환인게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당사자는 그냥 하는 행동이지만 이분들은 술 취한 직원이 그 '작업'을 하는 도중에 옆에 흘린 그 오물을 티 안나게 세정제로 닦고, 냄새가 안나게 탈취제 뿌리고 주변의 세면대, 바닥까지 쉴 새 없이 문질러야 하니 여간 고역이 아닐듯 싶었다. 
"직원들이 출근할 때 쓰레기 들고 나가면 냄새도 나고 보기 안 좋잖아요. 그래서 오전 8시 전에는 청소를 마무리하고 쓰레기도 버려야 돼요."

거기에 추가 되는 또 하나의 고충. 쓰레기 분류작업부터 바닥 기름 걸레질까지 끝내면 쓰레기로 꽉 찬 1000리터들이 특대형 비닐봉지 5개와 재활용품들이 담긴 검은 봉지 2개를 들고 엘리베이터로 지하1층까지 배달(?)해야 한단다. 

오전 8시가 넘어 회사원들이 빌딩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하면 그제야 여사님들은 아침밥을 먹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그분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곳은?
바로 지하 기계실 한쪽 구석에 있는 골방이란다. 골방에는 작업복을 갈아입거나 식사를 하며 틈틈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나는 그런곳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음습한 곳, 거기서 두분은 각자 집에서 싸온 도시락을 꺼내 잠시 숨을 돌리며 아침밥을 두신다니... 사람의 너무나 기본적이고도 소중한 욕구인 식사를 그런 곳에서 한다는 얘기를 처음 듣는 순간 그 동안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고 혼자만 알며 살아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여사님은 마음속에 담아 뒀던 말들을 하셨다.
"가끔 내가 만진 물건들 보고 더럽다고 생각하는지 멀쩡해 보이는 물건도 '버리는 거니까 그냥 가져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럴 때는 내가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정말 화도 못 내고 속상하죠"라고...

이런 일(청소)하는 사람이라서 함부로 생각하고 나이도 많지 않은 사람이 반말도 하기도 한다며 서운해 하셨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  여사님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짧게 나눈 대화 속에서 사람에게 주어진 조건이 아닌, 사람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일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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