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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따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
수확의 기쁨을 느끼다
2010-08-17 08:32:40최종 업데이트 : 2010-08-17 08:32:40 작성자 : 시민기자   이승화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항상 먼저 전화 드리지 못하는 죄송한 마음에 더 반갑게 인사드리며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고 계신 부모님들이기에 "오늘은 무슨 일 했어요?" 물어보는 것이 통화 내용 중에 빠지지 않는 질문이다. 오늘도 무슨 일을 하셨냐는 질문에 "고추 따기 시작했어~"라는 어머니 목소리에 고단함이 배어 나왔다.

농사 지으셔서 가족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시느라 더욱 바쁘신 우리 부모님이신데 가까이 살지 않아 한번 내려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시골에서 자라 고추 따기가 힘든 일인 것을 알기에 주말에 시골로 향했다. 

아침에는 이슬로 인해 따지 못하고 점심엔 너무나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기에 일사병에 걸릴 수 도 있으므로 따지 못한다. 고추따기 적절한 시간은 오후부터 해지기 전 7시 전까지다. 해가지기 시작하면 덥지는 않지만 모기떼가 기승을 부려 고추를 딸 수가 없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따야한다.

고추밭에 도착하니 "우~와" 탄성이 흘러나왔다. 4월에 심은 작은 모종이 어찌나 무성하게 자라있는지 내 가슴 높이까지 주렁주렁 고추가 열려있는 것 아닌가! 

고추따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_1
지난 봄에 심은 고추 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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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따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_2
주렁주렁 열린 고추

몇 분 고추밭을 감상한 후 고랑에 앉아 고추를 따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빨갛게 익은 고추만 수확해야하며 고추 꼭지가 떨어지지 않도록 꼭지까지 잘 따야한다. 또한 병든 고추가 있으면 다른 고추가 병을 옮지 않도록 따서 저 멀리 밭뚝으로 던져 버려야한다. 고추 따는 내내 양쪽 이랑에서 자란 큰 키의 고추나무들이 머리 위를 스쳐 고개를 숙이고 따야하고 또한 고추를 담는 푸대도 끌고 다녀야하고 정말 너무 힘이 들었다. 

긴 한 고랑을 다 따고 빠져나오면 '쇼생크 탈출'처럼 커다란 자유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지기 전에 빨리 따야 해서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피고 2시간째 고랑에 쪼그려 앉아 고추를 따는데 정말 노동의 고통이 느껴져 왔다. 이런 농사일에 한평생을 바쳐 자식도 키우고 땅의 정직함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이 한 번 더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정말 정신없이 고추를 다 따고 경운기에 싣고 집으로 가져와 건조시키기 위해 하우스 안에 고추를 펼쳐 놓았다. 정말 새빨간 고추들이 가득 있는 걸 보니 뿌듯함이 밀려왔다. 
한국인의 음식 중 빠지지 말아야할 양념 고추 , 빛깔이 어찌나 곱고 예쁜지 빨간색을 표현하는 많은 형용사들로도 표현해 낼 수 없다.

고추따기, 이렇게 힘들 줄이야!_3
수확한 고추

그 때 어머님이 "이 고추로 겨울에 김장도 하고~ 정순이도 주고, 규환이도 나누어주고, 막내도 주고~ 하면 참 좋겠네!"라시며 고추를 만지작거리셨다. 
이제 자식들이 다 커서 그렇게 힘들게 농사지지 않으셔도 되는데 조금이나마 자식에게 보탬이 되어주고 싶은 부모님 마음으로 열심히 농사를 지으시는 것 같다.

노동의 기쁨도 느끼고 고추의 빛깔도 보고 수확의 기쁨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고추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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