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항상 먼저 전화 드리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에 더 반갑게 인사드리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봄에 심은 고추 모종 주렁주렁 열린 고추 몇 분 고추밭을 감상한 후 고랑에 앉아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빨갛게 익은 고추만 수확해야하며 고추 꼭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꼭지까지 잘 따야한다. 또한 병든 고추가 있으면 다른 고추가 병을 옮지 않도록 따서 저 멀리 밭뚝으로 던져 버려야한다. 고추 따는 내내 양쪽 이랑에서 자란 큰 키의 고추나무들이 머리 위를 스쳐 고개를 숙이고 따야하고 또한 고추를 담는 푸대도 끌고 다녀야하고 정말 너무 힘이 들었다. 긴 한 고랑을 다 따고 빠져나오면 '쇼생크 탈출'처럼 커다란 자유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따야 해서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피고 2시간째 고랑에 쪼그려 앉아 고추를 따는데 정말 노동의 고통이 느껴져 왔다. 이런 농사일에 한평생을 바쳐 자식도 키우고 땅의 정직함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이 한 번 더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정말 정신없이 고추를 다 따고 경운기에 싣고 집으로 가져와 건조시키기 위해 하우스 안에 고추를 펼쳐 놓았다. 정말 새빨간 고추들이 가득 있는 걸 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인의 음식 중 빠지지 말아야할 양념 고추 , 빛깔이 어찌나 곱고 예쁜지 빨간색을 표현하는 많은 형용사들로도 표현해 낼 수 없다. 수확한 고추 그 때 어머님이 "이 고추로 겨울에 김장도 하고~ 정순이도 주고, 규환이도 나누어주고, 막내도 주고~ 하면 참 좋겠네!"라시며 고추를 만지작거리셨다. 이제 자식들이 다 커서 그렇게 힘들게 농사지지 않으셔도 되는데 조금이나마 자식에게 보탬이 되어주고 싶은 부모님 마음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으시는 것 같다. 노동의 기쁨도 느끼고 고추의 빛깔도 보고 수확의 기쁨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고추따기였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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