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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날, 둘이 하나 되는 날
2013-05-21 10:10:20최종 업데이트 : 2013-05-21 10:10:20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오늘은 5월 21일 둘이 하나 되는 부부의 날입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을 지나 5월의 마지막 기념일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부의 날입니다. 

어린이날에는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어야 하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선물이 아니라면 용돈이라도 드려야 합니다. 스승에 날에도 작은 꽃이라도 선물해야 하고, 성년이 된 자녀에게는 축하의 의미로 선물이나 외식이라도 해야 체면이 서고, 부모 된 도리, 자식 된 도리, 학부모 된 도리를 조금이나마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달에 비하여 5월에 지출하는 비용이 경조사비용과 5월 특별비용이 100만 원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는 아침 뉴스를 보았습니다. 수입은 변동이 없고 지출이 과다하다 보니 현금서비스와 카드사용으로 마이너스 인생을 탈피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부부의 날인데 왠지 근사하고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부부만의 시간을 갖고 싶지 않은지요? 

부부의 날, 둘이 하나 되는 날_1
부부의 날, 둘이 하나 되는 날_1

저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같은 마을에서 자라고 이팔청춘에 혼인을 하고 함께 사신지 6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장남이었던 아버지와 혼인하여 어머니는 아래 동생들 모두 혼인을 시키고 시부모님 모시고 살았습니다. 식구가 많을 때에는 열두 명이나 되었다니 그 많은 식구들 밥 준비하는 것도 버거웠을 텐데 농사까지 지으면서 평생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즐거울 날도 없고 휴가도 없는 수십 년을 그러게 팍팍하게 살아온 당신들에게도 결혼기념일이 있었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았습니다. 지난 봄 친정에 갔을 때 문득 말씀이 없는 부모님 앞에서 너스레를 떨고 싶어서 우연찮게 꺼냈던 이야기였는데 부모님의 반응은 예상외로 진지했었습니다. 

기억력이 좋으신 아버지께서는 날짜까지 정확하게 아셨고 어머니는 시집가던 날에 대하여 이야기가 술술 나왔습니다. 시집가는 날을 정해 놓고도 마을에서 마주치게라도 되면 엄마는 먼 길로 돌아 아버지를 피하였고, 젊었을 때 아버지는 참 똑똑했다는 말씀, 대식구들을 건사해야하는 장남만 아니었더라면 큰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직도 미련이 남는 이야기를 어제 일처럼 말씀했습니다. 

특별한 날을 잘 챙기지 못하는 나는 지난 어버이날에는 전화도 드리지 않았습니다. 찾아뵙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이 앞서 딸랑 전화 한통으로 때운다는 생각이 들어 아예 전화 드리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결혼한 부부에게 당연하게 따라 오는 결혼기념일이 50년 넘게 산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있다는 것이 낮 설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처음 맞는 생경스러운 일로 다가왔습니다. 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입니다. 

효도가 내 얼굴을 부모님께 보여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그것이 효도라면 나는 점점 불효만 행하고 있습니다. 사는 것이 다 바쁘다는 것으로 일축하는 변명과 핑계만 날로 많아지고 있습니다. 살아계실 때 잘하는 것이 돌아가시고 난 후 후회가 줄어든다고 했는데 경험하지 못하고 불혹이 지난 어리석은 자식은 아직도 부모님은 영원히 나의 울타리가 되어주고 그늘이 되어줄 것으로 여깁니다. 

부부의 날, 결혼기념일 같은 날은 내 기념일이고 젊은 사람들의 기념일이라고 생각만 했지 부모님의 기념일이란 것을 염두에 두지 못했습니다. 부부의 날에 근사한 밥상은 고사하고 매일과 다름없는 소박한 밥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부모님을 생각하면 차라리 기념일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마음은 부모님이 계신 친정 마당에 가 있는데 이번 주말에도 다음 주말에도 할 일이 있다는 핑계로 찾아뵙지 못합니다. 부부의 날 아침에 부모님이 하나 되었던 날을 회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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