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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을 주는 퍼즐맞추기 체험기
2010-08-18 07:06:51최종 업데이트 : 2010-08-18 07:06:51 작성자 : 시민기자   임동현

작년 겨울,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마트를 돌다가 발견한 500pcs짜리 퍼즐시리즈에 눈길이 갔다. 저렴한 가격에 예쁜 그림, 게다가 다 맞추었을 때의 뿌듯함을 상상하며 이번 연휴기간 내에 완성해 보리라는 다부진(?) 계획을 가지고 쇼핑카트에 퍼즐 한 개를 집어 넣었다.

사진은 한 소녀가 정원에서 꽃을 손에 쥐고 있는 것으로 원작은 "Girl in Garden" 원작자는 Andres Orpynas 라는 사람의 그림이었다. 처음 사보는 퍼즐이라 500pcs가 어느정도의 크기인지 얼마정도의 난이도인지 모르고 구입한 것이기에 그저 그림이 예쁜 것으로만 선택하였다.

깨달음을 주는 퍼즐맞추기 체험기_1
깨달음을 주는 퍼즐맞추기 체험기_1

하지만 장장 8개월(?)에 걸쳐 이 퍼즐을 다 완성하고 보니 퍼즐의 난이도는 그림의 배경이 눈에 드러나는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여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얼핏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정작 퍼즐을 맞추기 전에는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이다. 

왜 이렇게 오랫동안 500pcs짜리 퍼즐을 맞추었냐면 처음 구입당시 다부진 계획은 3일내에 모든 걸 끝낸다는 것이었다. 구입 첫 날, 비닐을 벗기고 직소퍼즐 내용물을 바닥에 쏟고 초기에는 꽤나 많은 피스들을 맞추어 나갔다. 우선 테두리를 형성하고 있는 부분들을 맞추고 색깔이 비교적 비슷한 갈색의 퍼즐들을 바닥에 위치시켜 맞추어 나가니 진척속도가 꽤나 빨랐다.

하지만 이제 맞출만한 부분들을 다 맞추고 난 시점 이후에는, 그림 여기저기 죄다 꽃들의 향연이었고 꽃색깔은 분홍색 아니면 흰색인데 남은 퍼즐들이 죄다 다 그런 색깔이어서 어떤 퍼즐이 해당위치에 맞는 것인지 그림으로 분별이 불가능하였다. 
눈이 빠져라 살펴보고 시도해 보아도 안되고 또다시 살펴보고 시도해 보아도 안되고 그러다 보니 어느덧 둘째날 그리고 셋째날이 흘러 크리스마스 연휴가 저물어 버렸다.

또 다시 바쁜 일상생활에 묻혀 거실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퍼즐낱개들은 청소를 위하여 작은방 한 귀퉁이로 밀려나게 되었고 그렇게 그렇게 우리 부부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그리고 얼마전 있었던 작은방 청소 때, 우리에게 잃어버렸던 다부진 초심을 일깨워주며 다시 거실방으로 이동하여 장장 8개월만에 얼굴을 드러낸 것이다.
약간은 빨리 해치워버리고 싶기도 하고 또다른 한 편으로는 나의 인내력이 어디인가 한 번 시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퍼즐맞추기에 임했다. 다시 시작한 시점에서는 반이상의 그림이 맞추어져 있었고 남은 부분은 꽃들이 위치한 가장 난해한 부분만 있었다.

열심히 눈을 굴려보아도 전체그림중에 하나의 조각을 맞추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렇게 고심하던 날 물끄러미 쳐다보던 집사람은 그냥 하나하나 다 대입해 보는게 어떨까라며 아주 기막힌 힌트를 주었다. 
사실 던질 때는 농담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왜냐면 그것 이외에는 사실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기때문이다. 남은 조각들을 헤아려보니 대략 200여벌. 하나씩 다 대입한다면 200+199+198+~~~+3+2+1의 무지막지한 경우의 수를 예상해야 하지만 그건 최악의 경우이고 어느정도 비슷한 색깔들을 맞추다보면 현실성있는 계획이라는 판단하에 모조리 대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나씩 끼워맞춰 나갔다.

그러기를 5분... 아무리 눈으로 찾아도 보이지 않던 난해했던 첫번째 조각을 끼우고 나니 이제 요령이 붙어 다음 것들은 더 빨리 찾을 수 있었다. 하늘 배경색은 죄다 비슷한 푸르스름한 색이었지만 하나씩 대입하다 보면 거기에 딱 드러맞는 퍼즐이 있었고 그렇게 하나씩하나씩 맞추다보니 어느덧 모든 퍼즐을 완성할 수 있었다.

눈으로 아무리 찾아도 없어 우리끼리 '이건 분명히 퍼즐제작업체의 실수로 조각이 빠진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던 우리들도 하나씩 하나씩 찾아지니 머쓱해졌고 이러한 퍼즐맞추기 과정을 통하여 '눈으로 봐서는 어떤 부분에 쓰이는 것인지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라는 꽤나 철학적인 의미를 도출할 수 있었다.

깨달음을 주는 퍼즐맞추기 체험기_2
깨달음을 주는 퍼즐맞추기 체험기_2

'누구든지 분명 그 한 조각만큼의 쓸모가 있게 그 자리를 찾아가라고 신이 우리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꽤나 종교적인 생각도 하게 됐다. 죄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조각들도 알고보면 조금씩은 다르고 자기 위치가 아닌 경우에는 뻑뻑하게 들어가거나 전체적으로 뭔가 부조화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하는데 이러한 것도 다 자기만의 위치를 잘 찾아가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조각을 끼워넣고 윤활제를 바르고 나니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뿌듯함 그리고 감격...
경험하지 못한 분들은 말할 수 없을것이다. 직소 퍼즐시리즈 중 가장 적은 500pcs의 퍼즐이었지만 이 뿌듯함은 앞으로 어떤 퍼즐맞추기 보다도 클 것이라고 확신한다. 

현재는 현관문을 장식하고 있지만 다음번에 2000pcs로 훨씬 큰 그림을 만들어 거실벽에 걸어보리라 다짐해본다.

직소퍼즐, 쇼핑, 임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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