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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옥수수가 제철이랍니다
2010-08-10 22:14:08최종 업데이트 : 2010-08-10 22:14:08 작성자 : 시민기자   정주현

친정집 근처 뚝방에는 찰옥수수를 파는 아주머니가 있었고, 아빠와 함께 뚝방길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꼭 그 옥수수를 사먹곤 했다. 뉴슈가라는 첨가물이 들어가서 달짝지근한 맛과 자체의 구수한 향을 동시에 가진 옥수수는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맛있는 별미중의 별미였다.  

하지만 수원으로 시집오고 난 이후, 뚝방옥수수 아주머니는 너무나 멀리 있었고 집 주위에는 옥수수파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옥수수 장사로부터 '자립'해야겠다는 결심 아래 인터넷으로 옥수수 15개를 주문했다. 제철이라서 그런지 개당 500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배송비무료라는 혜택을 보고서 구매버튼을 눌렀다.

'배달의 기수'라는 말은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었지만 요즘엔 택배나 음식배달 등 빠르게 배달을 해주는 사람들을 지칭한다고 하는데 '정말 배달의 기수로구나'라고 감탄 할 정도로, 다음날 바로 강원도 찰옥수수가 도착하였다는 문자를 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길을 재촉하였다. 경비실에 들러 물건 수령사인을 하고 제품을 찾아보니 한 눈에 들어오는 옥수수 푸대자루. 겉에 묻어있는 흙이 약간 실망스럽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산지직송이니 싱싱하겠지라는 기대로 꽤나 무거운 푸대자루를 들어올렸다.  

찰옥수수가 제철이랍니다_1
찰옥수수가 제철이랍니다_1
이미 저녁을 먹긴하였지만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참지못하고 몇 개 삶아보기로 하였다. 구입당시 읽었던 옥수수삶기 방법에 따라 밥솥에 물을 붓고 설탕 한스푼과 소금 한스푼을 넣고 찜기를 깔아주었다. 그리고나서 난생 처음 옥수수 껍질을 벗기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두툼한 껍질을 까고 까고 또 깠더니 최종 알맹이는 처음의 덩치에 비해서 왜소한 수준이었다.  

물론 맘이 상했지만 여태껏 한번도 옥수수 껍질을 직접 벗겨보지 못했으니 이렇게나 두껍게 껍질이 있는줄은 알지 못했다. 시행착오라 생각하며 다음것도 벗기고 하다보니 어느덧 밥솥을 넉넉히 채울정도가 되었고 뚜껑을 덮고 찜기능을 선택해주니 모든 작업이 끝.

많지 않은 양이라 35분으로 시간을 설정하고 나서 잠시 티비를 보고나니 다되었다는 소리가 삑삑 나고 있었다.뚜껑을 열기까지 정말이지 설렜다. 사먹는 옥수수에서 벗어나 난생처음 직접 쪄먹는 옥수수는 어떻게 되었을까? 

찰옥수수가 제철이랍니다_2
찰옥수수가 제철이랍니다_2

첫 작품 치고는 꽤나 근사하게 나왔다. 노릇노릇한 것이며 윤기가 흐르는 것 모두 맘에 들었다. 하지만 그 맛은 뚝방아줌마가 파는 그 맛이 아니었다.  안타까워 하며 다음을 기약했지만 간만에 먹는 옥수수는 맛있었기에 남편의 힘을 빌리지 않고 혼자서 다 처리해 버렸다. 

결혼하고 나서 겪는 일상의 변화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사먹던, 어머니가 해주던 음식에서 이제는 직접 음식을 하니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이 되어버렸다. 물론 시행착오도 겪지만 그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어쩌면 추억인 듯 싶다.
땡볕 더위가 한창인 요즘은 제철 옥수수로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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