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은사님이 사준 보양탕인데...
다른 음식으로 이 무더운 여름에 보신을 해야겠다
2010-07-29 13:05:55최종 업데이트 : 2010-07-29 13:05:55 작성자 : 시민기자 박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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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의 인생에 있어 가치관 정립에 큰 영향을 끼친 은사를 찾은 적이 있다. 그 분은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며 내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지도를 해준 분이다. 세월이 지나 그 분과 멀리 떨어져 지내지만 전화를 통해 안부를 묻곤 한다. 복날이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보양탕, 나에게는 가까이 할 수 없는 당신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은사님은 우리에게 식사를 하자고 제안을 했다. 무더운 여름이어서 우리는 시원한 냉면을 기대했지만 은사님은 이열치열이라며 뜨거운 음식을 먹자고 제안했다. 그리고는 보양탕을 잘하는 식당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리고는 보양탕과 수육을 시켰다. 우리는 당황했다.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먹기는 처음이었다. 주문한 메뉴가 우리 앞에 진열이 되었을 때 우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맛있게 보여서 삼킨 것이 아니라 과연 우리가 먹을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그랬다. 은사님은 많이 먹으라면서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숟가락을 잡고서 식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보양탕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맡고서 이내 숟가락을 놓았다. 존경하는 은사님이 사준 보양탕이라 그냥 포기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먹는 척 했다. 하지만 밑반찬만 열심히 집어 먹고서는 배가 부르다는 핑계로 음식을 대부분 남겼다. 은사님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제자들의 건강을 생각해주는 은사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어른이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보양탕을 잘 못 먹는다. 우선 보양탕 특유의 냄새가 내 코를 찌른다. 살점을 한점 입에 넣으면 그 냄새는 더 짙어져서 숟가락을 놓게 만든다. 복날이라고 친구들과 어울려 보양탕을 먹자는 제안이 나오면 나는 일단 그 모임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보양탕을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으니 괴롭기만 하다. 보양탕을 먹으면서 '맛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잘 먹는 사람들이 가끔은 부럽기까지 하다. 보양탕을 못 먹는 대신 다른 음식으로 이 무더운 여름에 보신을 해야겠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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