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딸아이와 통영愛 빠지다
2010-08-16 13:08:44최종 업데이트 : 2010-08-16 13:08:4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漁港)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부른다. 남해도와 쌍벽인 큰 섬 거제도가 앞을 가로막고 사철 내내 온난하여 매우 살기 좋은 곳이다.
바닷빛이 고운 탓이었는지도 모른다...안뒷산 기슭에는 동헌(東軒)과 세병관(洗兵館) 두 건물이 문무(文武)를 상징하듯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김약국의 딸들(1993)에서-

이글은 통영의 대표적인 작가이신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이 탄생한 곳 통영이 주된 배경이다. 사건의 발단이 일어나기 전 도입부에 그려진 통영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에겐 항시 선망의 도시였다. 드디어 그곳을 다녀왔다. 

미륵산에서 바라본 통영시
미륵산에서 바라본 통영시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_2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_2

지난 목요일 밤, 올해 고등학생이 된 큰딸에게 남해바다가 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너와 둘이서 가고 싶다고 졸랐다. 딸아이의 거절이 두려워 애처로운 눈으로 말이다. 그런데 큰아이는 나의 걱정과는 달리 단번에 함께 가겠노라며 응낙해 주었다.(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흔쾌히 동행한 이유가 단지 하루 학교에 안 간다는 즐거움 때문이었다는 기막힌 답변을 들었지만.)

우린 다음날 일찍 일어나 짐을 꾸린 후 터미널로 향했다. 수원에서 통영으로 향하는 버스가 하루에 두 번뿐이라는 정보를 인터넷에서 확인 후, 아침에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아불싸! 표가 매진이란다. 우린 입석이라도 좋으니 꼭 태워달라고 매표소에서 기다렸다. 우여곡절 끝에 보조좌석과 한자리를 얻어 아주 어렵사리 수원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오후 1시 30분 통영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다도해를 모두 굽어볼 수 있는 미륵산으로 달려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10여분 올라갔다. 전망대에서 내린 후 사방을 둘러보며 큰아이와 나는 어느 곳으로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몰라 했다. 미륵산에서 바라본 한려수도가 어찌나 아름답던지 가슴이 터질듯 한 장관이 우리들 발 아래로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전망대에서 산책로를 따라 20여분 좀 더 올라갔다. 비상한 운무(雲霧)들은 산하를 가로질러 걸쳐있고, 다도해의 섬들인 사량도, 연화도, 추도, 저도, 송도, 두미도, 욕지도, 한산도 등 크고 작은 섬들이 어머니의 품속에 정지된 듯 자리하고 있다.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근래에 이처럼 아름다운 곳은 처음이었다. 동서남북 그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감탄을 금치 않을 곳이 없다. 

때마침 통영은 제49회 '통영한산대첩축제'중 이었다. 거리마다 관광객들과 지역주민들의 발길이 북적거렸다. 우리들은 통영의 동쪽, 서쪽으로 나누어 구경하기로 했다. 얼마 전에 보았던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를 떠올리며 '세병관' 대청마루에 앉아 세계 4대해전이라 불리는 '한산해전'을 그려보기도 하고 '충렬사' 뒤 대숲에 서서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숨결을 따라 400여 년 전 조선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통영의 길은 해안선을 따라 자연 지리적으로 구불구불 아기자기하게 나있다. 게다가 사람들도 소박해 보여 정감이 더욱 간다. 딸아이와 나는 시내의 서쪽은 내일 보기로 하고 오늘 남은 저녁시간을 축제의 장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해군 '의장대'의 멋진 시범공연과 통영오광대, 남해안 별신굿 등 중요문화재 공연들을 접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청마문학관'과 '이순신공원'이 있는 서쪽으로 부지런히 걸어갔다. 한손에 관광안내 책자를 들고 다른 한손엔, 생수병을 들고 이리저리 물어물어 겨우 찾아다녔다. 딸아이가 다리 아프다며 택시를 타고가자고 졸랐지만, 난 여행 중 최고는 도보여행이라며 손을 잡고 이끌었다. 아이의 불평은 이순신공원에서 말문을 닫아 버렸다. 비경에 놀란 것이다.

동호만을 끼고 자리한 '이순신공원'은 통영의 매력에 쏘옥 빠져들게 만들만큼 바닷가 끝자락까지 아름답게 조성되어있다.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고 느닷없이 아이가 소리쳤다. 지난 1월 달에 가족들과 다녀온 제주의 바다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며 내손을 잡고 저 멀리 보이는 해안선을 향해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이곳에서 반나절을 서성거렸을 만큼 마음에 드는 공원이었다.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_3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_3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_4
엄마, 우리 여기서 한 달만 살자! _4

통영에 왜 문학인들과 예술인들과 장인들이 줄을 잇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청마 문학관에서 해송들 사이로 보이는 다도해의 바다, 그리고 미륵산에서 바라본 통영은 내가 상상했던 곳보다도 훨씬 멋진 도시였다. 통제영 12공방 중요무형문화제 전시장에 전시되어있는 '나전장' '염장' '두석장' '통영갓일' '소목장'에서 통영의 멋은 더욱 빛을 발한다. 

친구처럼 딸아이와 함께한 1박2일 통영여행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산하의 아름다움에 빠지게 된 여행길이기도 했다. 겨울에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찾고 싶다. 
아니 꼭 올 겨울 다시 한 번 들를 것이다. 미륵산에 올라 사방팔방 다도해를 바라다보며 큰소리로 외칠 것이다. '난 통영을 사랑하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통영, 박경리, 남해, 이순신공원, 김해자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