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으며
2010-07-29 13:49:43최종 업데이트 : 2010-07-29 13:49:43 작성자 : 시민기자 강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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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좋아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들으며_1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한 어머니의 흔적은 세월이 흘러도 곳곳에 서려있다. 각종 채소에다, 토마토, 참외, 가지가 줄지어있고, 복분자, 자두, 포도 그리고 장대 같은 옥수수 골마다 곱게 자란 고추... 이 어찌 태양과 이슬만 먹고 자랐겠는가? 세월은 흘러도 막내로 자란 자식에 대한 애증이랄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시고.... 시골 어머니를 뵙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무겁다. 쌀자루를 비롯해 모든 야채다발 애뜻한 손주 생각하며 새벽 내내 따서 고이 보관해둔 복분자며 감자 박스, 한 여름 뙤약볕에 그을린 얼굴에 손마디마다 상처투성이처럼 엉킨 두 손에는 용돈 봉투를 들고 계신다. 그렇게 보고픈 손주의 용돈이다. 가슴 밑으로 촉촉이 젖어오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작아져가는 내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당신이 필요할 때에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서서 당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오케스트라에서 저음의 반주 파트, 조연에 불과했던 악기, 바이올린처럼 섬세하지 않은 첼로에 심오하고 깊은 명상의 옷을 입혀 당신의 인생만큼이나 두툼하게 만든 곡. 그래서 고독한 구도자 같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좋다. 연관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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