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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TMO 그리고 요즘의 KTX
2010-07-29 07:00:19최종 업데이트 : 2010-07-29 07:00:19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대한민국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가장 힘들게 군대생활을 했다고 허풍아닌 허풍을 떨곤 한다. 

물론 나 역시도 유난히 눈이 많이 오고 추웠던 2000년 2월 입대하게 되어 꽤나 고생스런 군생활을 했다고 자부(?)한다. 헤아려보니 벌써 강산이 한 번 변한다고 하는 10년이나 흘렀다.  

10년 전...
훈련병 생활을 마친 후, 자대에 배치받고 100일 휴가를 나가기 하루 전날.
정말이지 어린아이들이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며 잠을 못 이루듯이 그날 만큼은 잠이 오질 않았다. 물론 장난꾸러기 고참들도 경계근무 나가는 길에 툭툭치면서 휴가 나가서 안 들어오면 안된다고 실없는 농도 던지고 화장실로 데리고 가서 라면도 끓여주며 이렇게 저렇게 꼬박 하루밤을 뜬 눈으로 보냈다. 

그리고 드디어 휴가날 아침. 위병소를 통과함과 동시에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란 대한민국 전역장병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어젯밤 농을 던지던 고참이 일러준 대로 함부로 양팔을 벌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왜냐면 고참의 말대로 정말로 날아갈거 같아서였다. 그렇게 즐거운 맘으로 도착한 용산역. 왜 그리 군인들이 많은지? 여기저기 죄다 군인 투성이였고 그들이 더더욱 많이 집결해 있는 장소로 찾아가니 그곳에 말로만 듣던 TMO 사무소가 있었다.  

10년 전 TMO 그리고 요즘의 KTX_1
10년 전 TMO 그리고 요즘의 KTX_1

TMO란, Transportation Movement Office의 약자로 휴가나 공용외출 나온 군인들의 이동수단으로 사용되는 군용열차이다. 집이랑 부대가 가까운 사람은 모르고 제대하지만 나같이 집이 부산이고 부대가 경기도와 같이 먼 경우에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요금이 0원이라는 절대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어서였다.  

용산역에서 TMO 표를 끊고 약간 기다리다 드디어 탑승. 당시에는 새마을호가 가장 빠르고 럭셔리한 열차였고 군인들이 이용하는 TMO는 무궁화호였다. 이름으로만 보면 무궁화호는 꽤나 향기롭고 상쾌할 것 같지만 군인들이 이용해서인지 몰라도 남자들의 특유의 땀내와 시원치 못한 에어컨으로 인해 객차는 후텁지근하였고 서울-부산간은 장장 6시간이나 걸리는 대장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표를 구해서 망정이지 휴가자가 많은 경우에는 자리를 못 구하는 현상도 심심찮게 발생하였고 그럴 경우에는 객차와 객차 사이에 있는 공간에서 화장실 냄새를 맡으며 쪼그려 앉아 가는 경우도 허다했다. 

드디어 부산역에 도착하여 길게 뻗은 경사길을 내려가니 이미 어둠이 깔려있었다. 아침 일찍 위병소를 나와 점심과 저녁을 다 먹고 집에 들어가고 나니 이미 하루가 꼬박 지나간 시점이었다. 

그리고 2010년...
부모님 생신을 맞이하여 용돈도 드리고 가족끼리 간만에 외식도 할겸 기차표를 예매하였다. 
10년 전 용산역에서 군복을 입고 길게 줄을 기다리던 옛날과는 달리 회사에서 인터넷을 통해 간단히 클릭 몇 번의 과정을 거쳐 비지니스 티켓을 활용하여 30%의 할인 받은 금액으로 서울-부산 왕복으로 예약 및 발권완료. 업무를 마쳤다. 

버스타고 서울로 올라가 지하철로 갈아타고 저녁7시10분 서울역 도착하여, 이런저런 주전부리를 사고 KTX 탑승하고 5분 있으니 정각 7시30분에 열차는 출발하였다. 집사람과 함께 준비했던 음식을 다 먹고나서 치우려고 하니 어느덧 평택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렇게나 빠를수가? 삼각김밥 한 두개 먹고 음료수 마셨을 뿐인데 어느덧 KTX는 평택역에 서 있었다. 예전 같으면 지연되고 하여 출발이나 했을까 싶은 시간이었다. 

10년 전 TMO 그리고 요즘의 KTX_2
10년 전 TMO 그리고 요즘의 KTX_2

음식물을 치우고 나서는 시원한 실내공기에 만족하며 좌석 앞 자리에 놓인 KTX매거진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할 무렵에 곁을 지나가는 예쁜 승무원 아가씨. 땀내 풀풀 풍기던 군인아저씨가 아닌 머리를 뒤로 예쁘게 묶고 상큼한 미소를 날려주는 아가씨가 표검사를 겸해 객차를 돌아다니는데 비행기가 부럽지 않았다. 
물론 그 옛날 전혀 부담이 되지 않던 0원티켓은 아니며 할인받아 4만원 정도의 큰 금액이었지만 예전 6시간의 장기레이스에 비하여 3시간 이내의 시원스런 이동이라 감내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였다. 

부산역에 도착하니 10시30분 정도가 되었고 집에 들어가니 11시 무렵이었다. 하루일과를 무리없이 소화하고도 집에 도착하여 부모님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 동안 빡빡머리에 손이 벨듯한 각잡힌 군복을 입고 있었던 나는 약간 긴 스포츠 머리에 넥타이와 양복을 걸친 직장인이 되었다. 물론 땀내새 나던 TMO가 아닌 예쁜 승무원이 지나다니는 KTX를 타고 다니며 하루종일 서울-부산을 다니던 것에 비해 반나절도 걸리지 않는 이동을 하는 것 등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언제나 그리움이 묻어나는 고향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그게 TMO가 되었든 KTX가 되었든 앞으로 10년 후에 나타날 KTX-10 이 되었든 언제나 부모님 그리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싣고 달리는 기차가 참 좋다. 

창 밖으로 펼치지는 한여름의 신록과 고향이 가까워 옴에 따른 설레임의 교집합은 30대,40대가 넘어서도 언제나 떨림으로 다가올 것 같다. 그래서 강산이 또 한번 변할 10년 후에도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길은 언제나 그와 같았음 하는 작은 소망을 바래본다.

군대생활, 휴가, 기차, TMO, KTX,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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