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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빈민가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나눠주는 사탕 하나에 반짝였던 아이들의 큰 눈망울
2008-07-28 14:15:26최종 업데이트 : 2008-07-28 14:15:26 작성자 :   

한달 동안 필리핀 문화를 체험하고 영어에 대한 능력과 관심을 증진시켜 주기 위한 목적으로 학교에서 보내주는 필리핀 단기 해외 어학 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영어공부 외에 필리핀 빈민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다. 

필리핀 빈민가 봉사활동을 다녀와서_1
필리핀 빈민가 봉사활동을 다녀와서_1
처음 빈민가를 들어섰을때, 피부가 너무 까만 탓에 얼굴에서 보이는 건 흰 눈동자와 하얀 치아...
더군다나 그리 풍족하게 먹지 못해서 그런지 통통하고 귀여운 아이는 눈을 씻고봐도 찾아볼수 없었다. 모두 삐쩍 마른 아이들이 대부분이였으며, 영양이 부족해서 그런지 손짓 하나 표정 하나에서 생기란 찾아볼수 없었다.

약 200명이 되는 아이들에게 밥을 제공하기 위해 음식재료를 씻고 다듬고 쌀을 씻고 설겆이를 하는등의 일을 배분해서 분주하게 하기 시작했으며, 과일 음료수나 사탕등의 간식거리를 나눠주기도 했다. 
음식이 익어 갈 동안 우리들은 아이들과 장난치며 놀았는데, 때마침 누군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것같은 비눗방울 장난감이 눈에 띄였다.

그 비누방울을 불기 시작했는데, 아이들도 덩달아 신나서 어쩔줄 몰라 하는  분위기였다.  
내 피부 색깔이 워낙 하얀 탓에 아이들이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했다. 계속 비눗방울을 불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 여자아이가 우리를 보며 어눌한 발음으로 "김삼순~! 김삼순~!" 하는 것이였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인기리에 방영됐던 '김삼순' 드라마를, 필리핀 배우들로 주인공만 바꿔 똑같이 방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김삼순이 코리아의 배우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신기했다.

에어컨이야 당연히 없어서 봉사활동 대원들은 모두 후끈후끈 달아오르는 날씨 때문에 조금은 맥이 빠져있는상태이기도 했다.
사탕은 아이들이 식사를 다 마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손에 쥐어주기로 했다. 
문앞에 서서 아이들에게 사탕 하나씩을 나눠주었다.  한국에서 건너온 달콤하고 맛있는 사탕을 받은 아이들은 역시 한국의 사탕에 반한것이 분명했다. 
총 200명을 넘게 줘야 하기 때문에 한사람당 한 2개밖에 줄 수 없었던지라 나눠주는 나도 아쉬웠다. 

뒤에서 나를 콕콕 찌르며 하나만 더 달라는 애처로운 눈빛을 내 보이는 아이들도 있는가 하면, 분명히 사탕을 받았는데도 몰래 다시 줄을 서서 몇번씩 받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국 나이로는 초등학교 5학년정도 되보이는 말썽꾸러기 3인방이 있었는데, 이 녀석들은 아마 8번씩은 받아 먹은듯 하다.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한국어로 "너 그만좀 먹어 ㅋㅋ" 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사탕을 나눠주고 두주먹 정도의 사탕이 남았다. 
결국엔 나머지 사탕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려고 하던 찰나에 아이들의 신경은 온통 사탕 봉지를 쥐고 있는 내 손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순식간에 내 손에 있던 사탕 봉지를 낚아채서 그들끼리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한 5초동안 그들끼리의 사탕을 쟁취하기 위한 전쟁을 본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서로의 옷을 잡아 당기고 밀치며 사탕봉지는 순식간에 다 찢어져 있었다. 
집에 몇봉지의 사탕이 있어도 쳐다보지도 않던 사탕들이 그들에겐 치열하게 몸싸움까지 하며 챙기는 소중한 것임을 깨달았을 때, 가슴 한구석이 찡해옴을 느꼈다.

떠나는 차에 몸을 실은 후, 나에게 8번이나 사탕을 달라고 했던 개구장이 3인방 중의 한명이 나에게 잘가라고 손짓을 해주었다. 그 아이의 눈빛엔 '고마웠어요 누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쪼록 아이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게 자랐으면 하는 바램이고, 그 순수하고도 맑은 눈동자를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정말 이번 봉사활동 경험은 나의 생애에 오레도록 남을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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