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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만든 잔치국수 맛있게 드신 친정아버지
잔치국수로 효를 깨닫다
2010-08-17 12:06:01최종 업데이트 : 2010-08-17 12:06:0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정례

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 속에서 전 국민이 정신없이 지낸 것 같다.

부모님과 휴가를 같이 보내기 위해 시골에 방문한 우리 가족. 하지만 폭우 속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냥 TV만 켰다, 껐다를 반복하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폭우 속에서도 수그러들지 않는 더위 때문에 부모님은 별로 입맛이 없다고 하셨다.
문득 어릴 적 이렇게 비 오던 날이면 엄마가 끓여 주시던 잔치국수와 수제비가 생각났다.
유독 면을 좋아하시던 아버지를 위해서 엄마는 비가 오는 날이면 꼭 면 요리를 해 주시곤 했던 것이다.

더운데 그냥 있는 것을 대충 먹자는 엄마의 제안을 뒤로하고, 나는 어릴 적 추억을 생각하며 잔치국수를 준비했다.

멸치, 다시마, 건새우 등에 부모님이 직접 키우신 무와 대파를 넣고 육수를 내기 시작했다. 우러나오는 육수를 보며 지단도 부치고, 당근과 달달한 호박을 고소한 엄마표 들기름에 달달 볶아 냈다. 

그런데 더운 날씨 속에서 요리하다보니 '에고, 괜히 요리를 시작했나?'싶은 생각이 잠깐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육수냄새와 함께 고소한 음식 냄새가 퍼지기 시작하니 나 또한 잔치국수를 빨리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잠시 논을 돌아보고 오신 아버지는 국수를 삶고 있다는 말에  "뭐, 힘들게 그런 것을 한다니... 그런데 맛은 있겠다."고 말씀하셨다.

내가만든 잔치국수 맛있게 드신 친정아버지_1
내가만든 잔치국수 맛있게 드신 친정아버지_1

부족한 내 요리 솜씨로 인해 한참 후에야 완성된 요리를 부모님과 점심으로 먹었다.

아버지는 잔치국수가 예전에 엄마가 했던 맛이 난다는 최대의 칭찬까지 내게 해 주시며 정말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드시더니, 한 그릇을 더 달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두 번째 그릇까지 맛있게 다 비우셨다. 그러시며 "딸을 키우니깐 이런게 좋구만.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서 해주니 말이다."라며 무지 흐뭇해 하셨다. 
나는 남은 육수를 냉장고에 넣어 두면서 엄마에게 조만간 입맛을 없으시면 또 국수를 삶아 드시거나, 찌개의 육수로 사용하시라고 말씀 드리며, 수원 집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다음 날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네가 해 놓고 간 것으로 오늘 또 국수 삶아먹었다. 요즘 입맛이 없었는데 그거 참 맛있더라. "라며 좋아하셨다.

순간 나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했다. 요리 중에서도 너무 쉬운 잔치국수. 

그 요리 하나에 이렇게 즐거워하시며 좋아하시는데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싶었다. '효'라는 것이 그리 큰 것에 있는 것이 아닌데, 왜 나는 '효'라는 것을 작심해야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스스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그래, '효'라는 것이 별거 아니구나. 이제부터라도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효부터 실행에 옮기도록 하자.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내가 먼저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려야겠다.

, 휴가, 폭우, 잔치국수, 이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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