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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화홍고, 2023년 청소년 작가 동아리 결실 맺다
에세이집 『글로 채운 마음들』 출판 기념회 열어
2023-12-15 15:34:51최종 업데이트 : 2023-12-15 17:01:57 작성자 : 시민기자   이주영

화홍고등학교에서 열린 『글로 채운 마음들』 출판 기념회

화홍고등학교에서 열린 『글로 채운 마음들』 출판 기념회


수원시에 위치한 화홍고등학교에서 특별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경기도교육청 직속기관 경기중앙교육도서관의 '2023년 청소년 작가 동아리' 사업에 참여한 화홍고등학교 학생들의 글이 책으로 출판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출판 기념회는 손점순 사서교사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청소년 작가 동아리'는 경기중앙교육도서관이 주관하는 사업으로, 청소년 스스로 글의 주제를 정하고 관련 정보 자료를 탐색하고 글로 표현하면서 주도성과 창의성, 비판적 사고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글쓰기 강의와 작품 출판을 지원한다. 2023년에는 용인시, 수원시 고등학교 중 수원 화홍고등학교가 선정되었다. 2023년 청소년 작가 동아리 활동은 4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12차시로 진행되었으며, 글쓰기부터 목차 구성, 디자인 선정 등 출판의 전 과정을 학생이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청소년 작가 동아리 운영 내용을 발표 중인 손점순 사서교사

청소년 작가 동아리 운영 내용을 발표 중인 손점순 사서교사


손점순 사서교사에게 '2023 청소년 작가 동아리' 사업에 지원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2022년에 용인시의 고등학교가 이 사업에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2023년에는 수원시의 고등학교가 선정되기 유리할 것이라 예상했어요. 올해 2월 말부터 준비하고 3월 6일 공문을 받고 사업을 신청하면서부터 바로 학생들을 모집했습니다. 저희 학교가 선정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었지만 꼭 참여하고 싶었던 프로젝트였거든요. 학생들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수업 날짜도 미리 정해 놓고 지원교 선정을 기다렸습니다."
 

더불어, 이 사업을 운영하며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 물었다.

"학생들이니까 방과 후에는 학원에 가야 했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동아리 활동을 잊고 집에 가는 경우도 있었어요. 학생들이 수업을 빠지지 않고 참여할 수 있게 일일이 전화하기도 했고요. 글을 쓰면서 너무 힘드니까 포기하겠다는 친구들을 설득해서 끝까지 끌고 오는 것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중간에 코로나와 독감이 있어서 학교에 못 오는 경우도 발생하니까 원고가 늦어지고 강사님께 죄송함도 아주 많았습니다. 수요일마다 교직원 회의에 빠져야 하고 연수에도 빠져야 했지만 학생들이 힘들다고 계속 이야기했지만 이렇게 결실을 맺어서 한 권의 책이 나온 것을 보니 가슴 한편에 뭉클함이 있네요."
 

손점순 사서교사는 "학생들에게 작가로서 에세이를 쓰면서 자신이 성장한 것 같다고 감상을 전달받았습니다. 이것이 마중물이 되어서 어떠한 직업을 갖든 계속 글을 쓰고, 글을 통해 성장하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16명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 것이 아주 자랑스럽고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이며 책까지 잘 완성하는 일이 잘 될까 걱정했는데 오늘(출판 기념일)이 오게 되었다며 응원의 말을 전했다.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는 화홍고 이준영 교장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는 화홍고 이준영 교장


이준영 화홍고등학교 교장은 "여러분의 생각과 소중함이 담겨서 글로 표현되는 일의 시작이자 출발점이다. 여러분이 앞으로 꼭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항상 글을 쓰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이웃을 보듬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런 것이 바로 무형자산이다. 항상 자부심을 가지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을 수 있는, 다른 사람의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자산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출판을 축하한다."라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창작 의도를 설명하는 김민수 작가

창작 의도를 설명하는 김민수 작가

 


1학년 김민수 작가는 『글로 채운 마음들』에 수록된 자신의 글, 「한번에 몰아쓰는 꿈 일기」를 소개하며, "제가 평소에는 일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나중에 시간이 지나 이 글을 보면서 제가 가졌던 꿈이나 장래 희망들을 다시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 글을 썼다"라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글을 낭독하고 출판 소감을 전하는 이유나 작가

글을 낭독하고 출판 소감을 전하는 이유나 작가


2학년 이유나 작가는 "제가 만약 어린이집 봉사 활동만 하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중에 그 하루는 여러 일이 있었고 뿌듯했던 하루였다고만 기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 적어두면 제 기억이 희미해지더라도 그 글을 다시 보며 제가 어떤 부분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다시 알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경험을 한 뒤에 글을 쓰며 그 경험에 대해 구체적으로 글을 적어보며 글을 쓰지 전에는 몰랐던 수면 아래 생각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제가 글을 계속 쓰는 이유는 이와 같은 글의 특성이 좋기 때문이다. 예술은 기억의 도구 같다. 음악은 생각을 기록할 수 있고, 영상은 모습을 기록할 수 있고, 음악은 감정을 기록할 수 있다. 글은 조용하지만 가장 시끄러운 것 같다. 글이라는 것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공부를 하고 업무를 하고 문화예술 매체를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계속 글을 통해 기억하고 싶은 기억들을 쌓아가고 싶다. 글은 그런 생각과 기억의 도구라는 것을 책을 쓰면서 알게 되었다."라고 출판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글 「가을의 멍」을 낭독하고 있는 김유경 작가

자신의 글 「가을의 멍」을 낭독하고 있는 김유경 작가

 

뒤이어 1학년 김유경 작가가 제작한 책 소개 영상(북 트레일러)을 상영했다. 김유경 작가는 수록 글 「가을의 멍」을 낭독하기도 했다. 
 

사계절에 따라 내 분위기와 내 주변의 분위기가 변한다. 그중에서도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은 내가 태어난 계절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심심한 거리가 채도 높은 색들로 물들어 그 감회가 더욱 새롭다. 새로운 시작의 설렘이 느껴지는 봄, 마음이 맞는 친구를 만나고 돈독해져가는 여름, 달아오르는 감정이 선선해지는 바람에 실려 쓸쓸해지는 가을, 일 년의 끝을 알리며 따스하게 얼어붙어 내려오는 겨울. 각 계절마다 느껴지고 있는 감정이 제각각이다.
 

나는 이 중에서도 가장 외로운 계절을 담당하고 있는 가을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한다. 슬픔 같은 원초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그 느낌을 느끼기까지 모든 과정을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생각을 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렸는데, 내가 유독 가을만 되면 멍을 때리는 습관이 하나 있었다. 나는 이 멍 때리는 습관을 저주라고 부르며 굉장히 싫어했고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그 노력 중 하나가 '온종일 긴장 상태로 있기'였는데, 아무래도 스스로를 혹사시키는 행위이다 보니 나의 정신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다. 한참을 멍을 다 때리고 난 뒤 그제서야 깨달았다. 가을에 내가 나른해져 틈만 나면 자꾸 멍을 때리는 것은 싱그러운 봄에 새로운 인연을 만났기 때문이고, 여름에 열정적인 사랑을 했기 때문이고, 겨울은 아름다웠던 노래의 소리를 반짝이는 별로 장식할 것이기 때문이구나. 즉, 가을은 외로운 계절이 아닌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계절이었던 것이다. 그 뒤로 나는 가을의 멍을 나만의 감정이라고 이름 지었고, 가을의 멍은 완전히 나의 일부로 자리매김하였다.
 

'나만의 감정'이 어떤 감정이든 간에 그것은 자신만의 고유의 감정이고, 먼 훗날 내가 성장하기 위한 어떤 발판이 될지 모른다. 그러니 어떤 아름다운 계절 속의 어떤 아름다운 감정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나만의 감정은 언젠가 어른이 될 나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 김유경, 「가을의 멍」 중에서(작가 본인이 발췌하여 낭독)


축하 인사를 전하는 담해북스 이미연 대표

축하 인사를 전하는 담해북스 이미연 대표


글쓰기 수업과 출판 작업을 맡은 출판사 담해북스 이미연 대표는 "책을 한 권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지만 아무나 책을 낼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책을 내려면 일단 글을 써야 하고, 그 글을 계속 고쳐 쓰고 들여다봐야 하는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 16분의 작가님은 모두 그걸 해냈다. 다시 한번 축하하고, 작가님의 다음 원고를 기다리겠다."라고 말했다.

화홍고등학교 16인의 작가들

화홍고등학교 16인의 작가들


한편, 강혜진 외 15인의 『글로 채운 마음들』(담해북스, 2023)은 국제표준자료번호(ISBN)를 발급받아 국립중앙도서관에 납본되는 책이지만 시중에서 구매할 수는 없다. 화홍고등학교, 경기교육도서관 10개관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로 채운 마음들

글로 채운 마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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