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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축제 분위기 사라진 크리스마스이브 풍경
크리스마스트리 캐럴송 축제 행사 사라져 쓸쓸한 크리스마스
2023-12-26 13:40:07최종 업데이트 : 2023-12-27 11:15:47 작성자 : 시민기자   차봉규

크리스마스 트리에 점등이되자 모여드는 시민들

크리스마스트리에 점등이 되자 기념촬영을 위해 모여드는 시민들


우리나라에 기독교(개신교)가 들어온 지 120여 년이 되었다. 유럽, 미국 등지에서 파송된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군주(君主) 시대의 조선은 공자(孔子)의 유가사상(儒伽思想)을 통치이념으로 하던 시대라 남녀가 유별했다. 하나님을 숭배하는 예배당은 반상제나 빈부격차, 남녀노소, 성차별 없이 누구나 환영받았다.

 

옛날에는 교회를 예배당(禮拜堂)이라고 했다. 남녀 칠 세 부동석(男女七歲不同席)이란 사회적 통념으로 집에서도 통제받던 젊은 남녀들이 평등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곳이 예배당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배당을 폄하하는 일각에서는 연애당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래서 딸이 있는 부모들은 남녀가 유별한데 바람난다고 예배당을 못 다니게 한 부모들도 있었다. 해방 후 50년대까지도 그랬다.

 

올해는 8년여 년 만에 맞이한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다. 크리스마스는 그리스도(christ 예수)가 탄생한 기념일로 교인들에게는 최대 축제의 날이다. 옛날에는 12월 중순쯤 되면 교회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졌다. 시내 상가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오색 찬란한 불빛이 번쩍거리고 거리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송이 온종일 울려 퍼지며 연말 내내 성탄절 분위기를 이어갔다. 

 

거리에 울려 퍼지는 경쾌한 크리스마스 캐럴송은 예배당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들뜨는 분위기였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들도 소나무를 꺾어다 오색 실을 걸치고 솜으로 눈송이를 만들고 노랑 빨강 파랑 꽃전구줄을 감아 하늘에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다. 연인들이나 친구들 간에는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을 주고받는 등 모두가 함께 즐기는 성탄절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는 교회마다 아기예수 탄생 기념 전야제로 연극도 하고 축제로 밤을 새웠다. 성탄절 새벽이 되면 교인들이 모은 선물을 갖고 각 가정을 돌며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기 예수 탄생 축가를 부르고 선물을 주고 갔다. 아이들이 자고 나면 머리맡에는 양말이나 장갑, 모자, 과자 등의 선물이 놓여있다. 부모님들은 어젯밤에 너희들이 잠잘 때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갔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예배당이 교회로 명칭도 바뀌고 시내 상가에 크리스마스트리도 사라지고 캐럴송도 들을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에 어린이들에게 나눠주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선물도 옛이야기가 되었다. 크리스마스이브 날 교회를 가봐도 전야제도 사라지고 성탄절날 교단에만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하고 목사의 설교에 이어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아기 예수 탄생 축가만 부르고 만다. 

옛날보다 교회와 교인들이 늘고 삶이 풍요로워진 만큼 성대한 축제가 열려야 할 크리스마스가 오히려 썰렁하기만 하다. 영하 10도, 15도의 강추위가 이어지다가 올해 크리스마스이브에는 영상 2도로 포근해졌다.

24일 수원시내의 크리스마스이브와 연말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수원역으로 나갔다. 로데오 문화광장으로 가기 위해 방문한 지하상가도 젊은이들로 성시를 이룬다. 지하상가에는 휴대폰 가게들이 많다. 휴대폰 가게에서 외국인들이 줄지어 흥정하고 있고, 꽃 가게에는 선물할 꽃을 사는 사람들, 선물이든 쇼핑백을 든 사람들로 통로가 좁은 지경이다.


지하상가를 지나는 젊은이들

수원역 지하 상가도 크리스마스이브 성시를 이룬다.


수원역 로데오거리는 20대 젊은 남녀들이 썰물처럼 몰려다닌다. 필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하자 떼지어가던 한 여성이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나 이쁘게 찍었요" 하고 농담을 걸기도 한다. 상가를 둘러보니 가게마다 선물을 사려는 젊은이들로 성시를 이룬다. 그런데 크리스마스트리는 보이질 않는다. 옛날처럼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크리스마스 캐럴 송이 울려 퍼지면 거리의 분위기가 한결 살아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수원역 로데오거리를 휩쓸고다니는 젊은이들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치는 수원역 로데오거리

 

로데오거리에는 크리스마스이브 특수를 노리는 포장마차 10여 대가 줄지어 전을 펼쳤다. 포장마차에는 노릇노릇하게 튀긴 새우튀김, 치킨,  핫도그, 순대, 떡볶이, 어묵 등 포장마차마다 조금씩 다른 수십 가지의 먹거리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목줄을 잡아댕긴다.
 

눈요기로 군침이도는 각가지 먹거리들

눈요기로 군침이 도는 갖가지 먹거리들


젊은이들이 약식으로 저녁을 때우는지 포장마차에 빙 둘러서서 먹느라고 정신들이 없다. 수십 년 전 포장마차에는 연탄불에 참새구이뿐이었다. 직장인들이나 근로자들이 퇴근길에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잔에 소금을 살작뿌린 참새구이 안주는 일미였다. '참새가 소 등에 올라앉아 네 고기 열첨보다 내 고기 한 첨이 더 맛있다고 자랑한다'라는 말도 있다.
 

포장마차마다 성시를 이루고있다

포장마차마다 젊은이들이 가득하다.


연말이 되면 다사다난(多事多難) 했던 한 해를 보내는 동창회를 비롯해 친목회 직장 모임 등 이런저런 모임으로 망년회가 많다. '모기도 한철'이라고 음식점들도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라 음식점들도 빈자리 없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버스를 타고 매탄동 중앙교회를 지나 팔달문을 거쳐 행궁 광장에 도착하니 팔달산보다 높아 보이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져 있다. 이날은 행궁도 무료 개방되었다. 저녁 늦게까지 시민들이 수없이 방문한다. 어둠이 깔리고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이 되자 오색 찬란한 불빛이 반짝거린다. 시민들은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느라 바쁘다. 
 

행궁광장에세운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시민들

행궁광장에세운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시민들


행궁광장 맞은편 수원종로교회가 있고 장안문 방향으로 20여 미터 가면 북수동 천주교성당도 있다. 장안문과 화서문을 지나고 고등동의 농천교회를 지나 수원역까지 돌아보는데 크리스마스트리가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이브 전야제도 사라진 '고요한 밤, 캄캄한 밤' 크리스마스이브다.


어느 아파트단지를 지나는데 입구 조경수에는 파란색, 빨간색의 연등을 매달고, 크리스마스트리에도 빨간색, 파란색 조명을 둘러져 있다. 아파트 주민들도 즐거운 성탄절이다. 교회와는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아파트단지 입구에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

아파트단지 입구에 설치한 크리스마스트리


옛날에는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교인들을 만나면 '메리 크리스마스' 하고 인사를 나눴는데 지금은 그 인사마저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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