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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감사할 일
2013-05-13 13:14:42최종 업데이트 : 2013-05-13 13:14:4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엄마, 어버이날 선물이야. 내가 만든 효도 쿠폰도 있어!"
아이가 내민 선물은 직접 만든 카드와 손글씨로 삐뚤빼뚤 쓴 '효도 쿠폰'이었다. 엄마 어깨 주물러 드리기, 심부름하기, 말 잘 듣기 등이다. 학교에서 만든 것을 어버이날 아침에 가방에서 꺼내 자랑스럽게 내밀었다

내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감사할 일 _1
내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감사할 일 _1

물론 유치원 다닐 때에도 선생님들이 함께 만든 꽃이나 카드 등을 써서 가지고 오긴 했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어버이날 선물은 남다른 감정이 느껴진다. 아이는 '효도쿠폰'을 적극적으로 쓰라고 권유를 하면서 내가 쿠폰 한 장을 내밀 때마다 적혀진 어떤 행동들을 해준다
한 번은 '심부름하기' 쿠폰을 내밀면서 심부름을 시켰다. 현관의 신발을 정리해 놓는 것, 그리고 경비실에서 택배를 가지고 오는 일이다. 그러더니 신나하면서 심부름을 한다

어버이날은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도 아니고
, 의무적으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날은 아니다. 하지만 어버이날이 되면 적어도 부모님을 챙기고 인사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을 한다. 평소에 잘 하지 못하는 효도를 어버이날 하려는 듯 말이다. 물론 평소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어 드리고, 식사도 자주 하고, 마음을 편히 해 드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어버이날이라고 정해진 날이 있기에 못다한 부모님에 대한 효도를 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어버이날이 되면 학교에서 매번 종이꽃을 만들고 편지를 썼다
. 그런데 학년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의무가 되었다. 행사처럼 여겨졌고, 귀찮은 마음도 들었다. '내가 왜 부모님께 고마워해야 돼? 별로 해 준것도 없으면서' 라고 마음으로 반항하기도 했다. 중학교 이후 어느 순간부터 어버이날 편지를 쓰는 낯 간지러운 일은 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의 편지와 작은 선물을 받아 보니
,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알 듯하다. 아이가 만든 것 하나에 감동을 하게 된다. 맞춤법이 틀리도록 쓴 편지도 그냥 좋다. '엄마 사랑해요'라는 문장으로도 가슴이 출렁인다. 그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 것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엄마가 되어 그렇듯이 오래 전 나의 부모도 내가 쓴 편지글 한 장에 행복해하셨겠구나 알게 된다

내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감사할 일 _2
내 존재 자체가 부모에게 감사할 일 _2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다. '사랑해'라는 말을 하는 것, 나의 관심을 물건, 시간, 대화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얼마나 그동안 부모님의 삶에 무심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어버이날이 되어서야 겨우 식사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5월에 지출할 돈이 많아 툴툴대면서 선물을 고른다
그렇지만 어버이날이 없었다면 이런 일 조차 안했을는지 모른다. 얼마나 사랑표현에 인색한 자식이었는지 아이의 어버이날 카드를 통해서 내 모습을 알게 된다. 나는 내 자식에게 요구하면서, 내 부모에게는 표현하지 않으니 얼마나 이중적인지!

아이는 편지에
"엄마 나를 튼튼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썼다. 건강하게 키워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무언가를 사주어서, 뒷바라지를 잘 해주어서 부모에게 고맙다는 것만은 아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부모님에 대한 감사일 수 있다. 내 생의 근원이 어찌됐든 '부모'이기 때문이다. 튼튼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짧은 문장 속에서 단순한 삶의 진리를 깨닫는다

어버이날은 매년 찾아온다
. 어버이날에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하고,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함께 매 순간 나의 삶의 존재가 부모님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을 깨닫는 것도 필요하다. 효도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음속의 사랑이 표현될 때 그 사랑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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