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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생각하고 마음먹기 나름
2012-07-18 13:21:42최종 업데이트 : 2012-07-18 13:21:42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음천

5년전 쯤까지 약 3년간 준비하던 자격증이 있었다. 사실 살림하랴, 애들 키우랴, 공부하랴 하면서 웬만큼 공부하지 않으면 나같은 날라리(?)들에게는 도통 합격증을 허락하지 않는 어려운 시험이었다.
물론 모든 자격증 시험이 다 그렇고, 특히나 다른것도 아닌 이 자격증이라는건 자칫 그 분야의 사람들에게 생명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당연히 열심히 공부해서 우수한 성적으로 자격증을 따야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줄 것이다.

어쨌거나 5년전쯤에 손을 놨던 것을 최근에 다시 약 1년정도 준비를 한 뒤 다시 시험을 치렀다. 
물론 당연히 붙을거라는 생각은 안했고 이제라도 다시 도전해 보기 위한 예행연습 차원에서 그런거였다. 시험의 출제경향도 좀 파악해 보려고.
그런데 욕심이었을까? 공부는 그다지 만족스럽게 하지도 않았으면서 시험은 붙기를 바라는 염치 없는 생각이었을까.

드디어 시험일이 되었다. 회사에는 이미 월차를 내둔 상태였다.
시험 당일, 아침밥을 일짝 먹고 나니 고사장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 공부를 더 하고 갈까 그냥 갈까 망설이는데 오늘 신문에는 어떤 기사가 나왔을지가 더 궁금했다. 

신문을 펴 여기저기 대충 표제 정도만 훑어 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눈길이 머무는 곳은 '오늘의 운세'였다. 
헛, 이게 웬거냐 싶었다. 평소에는 그런 운세따위는 신문기사 축에도 안드는 것, 왜 지면 낭비하면서까지 이런걸 실어주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생각하던 내가 시험을 보는날 아침에 그걸 딱 마주치자 그동안의 생각이 싹 바뀌어 버리는게 아닌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간사했다.

하여튼 시험 당일인 그날의 내 운세가 무척 궁금했다. 나에게 해당된 띠와 연도를 찾아보니 '횡재수가 있으니 놓치지 말라'였다. 더 놀라운 것은 '동쪽에서 길운이 찾아올것'이라는 부분이었다. 동쪽? 동쪽이라면... 가만 보자, 지금 우리집에서 위치를 잡아 고사장을 보면? 앗, 동쪽이었다. 

무엇이든 생각하고 마음먹기 나름_1
무엇이든 생각하고 마음먹기 나름_1

"그래, 이게 바로 운이라는거야. 공부는 별로 안했어도 출제 경향이 맞으면 된다는게 마로 이런거거든, 오늘 시험은 합격하는거야:"라는 황당한 자위를 했음은 물론이다.
고사장을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고사장에서 시험지를 받아든 순간 긴장했던 탓인지 손이 떨려 글씨를 잘 쓸 수 없었다. 그러나 너무 촉박한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했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밖에 나오니 어떤문제가 나왔는지 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당연했다. 오랫동안 손늘 놓고 있던것이었으니 답이 줄줄 나왔다면 그건 시험이 잘못된거니까.

집에 도착하자마자 정답을 확인하고 가채점을 해보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결과를 궁금해 하시는 남편에게는 재 도전해야 될 것 같다는 대답을 했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은근히 신문의 그 운세가 자꾸 떠올라 내심 요행수(?)를 바라고 있었다. 
합격자 발표를 하는 순간까지 그렇게 몇일간 지내는 동안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꼭 붙는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그 운세 하나 덕분에 붙을지도(?) 모른다는 은근한 기대감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 
그러나 '미끄덩~'이었다. 하하하하... 낙방한 결과에 상관없이 나는 실망하지 않고 크게 웃었다. 떨어진건 서운하지만 당연한거라 여겼다. 그리고 다시 도전할 기회를 주었으니.
시험날 아침 운세를 보고, 시험을 치르고 난 후 발표때까지의 과정을 되돌아 보니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겐가 용기를 줄 수 있는 말이나 책에서의 좋은 글귀, 일을 하다가도 문득 문득 생각나 웃음 짓게하는 유머들은 우리에게 희망과 기쁨을 갖게 해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의 운세'를 믿기보다는 재미삼아 한번쯤 보리라 생각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시험일에 재미삼아 보았던 글귀는 나에게는 작으나마 기대감과 함께 지푸라기같은 역할을 해주기도 했으니까. 자, 이제 툴툴 털고 다시 시작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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