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맞어?’는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은 어법
2008-06-24 11:27:06최종 업데이트 : 2008-06-24 11:27:06 작성자 : 시민기자   윤재열

2008년 6월 18일 포털에 '오윤아 유부녀 맞어? 육감적 바디라인 단연 최고'라는 표제의 기사가 있었다. 레이싱모델 출신 미시 탤런트 오윤아 스타화보가 인터넷과 모바일 화보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 기사에서는 태국 방콕에서 촬영한 오윤아의 화보가 도발적이고, 육감적인 모습을 담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오윤아는 결혼 후 아이까지 출산을 했다. 그런데도 오윤아가 보여준 완벽하고 육감적인 바디라인은 지금까지 출시된 스타화보 중 단연 최고라고 한다. 따라서 표제 기사도 여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붙었다. 
그러나 '오윤아 유부녀 맞어? 육감적 바디라인 단연 최고'라는 표제는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은 어법이다. 이는 '~맞아~'가 바른 표현이다. 

'맞어?'는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은 어법_1
'맞어'는 모음조화 표기에 따라 '맞아'가 바른 표현

단어 안에서 모음이 연결할 때,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조화를 이루는 현상을 모음조화(母音調和)라고 한다. 
한글 맞춤법 제16항은 이러한 모음조화 규칙을 맞춤법에 반영한 것인데, 어간의 끝 음절의 모음이 [ㅏ, ㅗ] 즉 양성 모음일 때에는 어미를 '-아' 계열로 적고, [ㅓ, ㅜ, ㅡ, ㅣ, ㅐ, ㅔ, ㅚ, ㅟ] 즉 음성 모음일 때에는 '-어' 계열로 적는다.

구체적 예를 들어 보면, '-아'로 적는 경우는 '나아, 나아도, 나아서/막아, 막아도, 막아서/얇아, 얇아도, 얇아서/돌아, 돌아도, 돌아서/보아, 보아도, 보아서'가 있고, '-어'로 적는 경우는 '개어, 개어도, 개어서/겪어, 겪어도, 겪어서/되어, 되어도, 되어서/베어, 베어도, 베어서/쉬어, 쉬어도, 쉬어서' 등이 있다. 

'퍼렇다', '누렇다'란 형용사에 '-지다'가 붙어 동사가 될 때도 모음조화 원칙에 따라 '퍼레지다', '누레지다'가 된다. 이를 '퍼래지다', '누래지다'라고 표기하는데 잘못이다. 

언어의 모음조화는 여러 음절로 된 낱말에서 첫음절의 모음에 속한 모음 군에 따라 뒤 음절의 모음이 바뀌면서 낱말 전체의 모음이 모두 같은 모음 군에 속하게 된다. 모음조화는 일종의 음운 동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국어는 모음조화가 있는 언어이다. 
중세 국어에서는 모음조화가 철저하게 지켜졌다. 한 단어 안에서도 지켜지고, 명사와 조사와의 결합,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과 어미의 결합에서도 지켜졌다. 
그러나 모음조화 규칙은 중세 이후 'ㆍ'가 소멸되면서 모음조화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현대 국어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여 모음조화 파괴 현상을 표준어 규정에서 제시하였다. 표준어 규정 제8항에서 양성모음이 음성모음으로 바뀌어 굳어진 단어는 음성모음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으로 정했다. '깡충깡충'이 이에 해당한다. '막둥이/발가숭이/오뚝이' 등도 같은 예다.

하지만 여기서도 어원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단어는 양성모음 형태를 그대로 표준어로 삼는다. '부조(扶助)/사돈(査頓)/삼촌(三寸)'이 그 예다. 

ㅂ불규칙 용언도 모음의 연결이 불규칙하다. 먼저 '곱-', '돕-'과 같이 한 음절인 단어일 때는 앞에 오는 양성 모음 'ㅗ'의 영향으로 같은 양성 모음인 '오'가 결합하여 모음조화 규칙에 따라 '도와', '고와'로 활용한다. 
그러나 대부분 ㅂ불규칙 용언은 모음조화 규칙을 따르지 않는다. 

○ 전철역이 가까워 서울 전 지역으로 접근하기 쉽다. 
○ 산 정상에 쌓인 눈에 햇빛이 어울리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위에서는 어미 연결이 되면서 모음조화가 지켜지지 않았다. 단음절 용언은 모음조화가 지켜지지만, 두 음절 이상일 때는 모음조화와 상관없이 언제나 '우'로 변한다.

이도 과거에는 모음조화에 따라 '가까와', '아름다왔다'로 적도록 규정하였다. 그러나 '한글 맞춤법'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발음하는 '가까워', '아름다웠다'를 채택하였다.

얼마 전에 한국 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일이 있었다. 후배 투수가 위협구를 던지고 욕까지 했다가 다시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 일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해당 선수는 2군으로 내려가고 팬들이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사태로 해당 팀의 감독은 사과의 뜻으로 경기를 결장했다.

이 사태에 대해 감독의 인터뷰 기사가 포털 사이트에 실렸는데, '성원해주시는 야구팬들과 다시 붐이 조성되는 우리 나라 야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며 '우리 나라'를 띄어 쓰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붙여 쓰도록 되어 있다.

2008년 6월 18일자 한겨레 신문 보도문에도 오류가 있었다. 재향군인회에서 역사를 왜곡하는 만화 책자를 학교에 보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였다. 신문은 이 책의 쪽수를 들어가며 보도하고 있었는데, '수조원 어치의 식량과 금강산 관광 댓가 역시 김정일 체제 유지에 쓰인다.(59쪽)'며 햇볕정책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 기사문에서 '댓가'는 사이시옷이 필요 없는 표현이다. '대가'는 한자어로 사이시옷 표기를 하지 않는다. 이 표현이 설사 재향군인회가 한 것이라고 해도 신문에서는 바르게 걸려야 한다.

최근 포털과 신문이 논란의 한가운데 있다. 즉 포털을 언론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신문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한다. 이런 논란으로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태도가 시들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바른 표기라도 하며 수준 높은 미디어 문화를 지향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바른 표기도 누리꾼과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윤재열님의 네임카드

윤재열, 모음조화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