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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이름이 갖는 가치
이름보다 중요한 것?
2010-08-09 00:54:57최종 업데이트 : 2010-08-09 00:54:57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아닌 밤중에 서랍을 정리하다가 대학교 생활을 하며 내가 썼었던 명찰들을 발견했다. 
이 날은 내가 과거를 들춰보는 시간이었다. 다들 그런 시간이 있을 것이다. 책상이나 방을 정리하다가, 과거에 썼었던 공책이나 물건들을 들춰보고 추억에 빠져서 읽고 보다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는 것이다.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을 읽어보고 사진들도 보았다. 그러다가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서랍 제일 밑 구석에 처박혀 있는 명찰들을 발견했다.

정말 새로웠다. 처음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대학교에 처음 들어가서 오리엔테이션을 하던 날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하고 다니던 그 명찰이다. 항상 몇 학년 몇 반 누구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중고등학교가 아니라, 어느 학부 어느 학과의 누구라고 처음으로 소개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처음 그 명찰을 수줍게 들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던 때가 엊그제인 것만 같다.

사실 나는 참 명찰을 많이 걸었던 축에 속하기도 한다. 워낙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는 편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이루어낸다는 성취감에 겨운 나머지 이런 저런 일들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보니 그 때마다 나 자신을 나타낼 것이 필요했고, 어디서든 처음 보는 사람과는 명찰로 첫 인사를 대신했다. 한 학번 후배들이 처음에 학교에 들어왔을 때에는 선배의 이름으로 명찰을 걸었었고, 학과 학생회 생활을 하면서는 전체 학생대표자회의에 참석을 하면서도 하나의 의결권을 가진 사람으로서 명찰을 걸기도 했었다. 학과 행사의 진행 요원으로도 명찰을 걸었고, 농활을 가서도 어르신들이 잘 보실 수 있도록 이름을 크게 써넣고 다녔었다.

사람의 이름이 갖는 가치_1
사람의 이름이 갖는 가치_1

나는 그 명찰들을 처음 받아서 목에 걸때면 항상 목에 힘이 들어갔었다. 사실 그 명찰이 그렇게 힘을 주면서 돌아다닐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왠지 뿌듯했었다. 사람들이 이 명찰을 보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그리고 비슷한 명찰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동질감도 들고 나에게 소속감이 생기기도 한다. 비슷한 목표를 위해서 다 같이 힘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즐겁게 웃으며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이름으로만 일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이름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일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이나 쓰는 지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 수 있다. 나 자신을 표현할 이름이 없다면 이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내 자신이 이루어내는 것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사회는 그렇게 중요한 이름 대신에 많은 수식어가 붙곤 한다. 어느 학교에 다니는 아이, 어느 기업에 다니는 남자, 어떤 자격증을 딴 여자 등 가끔은 이름보다 더한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그러한 수식어들로 인해서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는 어떠한 수식어라도 이름에 붙일 수 있는 것이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슬프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요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그 사람의 앞에 붙는 말들은 그 사람의 권위나 능력을 많이 나타냈다. 이름이 갖는 가치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만, 이름에 붙는 수식어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작용하지 못한다. 나부터도 나에게 붙는 수식어를 굉장히 신경 쓴다.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이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수식어를 많이 얻는 방법뿐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해주는 것이고, 사회에서는 그것이 그 사람의 '명찰'이 된다.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종이로 만들어진 명찰은 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이 만들어준 그 명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명찰에 그렇게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집착이라기보다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이름, 명찰, 자존심, 수식어, 가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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