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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아무 생각없이 걸어보기
2012-07-18 12:26:10최종 업데이트 : 2012-07-18 12:26: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만석
요즘은 서로를 배려 하느라 회식이나 어떤 모임들도 전부다 목요일날 해 치운다. 그래야 금요일날 일찍 들어가 집에서 앞으로 남은 토요일과 일요일 휴식에 대한 오만가지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푹 쉴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적 여유가 되면 퇴근길에 DVD숍에서 액션영화나 작품성 높은 영화 한편 빌려 들고 들어가서 여유있게 수박 한조각 쪼개 먹으며 영화감상하는 것은 우리가 주말에 가질수 있는 특권이다.

그래서 금요일 오후만 되면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도 아니건만 이유없이 들뜬 상태에 빠지게 된다. 별 탈 없이 한 주일을 마감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긴장감이 풀리면서 이제부터 주말이라는 사실에 행복해지는 것이다. 
아, 그런데 참 운이 없을라니 요즘은 금요일 저녁마다 일이 생긴다. 최근 3주 내내 그랬다.

전남 보성의 직원 상가에 갔다가 토요일 새벽녘에 돌아오는가 하면, 그 다음주엔 금요일날 갑자기 회사에 비상이 걸려 꼬박 야근을 하고, 또 지난주엔 종친회 땅 문제로 종친회장님께 불려가 한참동안 훈계를 듣다 오는 일이 벌어졌다. 이것 참...

문제는 금요일 밤에 이렇게 되면 그게 리듬이 깨져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를 망친다는 점이다.
금요일날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좀 무리라도 할라치면 토요일 오전은 어느 새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슬슬 리듬이 깨지기 시작한다. 

결국 몸과 마음이 피곤하니 텔레비전 리모컨을 손에 집어드는 순간 토요일 오후 역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맞이한 일요일은 다시 시작될 월요일에 대한 부담감과 토요일을 허무하게 보냈다는 스스로의 억울함으로 몸부림치다 결국 공포의 일요일 오후를 맞이한다.

어휴 이건 정말 아닌데... 생산성 없이, 휴식은 휴식대로 취하지 못한채 그저 몸과 마음만 바쁜 느낌으로 스트리스만 받다가 마는 주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 끝에 지난 주말에는 그냥 신발끈 질끈 동여매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어? 그런데 비가 온다. 다시 들어가 반바지 차림에 샌들을 신고 우산을 들고 다시 길거리로 고고.

비를 맞으며 걷는 토요일 한낮. 그냥 타박타박 걸었다. 누굴 만날 약속도 없고 무엇을 하고야 말겠다는 당찬 각오가 있는게 아니라 그저 비를 맞는 우산을 들고 마음 편히 걷기 시작했다. 신발이야 백번 젖어도 무방한 샌들에 반바지 차림이니 이 또한 그보다 편할게 없었다. 

그리고 한참을 걷다 보니 폭신한 흙길과 공원이 나온다. 이건 횡재였다. 매번 아스팔트만 보다가 아무 생각없이 걸었더니 흙길이 나타난 것이다.
흙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내가 정말 걷고 있구나 하는 기쁨이 한껏 달아 올랐다. 

하루하루 일상에 쫓겨 업무와 가정사에 쫓겨 사는 도시인들에게 주밀에 이렇게 낭창낭창 걸어보고 타달타달 걸어보고 힘들면 쉬엄쉬엄 걸어볼 것을 강추한다.
큰길에서 보는 풍경과 작은길에서 보는 풍경은 다르다. 정상까지 오를 필요도 없고 힘들면 돌아오면 그만이다. 자동차로 겉만 훑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보고 냄새 맡고 느껴가며 자신을 성찰해보는 사색의 시간을 걸으면서는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주말에 아무 생각없이 걸어보기_1
주말에 아무 생각없이 걸어보기_1

이렇게 걷다 보면 평소에 인사조차 나누지 못했던 이웃들과 마주칠 기회도 얻게 되고 그분들과 인사하고 잠깐이나마 세상 이야기도 나누고... 이는 걷기에서만 얻을 수 있는 보물이다.
날이 맑으면 맑은대로 햇빛이 따갑지 않은 이른 아침 산책도 좋고, 저녁나절 해가 뉘엿해질 무렵 슬슬 집 밖을 나서보는것도 좋다. 소화도 잘 되고 부담도 없다.
걷자, 걷자. 1시간도 좋고 두시간도 좋다. 건강은 덤으로 얻는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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