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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편리할 수 있다
길 좀 안다고 우회도로 이용하다 더 지체되다
2013-05-22 10:10:01최종 업데이트 : 2013-05-22 10:10:01 작성자 : 시민기자   심현자

황금연휴 3일을 맞아 친구들과 모처럼 2박3일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지난 석가탄신일 17일을 기준으로 18,19일 연휴로 날씨도 화창하여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도시를 탈출했다. 

친구들과의 여행은 2013년 새 달력을 받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모임에서 결정된 것이다. 여행지는 전라남도 구례와 경상남도 하동군 하개면을 시작으로 지리산을 등산하기로 했다. 친구의 지인이 서울에서 한약방을 하는데 하개면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휴일이면 휴식도 취하고 찾아오는 사람들과 상담도 해 준다고 하여 친구의 지인 펜션을 몇 개월 전부터 예약을 했다. 

펜션을 운영하는 주인과 친구는 아주 잘 아는 사이인 관계로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 계약을 한 상태로 지내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펜션을 운영하는 사람이 연휴 동안 펜션을 전체로 사용하겠다는 사람이 있으니 다른 곳에 있는 민박집을 이용해 달라고 부탁을 하니 친구는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을 했다. 
그런데 민박집이 하동군 하개면이 아닌 경상남도 산청군 생초면이었다. 생초면도 지리산 자락으로 마을 앞에는 진주 남강의 상류인 경호강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다. 

여행을 떠나기 1주일 전에 숙박 장소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은 친구들의 반응은 좋지 않은 분위기인 것 같았다. 생초면은 몇 몇 친구들이 잘 아는 곳으로 이번에는 새로운 곳으로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장소가 바뀌니 많은 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급기가 한 명 두 명이 불참을 통보해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오랜만에 떠나는 자유로운 여행인데 취소가 되니 아쉬운 점이 많았다. 그렇지만 친구와 떠나는 여행이 취소되면 반가워할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은 다름 아닌 고향을 찾기로 한 '나의 절친' 남편이다. 남편은 아들과 함께 2박3일 동안 볼일이 있어 고향에 가기로 한 것이다. 친구들과의 여행이 일찍부터 예약이 되어있어 같이 가자는 소리는 못하고 은근히 여행에서 빠져주기를 바라는 식으로 여러 번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인데 기분 좋게 다녀오라며 내키지 않는 빈 말을 했다. 

나도 고향에 함께 가고 싶지만 친구들과 여행에 내가 빠지면 여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는 시간을 상상하면서 빠지고는 싶지 않았다. 그런데 여행에 차질이 생기자 차라리 여행이 취소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나도 가지게 되었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여행을 취소하자는 결론이 났다. 

여행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누구보다 먼저 반길 사람은 아마도 남편이었을 것이다. 남편에게 여행이 취소되었다고 하자 남편은 씁쓸한 목소리로 "참으로 아쉽게 됐네!"한다. 그러면서 "당신도 우리의 여행에 동참하세요" 하면서 입가에는 미소를 띤다. 
그러면서 "당신이 함께 가지 않아 아쉬웠는데 정말 잘 되었소"한다. 그러면서 "여행은 모두가 가고 싶은 목적지로 가야지 다른 곳으로 가면 아무래도 마음이 찝찝하지" 하면서 "여행에서 먼저 빠지기로 한 친구의 마음을 이해한다"면서 "가을에 단풍여행이나 다녀오시구려!" 한다. 

기다림이 편리할 수 있다 _1
기다림이 편리할 수 있다 _1

고향에 가기위해 17일 오전 11시에 출발하여 고속도로 수원 IC로 들어가는데 영통 입구에서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영통입구 고가도로에서 수원IC입구 까지 1시간이 걸렸다. 영통입구에서 수원IC까지의 거리는 불과 1km 정도일 것이다. IC 입구에서 고속도로를 바라보니 고속도로에도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고속도로에 자동차가 정체해 있는 걸 보자 길 찾기에 자신감을 갖고 있던 남편의 기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 차가 많으니 차를 돌려 오산 흥덕간 도로를 이용해 오산IC로 가자"며 운전을 하고 있는 아들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만 잔머리 굴리는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생각을 갖고 빠져 나가면 얼마 못가 그 도로도 정체 되어 있을 것이니 그냥 고속도로를 이용하자"고 해도 굳이 아들을 설득시켜 국도를 이용했다. 

우리는 자동차 전용도로인 기흥 저수지위 고가 차도를 시원스럽게 달렸다. 그렇지만 고가 차도를 빠져 나와 동탄입구 사거리를 지나자 앞에서 달리던 차들이 비상 깜빡이를 켜고 서행하기 시작했다. 동탄에서부터 오산IC까지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집에서 동탄IC입구까지 20~30분이면 충분한 시간인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되었다. 

동탄IC에 다다르자 남편의 잔머리는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경부고속도로가 밀리니 송탄 IC를 이용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나도 굽히지 않고 반대했다. "당신만이 잔머리를 굴리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다른 사람들도 모두가 그 정도는 생각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고속도로를 타고 갑시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들도 고속도로가 괜찮을 것 같다고 한다. 
사실은 아들도 수원 IC에서도 고속도로를 따라 천천히 가고 싶었지만 말은 못하고 남편의 말을 따랐던 것이다. '길 좀 안다고 자만하는 남편이여 가족들 의견도 좀 들어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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