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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원(中原)에 다녀오다
정주, 개봉 그리고 낙양 문화유산 답사기
2010-08-09 12:30:04최종 업데이트 : 2010-08-09 12:30: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올 여름 휴가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본래는 둘째아이와 트로이 유적을 다녀오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애초에 준비하고 있었던 여행경비보다 부풀어 오른 가격 등 서너 가지 변동된 사항들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말았다. 하여 국내여행으로 눈을 돌리려 할 때,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3년 전에 다녀왔던 중국 중원으로의 뱃길여행을 덜컥 약속하고 말았다.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약속을 한만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7일 일정으로 평택항~낙양~정주~개봉을 여행 한 뒤 지난 5일 수원으로 귀향했다.

# 서해 바닷길에서

단단히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이번 뱃길은 장장 24시간을 달려가야 한다. 평택항에서 중국 연운항시까지 하루가 걸리니, 보통 인내력으로는 선내가 답답해서 견디기 힘들다. 
갑판으로 수십 번 들랑거리며 중천의 해가 바다 저 밑으로 떨어져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어둑어둑한 밤기운 속에서 한 폭의 비단을 펼쳐놓은 듯 불규칙한 물이랑과 고랑의 움직임이 잔잔히 흘렀다. 불현듯 1200여 년 전 동아시아의 해상왕 장보고의 선단과 보부상들이 떠올랐다. 
당시대와 현재 우리가 타고 가는 배를 비교해보면서, 구법순례자들과 장사치들의 무용담들을 그려보며 망망대해 검푸른 물길을 끊임없이 바라봤다.

# 중국 무술의 탄생지 숭산의 소림사

70~80년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골목을 누비며 쿵푸에 나오는 권법을 흉내 내고,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가 할리우드에서 제작됐다.
그 외 중국 무술을 근저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세계인들의 눈을 끌어당겼는데 소림사는 무술영화의 성지이다. 

숭산의 소림사는 선종의 창시자 달마대사의 숨결 속에서 중국 명승 관광지 중에서 가장 많은 관광수입을 발생시키는 곳 중의 하나이다.  소림사 무술이 한몫을 한 것이다.

소림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줄지어있는 수많은 무술학교에서 간간히 보여 지는 그들의 무술은 거의 쇼로 보여 질 정도로 붕붕 날아다닌다. 이번에 정규적으로 행해지는 집약적 무술 쇼를 약 20분정도 볼 수 있었는데, 어찌나 시시한지 3년 전에 느꼈던 경이로움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마도 현실성 있는 우리나라 수원의 '무예24기' 단원들의 패기와 열정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 자연의 선물 운대산 홍석협(紅石峽)

중국은 대국이다. 올해로 7번째 중국나들이에 나섰지만 아직도 가야할 곳이 많다. 가는 곳마다 대국답게 박물관들이 줄지어있다. 

중국 중원(中原)에 다녀오다_1
항상 운무로 덮여 있는 운대산
,
중국 중원(中原)에 다녀오다_2
홍석협


항상 느끼지만 갈 때마다 너무나 부럽다. 땅 파는 곳마다 유물들이 발굴되고, 원래부터 존재해 왔던 자연의 위대함은 인간의 손길에 의해 더욱더 반질반질 윤이 난다. 

하남성 운대산(雲台山)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다. 
기이한 산을 둘러싼 풍광은 한 폭의 산수화다. 우리가 찾아간 홍석협(紅石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웅장했다.  
수 억 년을 거쳐 퇴적된 채로 자연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붉은 통 바위들이 절경이다. 사이사이에 낀 연초록의 이끼들의 등을 타고 내려오는 세세한 눈물방울들이 영롱해 눈이 부시다. 흡사 일본 만화영화 '월령공주'에 나오는 배경처럼 신비로웠다. 

# 인간과 자연의 합작품 탑림과 용문석굴

도교, 유교,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은 사회적 현실에 처해있는 양상에 따라 소멸하고 생성되기를 반복하며 나라마다 달리 뿌리를 내렸다. 종교의 특수성은 현재 역사의 흔적인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남아 그 위용을 보여준다.
우리가 방문한 중국, 중원지역에서 위대한 문화유산 두 군데를 만날 수 있었다. 소림사 '탑림'과 '용문석굴'이 그것이다.

두 군데 모두 불교적 사원이다. 절이나 탑 등 도처에 산재해 있는 불교적 건축물들은 처음부터 생성된 것은 아니다. 후대를 거치면서 인간과 자연이 빚어낸 걸작품으로 남은 것이다. 
선종(禪宗)의 시조 사찰 소림사 탑림은 당, 송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현존하는 제일 오래된 탑들이 우거진 숲처럼 끝이 아니 보인다. 경이로움은 곧이어 경외감으로 바뀌고 당시대의 역사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돈황의 막고굴, 대동의 운강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세계문화유산 용문석굴은 439년 북위(北魏)가 대동에서 낙양으로 천도한 다음부터 수, 당에 이르기까지 400년간 조성된 문화유산이다. 
용문석굴에 있는 크고 작은 10만 여개 불상들은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뛰어난 조각의 예술성 때문에 유명하다. 함께 한 지인 중 한분은, 불교 미술사 전공자는 아니지만 나의 눈으로 볼 수 없는 특이한 것들을 일일이 찾아내어 보여주며 감탄사를 연실 내뱉을 정도로 놀라워했다.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봉선사 노사나불의 미소에서 난 경주 석굴암을 떠올렸다. 
후에 알았지만, 우리와 함께했던 답사전문가 선생님으로부터 용문석굴의 실크로드는 경주 석굴암에서 절정의 꽃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에 주마간산으로 지나쳤던 노사나불은 중국 최초 여제였던 측천무후의 얼굴이라고 한다. 한 인간의 욕심에서 만들어진 유산을 현재 우리가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당시 고된 노역에 뼈가 어그러졌을 백성들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중국 중원(中原)에 다녀오다_3
소림사 탑림
,
중국 중원(中原)에 다녀오다_4
용문석굴 봉선사 노사나불


# 두 번째 방문한 중국 중원(中原)

중국 중원(中原)은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연의'의 역사적 배경 터이다. 
하남성을 중심으로 산동성 서부와 섬서성 동부를 거친 황하의 중, 하류유역을 가리킨다. 역사상 끊임없이 패권을 다투던 곳으로 낙양, 정주, 개봉은 중국 고도 중의 고도이다.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만큼, 3년 전과는 다르게 교통이 편리해지고, 도시의 경관도 깨끗이 정돈되어 있었다. 관광 안내판에서 한글은 이제 자연스럽게 발견되고 있다.

시간이 없어 낙양성을 가보지 못했고, 기타 여러 문화유적들을 모두 접할 수는 없었지만, 중국은 끊임없이 유적지들을 복원 확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북공정을 비롯해 서남,서북공정이 스르르 미닫이문이 열리듯 자연스럽게, 역사왜곡도 서슴치않고 진행 중이란 사실을 중원에서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힘의 논리에 따라 우리나라도 좌지우지 휘청거렸던 지나온 역사와, 또다시 24시간을 배안에서 뒹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중원 땅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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