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폭염이 가시지 않은 요즘이지만 오늘 출근하고 달력을 보니 작은 글씨로 8월 23일 옆에 '처서'라는 글씨를 보게 되었다. 오늘이 바로 처서! 처서풍경- 이억영 그림 시골에서 자란 나는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이 24절기를 꼬박 꼬박 챙기시며 농사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수확하시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어린 나이에는 몇 해가 지나도 잘 모르겠고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지금은 옛 조상들의 지혜가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처서가 지나면 항상 아버지는 항상 산소를 찾아가 벌초를 하셨다. 그전에 벌초를 하면 금새 풀이 자라 무성해 지지만 처서가 지나면 햇빛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산소랑 논두렁의 풀을 깍는 것이라 설명해 주셨다. 또 모기가 이제 못 물꺼라는 기쁜 소식을 들려주셨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져서 파리랑 모기가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나타날 꺼라 이야기도 해주셨지만 처서가 지난 다음에도 모기를 물려 아버지께 거짓말 이라며 땡깡을 부린 적도 있었다. 그럴 땐 항상 "허허허~"하시며 웃으시곤 하셨다. 그 어린 시절이 생각나서 오늘 아침 전화를 드렸더니 비가 올까 걱정을 하셨다. 처서 무렵이면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하는데 비가 온다는 기상청 소식이 영 불편하신 모양이다. 일년 동안 열심히 준비해 오신 농사가 혹시 흉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으신 것 같다.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서 힘들게 땀흘려 지은 농부들의 농작물들이 달고 알차게 익었으면 좋겠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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