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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뉴지엄에서 현대미술 배우고 작품 바라보기
기획전시 <다시, 바라보기> 12월 29일까지
2023-12-19 10:56:37최종 업데이트 : 2023-12-19 10:56:36 작성자 : 시민기자   임우진
고색뉴지엄

고색뉴지엄


눈이 쏟아지던 토요일, 고색뉴지엄에서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고색뉴지엄은 원래 사용되지 않았던 폐수처리장이었다. 공간을 탈바꿈하여 현재에는 전시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10시부터 18시까지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고,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이다. 

현재 고색뉴지엄의 기획전시는 쓸모가 다하여 버려지고 남겨진 소외된 물건과 공간, 시간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시 바라봄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찾은 작품이 전시되었다. 작업을 통해 남겨진 것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며, 다시 의미를 가진다. 또 다른 새로움을 만날 수 있는 <다시, 바라보기>는 12월 29일까지 전시된다.

박수연 작가의 <탁자나무>(2022)

박수연 작가의 <탁자나무>(2022)


"현대 미술은 난해하다. 이해하기 어렵다." 흔히 들어 본 말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인 '현대미술 감상, 무엇을 보아야 할까?'에서는 어렵기만 한 현대 미술을 쉽게 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전희 기획자가 강연을 맡았고 12월 2일과 12월 16일 두 번의 교육이 진행되었으며,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참여가 가능했다.

프로그램의 시작으로 현대미술은 왜 어려운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수강생은 "보이는 게 없고 뭔지 모르겠다. 무엇을 보아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현대미술을 배우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고 하니 오히려 강사는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안보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형상이 있는 작품을 보듯 추상미술을 보게 되면 안 된다. 그렇게 바라보고 작품에 질문하고 정답을 찾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작품에 던지는 질문이 잘못되었다고 강사는 말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현대미술 감상, 무엇을 보아야 할까?'

전시 연계 프로그램 '현대미술 감상, 무엇을 보아야 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먼저 점과 선 면, 색 등 눈앞에 보이는 '형식'을, 다음으로 작품 속에 담긴 '내용'을 본다. 우리는 너무 많이 알기 때문에 형태를 찾지만, 현대미술은 형태를 잊어버리게 한다. 어떠한 것을 그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내용에 대해서는 이건용 작가의 자기 자신과 캔버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을 설명이 담긴 작품을 예시로 보여주며 수강생을 이해시켰다. 작품을 통해 작가는 어떤 것, 어떻게 표현했으며, 전시 관람객이 무엇을 느꼈냐가 중요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현대의 작품을 어떻게 보면 되는지 알게 되었다. 한 수강생은 "미술관에 있는 작품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모를 때가 많았다. 이번 강의를 통해 형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배워 추상미술을 잘 관람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어렵게만 느꼈던 현대미술을 쉽고 이해가 잘 되게 설명해 주셔서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고우리 작가의 작품

고우리 작가의 작품


지하 1층 전시장으로 이동하여 프로그램 수강생이 함께 작품을 관람했다. 고우리 작가의 작품은 회화 작품 뒤에 숨겨진 것, 평소 볼 수 없었던 캔버스 천을 보여준다. 그림을 그리기 위한 캔버스는 씨실과 날실로 짜인 천으로 그 위에 젯소를 바르고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 관람자들은 캔버스 위의 물감을 볼 뿐, 실제 캔버스 천을 마주할 기회가 없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캔버스의 실을 풀어내 공과 같은 실타래를 만들고 캔버스의 천을 뜯어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방법'을 완성했다. 

박수연 작가의 <건조대등>(2022)

박수연 작가의 <건조대등>(2022)


박수연 작가는 주변의 생활품을 수집하여 분해, 조립, 혼합 과정을 통해 조형물을 만든다. 기능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하던 빨래 건조대와 탁자, 냉장고 등을 재조합하여 기능성을 상실시켰다. 기능성이 박탈당한 물건들은 새로운 조형물로 바뀌어 새로운 감각과 상황을 만들었다. '기능을 잃어버린 사물들'은 익숙하지만 낯설어진 물건들로 전시장 안에서 새로운 기능을 발휘한다. 지하 1층 전시장 안쪽,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면 빛이 하나 보인다. 어두워진 공간의 전시장소인 공간에서 중고 접이식 벽 건조대와 전구가 결합된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소미정 작가의 <무엇이 무엇으로>(2021)

소미정 작가의 <무엇이 무엇으로>(2021)


소미정 작가는 자연물을 활용하여 작업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돌을 활용해 '돌에서 돌로, 자연에서 자연으로'를 만들었다. 돌을 채집해 가루가 될 때까지 쇠절구로 연마하고 캔버스 안에 돌의 형상으로 만드는 회화-설치 작품이다. 가루가 된 돌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다시 돌(자연)이 된다. 작가가 실제로 수집한 돌과 돌의 가루로 만들어진 종이 조형물의 돌 형상이 섞여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어떤 것이 진짜 돌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정재희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을 활용하여 '시간의 기억과 존재'를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순간을 기록하는데 이번 작업에서는 저장 장치 기능을 없애고 플래시와 셔터음만을 이용하여 관람자들에게 촬영의 순간 '지금'이라는 순간을 자각하게 한다. 또 작은 텃밭에 시계의 초침, 분심, 시침을 심어 시간의 흐름과 살아있는 풀을 표현했다.

프로그램 후에 이뤄진 전시 기획자의 작품설명

프로그램 후에 이뤄진 전시 기획자의 작품설명


허태원 작가는 도심 속 골목에 버려진 화분을 수집한다. 무언가 심고 기름으로서 정착하고자 했던 마음이 담긴 것이었지만, 이사를 가거나 쓸모를 다해 버려진 것들이다. 작가는 버려진 화분이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남겨진 도시의 초상들'은 수집한 화분들을 설치작업으로 전시되고, 화분이 불러일으키는 정서를 추출하여 회화로 표현되었다.

많은 것을 생각하고 판단하는 이에게 현대미술은 멀고도 어려운 존재이다. 복잡한 생각을 치우고 나니 '눈으로 보고 있지만, 볼 수 없던 것을 보게 된 세상'은 수강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작가의 눈을 통해 의식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캔버스가 다시 바라봄으로 작품이 되고, 버려진 물건 등을 다시 바라봄으로 중고 탁자, 화분 등 작품이 되었다. 버려진 폐수처리장에서 창작물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뀐 이 공간처럼, 버려진 물건에서 작품이 된 전시를 관람하며 '다시 바라봄'의 의미를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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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색뉴지엄, 수원전시, 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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