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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만의 휴식, 영화데이트
2010-08-15 22:23:46최종 업데이트 : 2010-08-15 22:23:46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아직 대형마트에는 텐트와 숯 그리고 그릴 등이 마지막 여름휴가객을 노리고는 있지만 이제는 태풍의 북상과 함께 여름휴가 시즌도 저물어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교통체증을 빚고 바가지 요금에 맘상해하며 이렇게 다들 떠나는 걸까? 

단지 노는 것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좀 더 깊이 들여다 보면 쉬는 것,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이런 것들이 우리 생활에 있어서 선택이라기 보다는 필수라는 것이 그 근원적인 이유일 것이다. 마치 동양화의 여백이 미완성의 공간이 아니라 완성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처럼 우리의 여가, 휴식도 그런 여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 여자골프계를 대표하는 선수 박세리는 15년 동안 오로지 골프에만 전념하여 세계적인 골프여왕으로 등극한 이후 부진에 빠진 시기에 그녀의 아버지에게 "다른 건 다 가르쳐놓고 왜 쉬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느냐?"며 반항했다고 한다. 
이와같이 쉼없이 앞만보고 달려가는 것은 어느 순간에 멈춰 뒤를 돌아볼 수 없고 방향수정도 없이 한쪽으로만 나아가기에 그리고 어느 순간 추진동력이 없어지면 다시 일어서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기에 너무나 위험하며 그러한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결혼 이후 여태껏 수원집과 서울회사를 오가느라 고생이 많았던 집사람과 비록 회사와 집 모두 수원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한 번도 영화를 보지 못했던 우리 부부를 위해 오랜만에 영화를 보는 우리만의 여름휴가를 떠나기로 계획했다. 
물론 실제 여름휴가는 다음주에 부모님과 함께 계획중에 있지만 그것보다는 작지만 쏠쏠한 재미가 있는 여름밤의 시원한 영화데이트가 즉석에서 기획되었던 것이다.

메신져를 통하여 서로의 퇴근시간을 확인하고는 시간에 맞는 영화를 찾아보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를 예매하게 되었다. 상영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극장에는 금요일 밤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고 우리는 여유롭게 표를 끊고 팝콘을 사고 극장좌석을 찾아갔다.

우리들만의 휴식, 영화데이트_1
우리들만의 휴식, 영화데이트_1

스크린은 상영시간 5분 전이었지만 아직 아무것도 비춰지지 않았고 큰 극장내에 관객은 현재까지 우리 두 명 뿐이었다. 
"사실 내가 주현이를 위해서 이 극장 대여한거야~"라고 한껏 농을 던지니 평소라면 쓸데없는 소리한다고 타박할 아내도 이 날 만큼은 좋았는지 아무말 없이 웃음으로 농을 받아주고 그 말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 무안하게 계속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그래도 많아봐야 20명 내외의 관객이 모두였고 그렇게 영화는 시작되었다. 장장 2시간 15분에 이르는 영화는 굉장히 복잡한 줄거리로 쉽게 내용을 이해하기가 어렵고 간만에 방문한 극장은 에어컨을 과하게 틀어서 약간 춥기도 하고, 퇴근하고 늦은 시간 영화감상이어서 약간 졸리기도 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잠시 앉아서 영화의 여백을 즐기고 나서 나올 때에는 빽빽히 그려진 수채화에 약간의 여백을 만듦으로서 전체적인 구도가 나아지지 않았나 생각하며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일년에 한 주는 꼭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기간을 가진다는 빌게이츠 처럼은 아닐지라도 맞벌이로 바쁜 우리부부. 
바쁜 한 주를 보냄에 있어 주말이나 금요일 저녁 등 꼭 하루정도는 맘껏 쉬면서 서로의 추억을 쌓아가는 시간을 앞으로도 꾸준히 가지고자 한다.

여름휴가, 영화데이트,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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