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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를 갖는 이유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
2010-08-15 01:31:03최종 업데이트 : 2010-08-15 01:31:03 작성자 : 시민기자   유진하

어릴 적부터 나는 절에 많이 다녔었다.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가 모두 불교 신자이셨기 때문이다.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어린 기억에 대충 무서운 아저씨 동상에 인사드리고 절에 들어갔던 느낌이 생생히 기억난다. 가서도 법당에서 절을 했었고, 절에서 밥을 먹기도 했었다. 그 때에는 종교라기보다는 놀러가는 기분이었다. 그냥 부처님이 대단하신 분이였었구나 정도의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나는 지금까지 아무런 종교도 가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신론자는 아니다. 무신론자와 종교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사실 신이 있고 없고에 대해서는 나도 확언할 수 있을만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신의 근거를 이유로 종교의 합리성을 따지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신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뿐이다.

학군사관 후보생으로써 지난 하계입영훈련을 받을 때, 주말이면 있는 종교행사에 참여했었다. 어디든 가야만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천주교회에 갔었고, 중간에는 그나마 친숙한 불교로 향했었다. 그런데 내가 불교에 참여한 날에 얼떨결에 수계식이라는 것을 진행하여서 나도 법명을 받을 뻔하였다. 수계식을 쉽게 알려면, 서양의 세례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명백한 불제자로써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종교를 갖는 이유_1
종교를 갖는 이유_1


수계식을 다녀오며 염주를 하나 받아왔는데, 모양이 예뻐서 지금까지 차고 다닌다. 그래서 가끔은 그 염주를 쳐다보며 종교적인 고민에 빠지곤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신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내 생각은 이렇다. 만약에 신이 없다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약한 정신력을 지탱하려는 힘으로 신앙심을 이용하는 것이다. 확실히 신앙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고 행동하는 데에 있어서 큰 동기부여를 준다. 그리고 만약에 신이 존재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동일한 신을 다르게 지칭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신의 존재 유무를 따지는 것 자체가 인간의 능력으로는 입증하기 힘든 영역이지만 생각해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인간이 정말 자연적인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수 있다. 
그런데 인간들이 모두 확연히 다르게 생긴 것은 아니다. 피부, 털, 눈동자 등의 색깔이나 키, 체형 같은 것들은 다분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동물의 본능일 뿐이다. 인간을 만들어낸 존재를 신이라고 일컫는다면, 신은 현재 존재하는 종교의 수만큼 많을 수가 없다. 다만 사람들은 똑같은 신을 다르게 부르며, 자신들의 상황에 맞게 믿음을 부여할 뿐이다.

나는 훈련을 받고나서 처음으로 종교를 가져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참으로 많은 동기들이 종교로부터 힘을 받고 있었고, 단순히 내가 믿는 것 이외에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굉장히 좋을 것 같다. 
길거리를 가다보면, 예수를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그런 극단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람들이 종교의 개방성을 인정한다. 내가 어릴 때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 간의 존재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는 것 같다. 사실 내가 보기에는 서로 같은 신을 믿으면서 다른 종류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뿐인데 말이다.

나이가 많아지고 나도 신앙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길지 모르고, 어떠한 계기로 어떠한 종교에 몸담을지도 모르지만 내 믿음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세상을 있는 그 자체로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인 것은 잘 믿지를 못하겠다. 워낙 경제학을 오래 공부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보이지 않는 것은 입증하기가 힘들다. 결국 그것은 있는 지 없는지 모르는 것뿐이다. 보통 이럴 때에는 없다고 믿는 것이 편하다. 상처받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있다고 기대할 때에는 그만큼 사실을 알았을 때의 그 충격을 자신이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워낙 진지한 생각들을 하다 보니 생각이 엉키기 시작한다. 어쨌든 나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때에는 없는 경우를 먼저 생각한다. 
느끼기 어렵다면 자신이 꾸었던 꿈을 한 번 생각해보면 쉽다. 평소에 못하지만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꿈에서 했을 때가 있다. 그런데 깨어보니 꿈이었다. 그런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눈에 보이는 것을 믿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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