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우리는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
2010-07-21 23:59:25최종 업데이트 : 2010-07-21 23:59:2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은희

"우리가 아기로서 삶을 시작할 때, 누군가가 우릴 돌봐줘야 생명을 유지 할 수가 있어. 그렇지? 그리고 나처럼 아파서 삶이 끝날 무렵에도, 누군가가 돌봐줘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렇지?"
그의 목소리가 소근거림으로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여기 비밀이 있네. 아이 때와 죽어갈 때 외에도, 즉 그 중간 시기에도 사실 우린 누군가가 필요하네."
/미치 앨봄,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중에서

오늘 사우나에 갔다.
앞머리를 이마까지 자르고 머리카락이 어깨보다 조금 더 긴 어린여자 아이가 나를 자꾸만 쳐다보았다. 
아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작은 그 아이는 아주 앙징 맞았고 눈부시게 예뻤다.

그래서인지 나를 자꾸 쳐다보는게 싫지 않아서 나도 마주칠 때마다 씨익 웃어주고 찡긋거리며 윙크를 해 주었다.
내 맞은 편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 엄마가 아이를 정성스레 닦아주는 모습을 거울을 통해서 힐끔거리며 쳐다 보았다. 

아들이 저만한 나이 때 나도 아들과 사우나를 함께 왔는데, 아들은 목욕탕을 휘젓고 다니다가 미끄러져서 한바탕 울기도 하고  프라스틱 대야를 가지고 퉁탕거리며 놀아서 뒤를 따라 다니며 정리하느라, 목욕하는 날은 이래저래 기진맥진 해 질수 밖에 없었다.

그런 기억이 나서 혼자 웃고 있는데 아이의 머리를 감길 때 의자 두개를 나란히 해 놓은 후, 그 위에 아이를 눕히고 하얀 수건으로 몸을 덮어 준 다음 머리에 거품을 내고 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행복해 하는 아이의 미소띤 얼굴,,,  천사였다.

십 년전 친정어머니가 몸이 불편해져서 내가 저런 자세로 어머니의 머리를 감긴적이 있었다. 
그 때 어머니는 그러셨다.
 "내가 너한테 한 것처럼 너도 나한테 그렇게 하는구나."
그러면서 어머니 얼굴에 떠오르던 어색했던 평화스러움을 잊을 수가 없다.

오늘 아이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면서  꼬물꼬물거렸던 아이 때의 내 모습과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볼 수도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_1
우리는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_1

우리는 늘 누군가가 필요하다.
행여 감기몸살이라도 나면 따끈한 국물이라도 끓여줄 누군가가 필요하고, 소나기가 내리는 날 잠깐이라도 내리는 비를 피할 우산을 받쳐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세일해서 사 온 배추를 다듬고 절여서 갖은 양념을 다한 후 김치통에 담기 전에 간봐줄 누군가가 필요하고, 목욕할 때 등에 손이 안 닿아서 낑낑거리며 혼자서 등을 밀때도 여전히 등을 밀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인 우리를 '인간(人間)' 이라고 부르며 사람 인(人)이라는 글자는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사는 모습이라서 이런 모양 '人' 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가 될 만한 사람인가.
나이가 한 해 한 해 들어 갈 수록 점점 사람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기분이 들고, 오히려 나무와 바람과 새소리, 그리고 따끈한 차 한잔과 비와 음악에 자꾸만 의지가 되는것을 보면 사는동안 사람에게 뿐만 아니라, 자연에 의지하며 살다가 자연과 혼연일체가 되어가는 것이 나이듦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늘 서로 돌보는 여유를 잃지 않기 바라는 마음이다.

어린시절, 어머니, 인간, 최은희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