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이 국어교과서에 실리다
2010-08-10 10:02:46최종 업데이트 : 2010-08-10 10:02:4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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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이 교과서에 실렸다. 내 글이 국어교과서에 실리다_1 이런 작가와 비교하면 내 존재는 미미하다. 글도 기라성 같은 문인들의 것과 비교할 수도 없이 초라하다. 이것은 겸손이 아니다. 세상에 좋은 글이 얼마든지 많다. 따라서 내 글이 교과서에 실린 것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살다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다가오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내 글도 어쩌다 집필자의 눈에 띄어 이름 석 자와 함께 올라간 것이다. 흔히 글을 쓰는 행위는 산고(産苦)에 비유하는 것처럼, 내가 글을 쓰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아주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일반 사람은 정신노동이라고 영역을 구분 짓고 마치 육체노동보다 강도가 덜 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게 글쓰기는 거의 육체노동이다. 특히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없어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거의 탈진 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도 나는 이 작업을 그만 두지 못한다. 글을 쓰면 물질적 대가는 받지 못하지만 정신적 포만감을 누린다. 나에게 글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삶은 늘 어떤 결핍의 상황을 만든다. 내게 결핍의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글쓰기다. 글쓰기는 일상에서 잃어버렸던 나를 회복하기 위한 공간이다. 회고해보니 글을 쓰면서 굴욕감을 느낄 때도 있었다. 제법 큰 출판사에서 청탁을 받고 글을 발표했다. 당연히 원고료를 기다렸는데 되레 나를 속물 취급했다. 그러면서 글을 발표해주었으니 원고료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큰소리를 쳤다. 신문에 글을 냈을 때도 담당자는 내가 마치 이름을 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거만을 떨었다. 그래도 힘이 되었던 것은 이름 없는 독자들의 격려다. 나의 고민까지 읽어주고 격려의 글을 보내주었다. 내 수필집을 읽고, 수필 문학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고등학교 국어선생님도 있었다. 몇 년 전에는 고등학교 문학 교사용지도서(지학사, 박갑수 외)에 참고글로 실리기도 했다. 작년에도 내 글이 교육방송(EBS) 교재에 두 번이나 실렸다. 그 밖에도 과분한 애정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학창 시절 국어교과서의 글을 읽으면 늘 작가가 궁금했다. 글이 아닌 현실로 만나서 저자의 인품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이제는 나도 교과서 작가 대열에 들었으니 누군가 나를 동경을 할까.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것일까. 기쁨이 넘치면서도 한편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린 학생들이 내 글을 읽고 공부를 하는데 그들에게 좋은 글을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더 욕심을 내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나 보다. 역량이 부족한 줄 알면서도 피천득님의 '인연'이나 법정 스님의 '무소유'처럼 멋 부리지 않으면서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남기고 싶다. 내 역량으로는 욕심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나는 글을 쓰는 순간 이 바람을 접을 수 없다. 그 바람이 나를 존재하게 하는 힘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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