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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피해 찾은 서호 생태공원 산책로
여주 매달린 철골터널 호기심 자극…고령 소나무, 세월 앞에선 장사 없어
2020-09-07 15:39:48최종 업데이트 : 2020-09-09 16:51:08 작성자 : 시민기자   김숙경

참으로 지루한 장마였다. 역대 가장 긴 장마가 끝난 가 싶더니 기다렸다는 듯 태풍이 강타하면서 한반도에 큰 피해를 안겨주었다. 수재민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장마와 태풍 덕분에 올 여름은 그 흔한 열대야 한번 겪지 않고 편히 잘수 있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Haishen)이 7일 우리나라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온종일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운동과 함께 스트레스도 해소할 겸 하루 전에 근처 공원을 가기로 했다.  


서호로 향하는 하천에 철새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서호로 향하는 하천에 철새가 한가롭게 헤엄치고 있다.

여름 같지 않았던 여름 언저리인 9월 첫 토요일인 지난 6일 서호 생태공원 산책로를 찾았다. 1호선 지하철 화서역 5번 출구로 나와 공원에 들어서니 좁은 흙길과 꼬리명주 나비 서식지인 무성한 수풀이 필자를 반긴다. 서호로 향하는 하천에는 철새가 한가롭게 헤엄친다.

멀리 보이는 정자를 끼고 좌측으로 걸으니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중부작물부 쪽에서 감미로운 색소폰 소리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색소폰 소리에 정신이 홀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정신을 차린 기자는 체육공원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었지만 대여섯명의 청소년들이 아랑곳 하지 않고 공놀이를 즐긴다.

자연학습장은 더위 때문인지 인적이 뜸했다. 여주가 주렁주렁 매달린 철골터널은 더위를 식혀줄 음지를 제공하면서 길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조금 걷다 보니 지붕에 백로모형의 조형물 3개가 있는 예쁜 낙조화장실이 보인다. 명품 화장실 도시 수원답게 세련미가 흘러 넘쳤다. 공원 내 시계는 10시 2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비교적 빠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내리쬐는 태양열과 자외선을 피하기 위해 양산을 펼쳤다.
 

서호 인공섬 앞에 이름모를 철새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서호 인공섬 앞에 이름모를 철새가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인공 섬을 품고 있는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인공 섬은 민물가마우지 배설물로 인해 새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 나타난다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인근에 설치된 망원경을 이용해서 섬을 샅샅이 훑었다. 기대와는 달리 예상외로 섬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는데 아마 이번 기록적인 장마로 배설물이 몽땅 쓸려내려간게 아닌가 생각된다.

서호에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Ⅱ급인 큰기러기를 비록해서 쇠기러기, 뿔논병아리, 물닭, 쇠백로, 흰뺨검둥오리 등이 서식한다. 도시 한가운데에서 이 같은 환경을 접할 수 있는 인근 주민들이 부러웠다. 비교적 빠른 시간인데도 대부분의 구간이 흙길인데다가 지연친화적인 매트가 깔려 있어 산책과 조깅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군데군데 설치된 운동기구는 건강을 염려한 중년들의 전유물이 되어 있었다.
 

둑 건너편에 조류 피해를 막기위해 설치한 초대형 그물이 장관을 이룬다.

둑 건너편에 조류 피해를 막기위해 설치한 초대형 그물이 장관을 이룬다.

서호의 별미라 할 수 있는 둑에 도착했다. 둑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벼 시범 단지가 있는데 조류의 습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처논 초대형 그물이 압권이다. '운 좋게 그물 사이로 들어온 새들은 어떻게 나갈까'라는 필요없는 걱정을 해본다.
 

둑 곳곳에 설치된 구명환

둑 곳곳에 설치된 구명환


'이 구명환은 위급상황시 아무나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줄 소중한 물건이오니 가져가지 마십시오. 최대거리 : 30M'
둑 곳곳에 물에 빠지는 시민이 발생할 경우, 귀중한 생명을 지켜줄 구명정과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둑을 중간정도 지날 무렵 4명의 사진작가들이 피사체를 향해 바쁜 손을 놀린다. 군데군데 수백년이나 된 듯한 수령의 소나무들이 지나간 세월의 흔적과 함께 고풍스런 경관을 안겨준다. '세월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라는 말을 실감이라도 하듯 철제 구조물이 고령의 소나무 가지들을 받쳐주고 있다.
 

역대 가장 긴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아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름 모를 꽃무리가 신비함을 안겨주고 있다.

역대 가장 긴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용케 살아남아 생명력을 이어가는 이름 모를 꽃무리가 신비함을 안겨준다.

'祝萬提'(축만제) 라고 쓰인 비석

'祝萬提'(축만제) 라고 쓰인 비석


「축만제는 1799년 정조23년 화성의 서쪽 여기산 아래 길이 1246척, 너비 720척이라는 당시로서는 최대 크기로 조성된 저수지다. (이하 생략) 축만제는 천년만년 만석의 생산을 축원한다는 뜻으로 화성 서쪽에 있어 일명 서호로 불린다. (이하 생략) 해방후 서울대학교 농과대학과 농촌진흥청 설립으로 이어졌고 수원은 20세기 농업 중심지가 되었다. 축만제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2016년 11월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의 세계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축만제(서호)에 대한 유래와 함께 '祝萬提'(축만제) 라고 쓰인 비석이 눈에 들어왔다.
 

항미정에서 몇몇 시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항미정에서 몇몇 시민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서호의 수문에 이르자 '항미정'이란 정자가 눈길을 끌었다. 항미정은 송나라의 대문호인 소식(蘇軾)이 중국 항주의 태수를 지낼 적에, 항주를 대표하는 절경인 서호(西湖)가 서시(西施)의 눈썹처럼 아름답다고 말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나들이 나온 주민 몇몇이 이야기꽃을 피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화서역으로 향하는데 얼마 전 분양을 마친 P 아파트 상층부가 서호 위로 웅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도 얼마 있으면 서호 생태공원 산책로를 걷겠지?

서호, 서호 생태공원, 서호 생태공원 산책로, 김숙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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