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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생 내것에 설레고 홀렸던 최순우 선생
성북동 문학 기행(1)
2012-07-18 12:26:49최종 업데이트 : 2012-07-18 12:26:49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장마철답지 못하게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지인과 의기투합하여 답사를 결정할 때만 하더라도 내일은 분명 비온다는 예보가 없었는데  정신을 못차리게 연신 우르르 쾅 거리는 천둥소리와 우수관을 따라 내려오는 물소리는 까만밤을 지새우게 했다.  새벽녁이 되어 잠이 들었던가  아이의 등교와 남편의 출근시간이 조급해졌다. 

수원역에서 지인을 만나 전철을 타고 전철역
한성대역까지 갔다. 미리 답사할 곳을 검색하지 못함을 먼저 이실직고를 하자 지인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면서 검색하지 뭐"하면서 다양한 튀김을 판매하는 포장마차로 이끌었다. 
방금 나온 고추 튀김과 오징어 튀김은 바삭하고 아주 고소했다. 얼마만에 길거리에 서서 먹어보는 것인지
 그동안 이런 재미에 너무 적조하였다. 
길고 짧음을 가리지 않고 여행에서 먹는 재미란 빼놓을수 없는 것인데 같은 이상을 갖는 동행과 먹는 즐거움은 더욱 컸다. 

성북동! 드라마에서 있는 집 마나님이 넓은 거실에서  그리고 우아하게 "성북동입니다"라고 전화 받던 장면을 흉내내면서 키득거렸다. 
하지만 오늘은 걸어서 성북동 완전정복이다. 

혜곡 최순우 옛집은 걸어서 십
여분, 주택가 골목안으로 들어가는 곳에 있었다. '최순우 옛집'이라는 푯말이 있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최순우 옛집은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자 사학자였던 혜곡 최순우 선생이 (1916-1984) 말년을 보냈던 곳이다. 
선생의 대표적인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혜곡 최순우 기념관'으로 운영 되고 있다.  

한 평생 내것에 설레고 홀렸던 최순우 선생 _1
혜곡 최순우 선생

한 평생 내것에 설레고 홀렸던 최순우 선생 _2
최순우 옛집 앞마당

대문을 들어서면 앞 마당에는 잘 생긴 소나무와 향나무가 운치있게 서 있고, 그 아래로 작은 꽃밭이 있다. 정원수가 아닌 우리가 흔히 들에서 볼 수 있는  모란, 해당화, 수국, 수련, 개미취 같은 화초도 마당 곳곳에 자리 잡았다. 또 우물도 있다. 우물 옆에 향나무가 있으면 물을 맑게 해 준다는 이야기를 어른들께 들었는데 그래서였을까 뚜껑이 단정하게 덮힌 우물 옆에 수도도 서 있다.

ㄱ자와 ㄴ자가 합쳐진 모양의 가옥은 행랑채에는 선생의 유품이 전시 되어 있으며 들어서면서 오른쪽 방은 관리
사무실로 쓰고 있다.  
ㄱ자 방의 안채에는 '두문즉시심산(문을 닫으면 깊은 산속)'이란 선생이 직접 쓴 현판이 있다. 쪽마루에 앉아 잠시 쉬어보니 왜 그런 현판을 쓰셨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번잡스런 도시와는 단절 된 깊은 산중에 있는 것 처럼 고요하고 마음까지 차분해졌다.    

뒷뜰로 가는 골목에 아기가 엄마 다리 옆에서 절구통처럼 생긴 웅덩이에 고인 물로 장난치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잠시 한눈을 팔았다. 뒤 뜰로  접어서는 기둥에 손을 얹고 정원을 바라보았다.  키가 큰 상수리 나무,  반쯤 나무로 가려진 조각상들 , 윤이 반짝잔빡 나는 항아리 무리 그리고 단정한 원탁의 돌 테이블 세트. 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어린날 어머니의 장독대를 닮은 뒷마당이 비움이라면 앞마당은 채움의 미였을것이다. 그 느낌을 체험하고 싶었다.  생전에 박완서님은 그 기둥에 손은 얹고 뒷마당을 바라보면 그리 마음이 푸근 할 수가 없었다고 유고집에 밝힌 바있다고 한다.  그래서 아는 이들은 '박완서 기둥'이라
고 한단다.  

이 가옥은 북향인 근대한옥이지만 뒷마당을 넓게하여  용자 창살로 들어오는 빛이 많아 남향집 보다 더 운치있는 풍경을 만들었다
.
평상시에는 방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운수좋은 사람은 그냥가도 차 대접을 받는다. 과연 방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한 폭의 산수화 같이 아름다웠다.  양쪽 문을 열고 여름날 누우면 저절로 낮잠에 빠져들것 같이 시원한 바람이 열어 논 문으로  통하여 뒤뜰에서 안뜰로 통하였다. 역시 '오수방' 낮잠자기 최적의 조건이다. 

한 평생 내것에 설레고 홀렸던 최순우 선생 _3
최순우 옛집 뒷마당에서 본 전경

한 평생 내것에 설레고 홀렸던 최순우 선생 _4
용자 창살사이로 보이는 뒷마당 풍경

운수 좋은 사람은 어딜 가도 환영 받는다고 마침 그날 '혜곡 최순우,  한국미의 순례자'의 저자인 이충렬님과 작가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었다. "한 평생을 내것에 설레고 사무치고, 새것이 아닌 옛것에 홀리고 미치고 취했다"고  이충렬님은 선생을 그리 표현했다.  
선생은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유렵을 순회전시를 통해 오천년 역사와  훌륭한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국격을 높이게 된 것에 크게 기여하였다. 암울한 시기에도 우리 문화재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수많은 선생의 글이 탄생되었고 우리것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또한 전도사이기도 했다.  

유홍준선생, 간송 전형필 선생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더불어 출판한지 한 달도 되지 않는 따끈따끈한 책에 작가의 서명까지 받아왔으니 이만하면 오늘은 마음만은 부러울게 없는 풍성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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