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서랍을 정리하다가 대학교 생활을 하며 내가 썼었던 명찰들을 발견했다. 사람의 이름이 갖는 가치_1 나는 그 명찰들을 처음 받아서 목에 걸때면 항상 목에 힘이 들어갔었다. 사실 그 명찰이 그렇게 힘을 주면서 돌아다닐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왠지 뿌듯했었다. 사람들이 이 명찰을 보고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그리고 비슷한 명찰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를 동질감도 들고 나에게 소속감이 생기기도 한다. 비슷한 목표를 위해서 다 같이 힘쓰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즐겁게 웃으며 같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했다. 모든 사람들이 한 가지 이름으로만 일생을 살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이름으로 일생을 살아간다. 일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이름을 몇 번이나 쓰는 지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소중한 지 알 수 있다. 나 자신을 표현할 이름이 없다면 이 사회에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내 자신이 이루어내는 것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사회는 그렇게 중요한 이름 대신에 많은 수식어가 붙곤 한다. 어느 학교에 다니는 아이, 어느 기업에 다니는 남자, 어떤 자격증을 딴 여자 등 가끔은 이름보다 더한 가치가 매겨지기도 한다. 그 사람의 이름은 그러한 수식어들로 인해서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는 어떠한 수식어라도 이름에 붙일 수 있는 것이면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긴다. 슬프다. 사실 이러한 인식은 요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과거부터 그 사람의 앞에 붙는 말들은 그 사람의 권위나 능력을 많이 나타냈다. 이름이 갖는 가치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만, 이름에 붙는 수식어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작용하지 못한다. 나부터도 나에게 붙는 수식어를 굉장히 신경 쓴다. 반대로 생각해본다면, 자신의 이름을 가치 있게 만드는 일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수식어를 많이 얻는 방법뿐이다. 그것이 그 사람의 능력을 대변해주는 것이고, 사회에서는 그것이 그 사람의 '명찰'이 된다.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종이로 만들어진 명찰은 버리면 그만이지만, 사람들이 만들어준 그 명찰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 명찰에 그렇게 집착하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집착이라기보다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